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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통상임금 기준… 同床異夢 노사정 '또 엇박자'

민주노총 "노사정 회의 불참"… 통상임금 추가비용 부담에 기업들 심기불편

이혜연·조국희 기자 기자  2013.05.16 13: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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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다가올 6월, 정부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할 지를 두고 노동부·사용자·정부(이하 노사정)가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14일 통상임금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형식적인 노사정 회의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증폭될 조짐이다.

최근 노동계가 통상임금에 대한 임금청구 소송을 줄줄이 진행하자, 기업들은 소송 판결에 따른 임금청구 문제와 이에 대한 인건비 부담 등을 우려하고 있다.

논란의 핵으로 떠오른 통상임금은 정부가 1982년 근로기준법 시행령으로 정의를 규정해왔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소정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시간·일·주급 금액을 말한다.

   민주노총은 지난 14일 방미기간 중 통상임금 관련 박 대통령의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노총은 지난 14일 방미기간 중 통상임금 관련 박 대통령의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노동계는 이 같은 정기적·일률적·고정적이라는 애매모호한 표현과 이에 따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법원에서도 이 같은 기준의 차이를 두고 초과근로수당, 연·월차수당, 퇴직금 등의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판결을 연이어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상여금 반영, 정부·대법원 엇갈린 해석

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상여금이나 휴가비, 귀성여비 등을 통상임금으로 판시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정의한 '통상임금지침서(고용노동부예규 제47호)'를 살펴보면 판단기준예시에서 '상여금'은 '평균임금'으로 구분돼 혼란이 더해지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이 분기별 지급되는 상여금 또한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여지가 있다고 판결 내렸던 대구광역시 시외버스회사 '금아리무진' 소송 건이 그 일례다.

노동계는 그간 대법원 판례를 발판삼아 통상임금을 '1임금(한 달 주기) 지급기'로 한정된 지침을 개정하고 모든 사업장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할 것을 주장해왔다. 

김은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국장은 "최소한 대법원까지 밟았기 때문에 고정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이 맞다"며 "노동계는 초과 근로자가 많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통상임금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집단 소송도 검토 중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긴장한 재계… 추가비용 발생 '골머리'

애매한 통상임금 기준에 대한 관심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방미기간 중 대니얼 애커슨 GM 회장을 만나면서 더욱 집중됐다.

애커슨 회장은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되는 문제 해결을 전제로 5년간 80억달러(약 8조89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합리적인 해법을 찾겠다는 입장을 비춘 것을 두고 노동계는 "삼권분립을 무시한 행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김 국장은 "이번 발언은 외국자본의 이익보장을 위해 국내 노동자의 권리를 막겠다는 것이다"며 "대법원의 판결은 거의 번복되는 경우가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절하겠다는 표현을 했다는 것은 사업부에 관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노동계의 이 같은 주장과는 달리 기업들은 판결로 인한 통상임금 지불에 따른 추가비용 발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업들은 지난 30여년간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보지 않겠다는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라 임금체계를 유지했다며 입을 모았다. 만일 통상임금 산정범위가 바뀔 경우 야간·연장·휴일에 근무하는 초과수당과 퇴직금의 규모가 달라진다. 즉 인건비 부담으로 결국 기업 경영난 가중을 우려하는 것이다.

재계와 노동계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5일 '제20회 G밸리 CEO포럼'에 참석해 통상임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날 윤 장관은 "잠정적이라도 정기 상여금만은 통상임금에서 뺏으면 좋겠다"며 "통상임금과 관련한 노사정 대타협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장관으로서 중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주무부처 장관이 공식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아웃소싱 업계, '도미노 현상' 우려  

초과근무가 잦은 제조·조선업은 물론 상담사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 중인 아웃소싱 기업 또한 불안에 떨고 있다. 그중 콜센터 상담사의 경우, 인센티브 제도가 활발히 진행되며 이러한 제도는 상담사들의 업무향상으로 연결된다.

콜센터 한 관계자는 "상담사 대부분은 정해진 목표량과 평가기준을 통해 개인마다 인센티브가 결정된다"며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된다면 상담사에 대한 업무능력 향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