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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창조경영학과 신설 계획 '꼼수 코드' 논란

"유명대학이 실체·선례 없는 학과신설 주도, 신중치 못해"

최민지 기자 기자  2013.05.16 12: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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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서울대학교의 창조경영학과 신설 계획을 두고 말들이 많다. 창조경제 기치를 든 박근혜정부를 상대로 노골적인 코드 맞추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 때문이다. 학계 등에선 특정 대학만을 위한 학부생 증원 선례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특혜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서울대가 이 같은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창조경영학과 개설을 추진하는 이유는 뭘까.  

김병도 서울대학교 경영대 학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창조경영학과의 목적은 창조경제 시대를 선도할 창업 전문 인재 육성"이라며 창조경영학과 신설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김 학장이 공개한 '창조경제 견인 핵심인력 양성을 위한 창조경영학과 신설안'에 따르면 저학년은 인문·사회·과학 통합 교과목을 이수하고 고학년은 창업 실무 및 전문지식을 습득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창업 지원을 위한 1000억원 이상의 엔젤펀드 조성 및 지역 대학 5곳을 창조경영학과 거점대학으로 선정하며, 이르면 2015년부터 약 200명 정원으로 신입생을 모집한다. 서울대는 창조경영학과 출신 인재들을 우리나라 창조경제의 핵심인력으로 키워내겠다는 각오다. 
 
◆신설학과 예산을 국고보조금 지원으로 대체하려고?  

하지만 서울대의 창조경영학과 신설 계획에 대한 비판 의견도 많다. 박근혜정부에 편승해 학부정원 증원과 국고보조금 증액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지나친 '실속 챙기기 코드 맞춤' 행보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수도권정비계획법 조정을 둘러싼 서울대 측의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새로운 학과를 신설하려면 정원 규제를 풀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다시 다듬어야 한다. 서울대 측은 지난 5일 창조경영학과 신설제안서를 가지고 청와대 국정기획·미래전략·교육문화 수석들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을 만난 바 있다. 이 법률규제를 해결하려면 교육부가 국토교통부에 요청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청와대 쪽으로 먼저 발길을 돌린 모습도 뒷말을 낳았다.

이에 대해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창조경영학과를 신설하겠다는 의도는 정부와 코드를 맞추겠다는 것"이라며 "지난 1월 취임시 내건 학부정원 증원 공약 완수와 함께 신설학과 예산을 정부출연금인 국고보조금 지원으로 대체, 대학 내 예산 편성과 관련한 형평성 문제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DJ정권 당시 벤처활성화 대책과 대학구조조정으로 인한 학부제 전면적 도입 시기가 맞아 떨어져 벤처 관련 학과 신설 케이스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특정 대학만을 위한 학부생 증원 선례는 없어, 창조경영학과 신설 문제는 초유의 사태이며 실제 적용 시 특혜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부 정원(135명)이 연세대·고려대 정원(300명)보다 적기 때문에 학과신설을 활용하려는 것"이라면서도 "창조경영과 관련한 검증된 학문과 교육 프로그램이 아닌, 이미 대학 내에 있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급조한 모양새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한양대를 비롯한 많은 대학들은 이미 경영학부 내에 창업론 등 관련 수업이 개설되어 있고 대학 내 모의 창업 프로그램 진행이 계속돼 왔다.

   최근 서울대는 창조경영학과 신설계획을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 프라임경제  
최근 서울대는 창조경영학과 신설계획을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 프라임경제
◆서울대 "공식적인 절차 없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도 지난 15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서울대의 신설 학과 설립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교육부나 정부부처에서 해당 대학을 직접 지원하는 경우, 정책·연구관련 프로젝트를 연결해 사업을 지원하는 형태인데, 창조경영학과 지원 논란은 정책성과 비전, 교육과정 등 모든 것이 모호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이는 대학 간 형평성 문제와 특혜논란을 조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학생충원율을 채우지 못한 대학들이 증가해 전반적으로 필요 학과 중심의 대학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체성·교수진·교과과정의 정확한 실체와 선례도 없는 학과신설을 유명대학이 주도하는 모습은 신중치 못하다"고 말했다.

한편, 홍기현 서울대 교무처장은 "보통 학과 신설 요청 시 제출된 공식안을 검토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라며 "창조경영학과의 경우 김 학장의 문의는 있었지만 공식적인 절차와 형태를 통해 요청한 적도, 공식안을 제출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