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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금녀의 벽?" 증권사 3D파트 '리서치센터'

'여성비율 23% 수준' 중노동에 세일즈·사대인식 부담… 최근 여성 애널 증가세

정금철 기자 기자  2013.05.15 15: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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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논하는 것은 마치 결혼적령기를 놓친 처녀총각에게 쏟아지는 잔소리처럼 반복적인 이슈가 돼버렸지만 여전히 현실의 장벽은 존재한다. 업무특성상 능력만으로 인재를 구성하는 금융투자업계에서 이러한 이슈는 상대적으로 부각될 여지가 적지만 적어도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리서치센터의 경우라면 얘기가 다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기준 국내 25개 증권사 전체 직원은 3만6173명 중 여직원은 1만4200명가량이었다. 전체 직원에서 여직원 비율은 39% 이상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같은 날 각 증권사 자료를 취합한 결과 리서치센터 전체 애널리스트(이하 연구원) 918명 가운데 여성 연구원은 209명으로 파악됐다. 이는 22.8%에 이르는 수준으로 여직원과 비교해 16%포인트나 낮다.  
 
◆女 애널 비율 10% 이하인 곳도…여직원 비율과 격차 커 

세부적으로 전체 직원 중 여직원 비율이 40%를 웃도는 곳은 모두 9개 증권사였다. 키움증권의 경우 509명의 직원 가운데 여직원은 56.6%인 288명이었다. 뒤를 이어 △미래에셋증권 46.9% △한국투자증권 44% △동양증권 43.7% △신영증권 42% △삼성증권 41.6% △우리투자증권·현대증권 41.4% △대신증권 40.2% 순이었다.

이에 반해 아이엠투자증권은 312명 중 26.6%인 83명이 여직원이었으며 KTB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도 30%에 미달했다.

이 외 △KB투자증권 37.9% △신한금융투자 36.8% △SK증권 36.8% △이트레이드증권 34.5% △메리츠종금증권 33.4% △교보증권 33.2% △HMC투자증권 32.2% △IBK투자증권 31.3% △동부증권 30.9% △LIG투자증권 30.5% △하이투자증권 30.2%도 평균치에 미치지 못했다.

여성 연구원 비율의 경우 평균치를 상회한 곳은 절반 정도인 12곳이었다. KTB투자증권(37.5%)과 신한금융투자(32.9%), 한국투자증권(32.5%)은 업계 탑 티어였고 △교보증권(31%) △삼성증권(31%) △하이투자증권(30%) △유진투자증권(29%) △이트레이드증권·KDB대우증권(27%) △IBK투자증권(26%) △신영증권(25%) △아이엠투자증권(24%)이 차순위에 올랐다.

특히 HMC투자증권은 애널 29명 중 2명(6.9%)만 여성인력이었으며 키움증권(7.4%)과 SK증권(7.7%)도 전체 대비 여성 연구원 비율이 10% 이하였다.

현대증권(19%)과 △미래에셋증권(18%) △대신증권(17%) △동양증권(10%)은 여직원 대 여성 연구원 비율 간 괴리차가 컸고 △KB투자증권·LIG투자증권(14%) △동부증권(13%) △메리츠종금증권(12%)은 여성 연구원 보유부문에서도 최하순위였다.

◆남녀 간 체력 차이 어쩔 수 없어… 기업 오픈마인드 요구도

금융투자업계 대부분 관계자들은 이처럼 리서치센터에서 여성 인력비율이 낮은 이유를 노동 강도에서 찾으면서도 최근 들어 여성 연구원이 늘고 있다는 점을 공통으로 강조했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리서치센터에 여성비율이 낮은 것은 업무강도와 스트레스가 가장 큰 이유"라며 "연구원은 잦은 기업탐방과 자료 작성, 프레젠테이션(PT) 등으로 야근 등이 잦아 노동강도가 강한 직업적 성격상 여성보다는 남성이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두 번째 이유로는 결혼, 육아문제를 들 수 있다"며 "최근에는 결혼 후에도 일하는 여자 연구원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결혼과 육아문제는 여자 연구원으로서 역할을 하는데 커다란 걸림돌"이라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주가 등락에 따른 스트레스도 역시 여성 연구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최근 여성 애널 비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견해도 보탰다.

타 증권사 한 관계자도 "연구원 업무 자체가 3D(Dirty·Dangerous·Difficult의)에 버금갈 정도로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며 "RA(리서치 어시스턴트) 때는 대개 오전 5시 정도에 출근해서 심한 경우 자정 무렵까지 일을 하는 과정을 3년 정도 겪은 후 '연구원' 정도의 타이틀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관계자는 "문제는 힘든 연구조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운용사 매니저들을 상대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러 다니고, POLL(리서치 연구원 평가) 순위를 잘 받기 위해 영업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요즘 연구원들은 리서치와 세일즈를 함께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체력에서 우세한 남자 연구원이 많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탐방업체의 전통적 사대주의 등 다른 이유를 거론한 증권사도 있었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하드 워크 때문일 수도 있고, 기업탐방에는 아직까지 여성이 접근하기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며 "여성 애널이 유통업체 등 기업문화가 오픈마인드인 회사에서는 몰라도 전통적 굴뚝기업들은 여성에 대한 인식을 낮게 가져가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비교분석한 증권사(직원수 순)는 직원 1000명 이상인 △삼성증권 △KDB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동양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하나대투증권 △교보증권 △HMC투자증권과 

1000명 이하인 △동부증권 △하이투자증권 △SK증권 △유진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신영증권 △IBK투자증권 △KTB투자증권 △키움증권 △KB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LIG투자증권 △아이엠투자증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