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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스승의 날, 겨울로 옮기면 좀 나을까?

이정하 기자 기자  2013.05.15 18: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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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오늘은 서른두번째 스승의 날. 스승의 은덕에 감사하고 존경의 마음을 되새기는 이날은 군사부일체를 중시 여기는 우리의 문화 특성상 국가 중대 행사처럼 치러졌다.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예부터 두터웠던 덕이 컸지만, 다른 한편으론 우리나라 특유의 학력지상주의에서 비롯된 과잉 교육열 탓이기도 한 것 같다. 

지나친 치맛바람 탓인지, 스승의 날이 학부모들의 공식적인 로비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본래 의미는 점차 퇴색돼 갔다. 스승의 날만 되면 '담임교사가 물품이나 금품을 요구했다'는 둥, '불법 찬조금 협조를 부탁받았다'는 둥, 교사를 둘러싼 각종 잡음이 실타래처럼 나왔다. 

이렇다 보니, 스승의 날에 단축 수업을 하고 간단한 카네이션 달아주기 행사만 갖는 학교가 늘고 있고, 아예 촌지 논란을 차단하려고 휴교를 자처한 곳까지 생겼다. 교권 추락으로 가뜩이나 주눅 든 교사들에겐 참으로 참담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냉대 받을 바엔 차라리 스승의 날을 옮기자는 의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스승의 날을 학년이 바뀌기 직전인 하반기 끄트머리 쪽으로 잡는 게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새 해 새 학기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스승의 날이 있다 보니, 자식 맡겨 놓은 부모 입장으로선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 나온 발상이다. 원 취지대로라면 한 해를 돌아보는 시점인 12월쯤에 스승의 날을 정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게 옳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스승의 날은 훈민정음을 만든 세종대왕의 탄생일에 맞춰 제정됐다. 스승이 세종대왕처럼 존경받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1965년에 지정됐다. 그 이전엔 한해를 마무리하기 전인 12월5일이 스승의 날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국민교육헌장선포일이기도 했기에 스승의 날 행사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진행된 측면이 있었고, 이에 따라 5월15일로 변경돼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이후 스승의 날 촌지 잡음이 끊이질 않자 교육청이 나서서 스승의 날을 2월로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7.2%가 이에 반대했다. 쫓겨 가듯 스승의 날이 옮기는 것도 우스운 꼴이고, 더군다나 날을 옮긴다는 것 자체가 촌지 문제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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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교육학 전공 교수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공교육 교사의 질이 높은 나라는 없다"며 "혹여 잘못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세계 유명 고급 사립학교와 견준 탓이지 전반적 수준은 우리가 가장 높다는 데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교사 수준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수준 높은 교사'가 아니라 '존경받는 스승'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