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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 600만 시대, 정부·기업·근로자·고객 '공감 사회' 필요

스토리텔링·힐링·토론 등 감정노동 고충 파악해 '행복한' 근로환경 제시

이혜연 기자 기자  2013.05.15 11: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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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노동자도 사람이고, 고객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14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여자 노동을 말하다, 감정노동' 청책토론회 자리에서는 각종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일명 '감정노동자'로 불린 노동자들이 참석해 그들이 겪은 고충을 털어놨다.

감정노동자는 고객의 만족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눌러야 하는 노동자를 일컫는 말로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식당·항공기·은행·병원·공공기관 민원실·콜센터 등 대다수 서비스 업종에서 근무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전체 고용인구 1600만명 중 약 70%(1200만명)이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고 있으며, 여성 취업자 1000만명 중 감정노동이 집중된 서비스·판매 분야 직종 종사자가 314만명에 달한다. 전체 감정노동자는 600만명선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3만5000여개 콜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사 100만명 중 89만명은 여성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우리는 화풀이 대상이 아니에요." 텔레마케터, 콜센터 상담사 등으로 근무 중인 감정노동자들이 직접 나와 감정노동을 겪은 실제 경험 사례와 심각성을 토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 조국희 기자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감정노동'이 사회 이슈로 떠올라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스토리텔링 참석자로 나선 심명옥 보험 텔레마케터는 "과거에는 고객이 아무 이유 없이 욕을 해도 참았지만, 최근 언론에서 감정노동자를 보도하면서부터 감정노동의 심각성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김영아 120다산콜센터 상담사는 "상담사라는 직종이 정해진 고객멘트를 이용해 고객과의 상담업무를 진행하기에 내 의견과 감정은 드러낼 수 없다"며 "얼굴을 보지 않고 얘기를 한다는 생각으로 욕설과 성희롱을 일삼는 고객들은 상담사도 전화 받는 기계가 아닌 동일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해야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참석자들은 감정노동 문제 해결책으로 △인력 충원 △'손님은 왕' 명칭 변경 △감정노동 부정적 인식 개선 △감정노동자 인권보호 제도 마련 등의 의견을 털어놨다.

    
'웃음' 가면 쓴 감정노동자.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주관으로 열린 감정노동자 청책토론회에서 감정노동자 노동실태와 이들의 마음 치유를 위해 힐링마임공연을 마련했다. = 조국희 기자
이날 토론회는 '대화' 형식으로 진행된 스토링텔링 이외에도 마음치유 '힐링 공연'과 '관계자 패널 토론'도 함께 진행됐다.

패널 토론회 시간에는 △한인임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 △최낙영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조사과 여성인권팀장 △박봉정숙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한동민 써니(Sunny) 교류운영팀 취재기자 △이성종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실장 △심순의 서울시 시민봉사담당관 120운영팀장이 패널로 참석해 감정노동자에 대한 의견과 해결책에 대해 의견을 발표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한인임 녹색병원 연구원은 "감정노동자들의 감정노동과 우울증 해소를 위해선 이들의 스트레스 반응 평가와 심리상담 진단이 필요하다"며 "이미 해외에선 근로자 지원프로그램(EAP)을 통해 정신과 의사와 외부 전문기관을 연계해 직원들의 상담과 컨설팅 등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해외 사례 발표로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어 최낙영 국가인권위 여성인권팀장은 "감정노동이 서비스 산업에만 일어나지는 않지만, 과도한 친절 서비스와 고객만족에만 집중된 상황에 놓여있는 감정노동자들이 대다수 서비스 업종에 분포돼 있다"며 "국민인권위는 기존의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감정노동 업무 매뉴얼과 사업주 안내서, 감정노동자 인권수첩 등을 발간해 고객과의 갈등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민 대학생 취재기자 또한 "고객 입장에서도 반복된 대기시간과 기다림은 상담사에게 화로 전달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며 "고객은 시민이고, 시민이 다시 근로자가 되는 얽힌 구조 속에서 근로자가 행복해야 고객도 최상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자들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몇몇의 참석자들이 감정노동에 대한 솔직한 심경 토로와 정책 제도 마련 등의 해결책을 요구했다.

그중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업계 전체 인원 중 여성 인원이 70%를 차지하며 4500여명은 상담사로 근무하고 있다"며 "이처럼 많은 여성 상담사들이 고객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는 심각하지만, 상담사가 악성 고객에 대한 권한이나 법 제정이 명확하지 않아 이에 대한 방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성종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실장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에서 감정노동에 대한 공식적 기구를 설립해 실질적 정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법 제정 방안과 직무 스트레스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한 여성 질의자는 "감정노동에도 단계별로 나뉜 등급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이성종 정책실장은 "정부, 기업, 근로자 모두 감정노동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감정노동에 대한 강도와 실태를 명확히 조사해 모든 근로자들에게 해당되는 해결책 마련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