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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암사자의 도발? 숫사자의 사랑?

이보배 기자 기자  2013.05.16 14: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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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다리 좀 올릴께" 동물원 사자우리의 암수커플이 한가롭게 낮잠을 즐기고 있는 가운데 수사자 등에 발을 올린 암사자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 이보배 기자

[프라임경제] 따뜻한 봄기운을 제대로 느껴보기도 전에 여름이 성큼 다가온 듯 합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선선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을 느낄 수 있어서 그런지 주말 나들이에 나서는 가족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필자도 며칠 전 서울시내에 위치한 동물원에 다녀왔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동물원은 인산인해를 이뤘는데요.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유독 많이 모여 있는 동물 우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밀림의 왕 '사자 우리'였습니다.

춘곤증이 몰려올 오후 시간이어서 그런지 동물원 곳곳의 많은 동물들은 낮잠에 빠져있었는데요. 암수 한 쌍 사자커플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암사자가 수사자 등에 뒷다리를 '턱'하니 올려놓고 단잠에 빠져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여기도 여성상위 시대로구만"이라는 50대 남성분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도 그때쯤이었습니다.

여자사람 입장에서는 '암컷이 제법인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지만 밀림의 왕 수사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조금은 머쓱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단잠에 빠져있는 사자 한쌍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십여년 전 고 최진실이 모 전자제품 광고에서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라고 속삭였던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이후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말은 지금까지 명언(?)처럼 자리 잡았는데요. 과연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일까요?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물론 연인 사이에 서로 이해하고 맞춰가는 과정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여자와 남자는 근본적인 성향은 다르지 않습니까. 50대 남성분의 말마따나 요즘은 '여성상위시대'로 대변되지요. 그만큼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이 상승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여성들은 자신에게 조금 더 헌신적이고 잘해주는 남성을 '짝'으로 선택합니다. 그리고 여성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 남자는 선물을 잘 사줘서, 이벤트를 자주 해줘서, 다정해서 사랑한다고요. '~하니까 사랑한다'는 전제가 자연스럽게 붙는 것이지요.

하지만 남자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지요. 사랑하니까 선물을 사주고, 사랑하니까 이벤트를 마련하고, 사랑하니까 다정해집니다. 남자들의 전제조건은 '사랑하니까'가 되는 것입니다. 조금 난해한가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여자의 사랑만으로 남자를 바꾸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남자가 여자로 인해 바뀌는 것은 여자가 남자를 바꿔보려 귀에 딱지가 앉도록 잔소리를 하고, 때로는 무언의 압박을 가해서가 아니라 단 한 가지 이유,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안에 있는 수사자 역시 암사자의 조련(?)에 굴복해 등을 내어준 것이 아니라 암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기꺼이 '발받이'가 되어준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