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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한 지붕 두 가족 은행들, 소비자보호 경쟁

최근 당국 규제강화에 선의의 대결 더 불붙어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5.14 08: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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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금융업 소비자보호 프레임이 강화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금융 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CCO)를 지정하고 업무상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CCO는 상품개발·판매·사후관리에 걸쳐 보호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금융소비자 보호 모범규준을 개정해 7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힌 상태다. 금융회사들은 상품개발단계부터 체크리스트를 통해 소비자에게 불리한 사항을 사전에 차단하고, 판매시 정보제공을 위한 자체적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판매프로세스도 구축해야 한다. 소비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민원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해 조직과 개인성과에 반영할 필요도 있다. 저금리시대에 직면해 수익성 곤두박질 위기에 빠진 금융권으로서는 달갑잖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그룹 내부에서도 가족 금융회사들간에 선의의 경쟁을 하는 사례가 눈에 띄고 있다.

하나은행, 업계 최초 본부급 조직 신설 앞서나가

소매금융 위주로 평가되는 하나은행은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이미지를 형성할 필요가 높다. 지난달 신설된 하나은행 '금융소비자본부'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강화함에 있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고객보호 관련 우수직원들과 식사를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 노고를 치하하고 앞으로도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 하나은행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고객보호 관련 우수직원들과 식사를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 노고를 치하하고 앞으로도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 하나은행

금융소비자보호를 전담하는 본부급 조직을 갖춘 것은 하나은행이 금융권 최초다.

이에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 3월에는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본점 부서장을 주축으로 '소비자권익보호협의체'를 신설한 바도 있다. 소비자권익보호협의체는 매월 1회 본점 부서장들이 모여 상품의 기안 및 판매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융소비자 권익에 대해 논의한다.

소비자조사참여단도 눈에 띈다. 이는 기존 운영하던 '하나Sol'을 확대한 것이다. '하나 Sol'은 고객만족을 위해 하나은행 직원들의 가족으로 구성된 직원가족위원회였다가 직원가족은 물론 상품을 직접 가입한 고객까지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외환은행, 생생한 고객 아이디어 청취 나서

 

   외환은행이 고객의 아이디어를 통해 소비자보호를 한층 튼튼히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 외환은행  
외환은행이 고객의 아이디어를 통해 소비자보호를 한층 튼튼히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 외환은행

이런 가운데 외환은행 역시 소비자보호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외환은행은 7월7일까지 금융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한 '고객 특별제안' 공모를 실시한다.

이번 공모는 금융소비자 입장에서의 업무 프로세스 개선과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금융상품 및 서비스 아이디어 제안 등의 주제로 진행할 예정이다. 외환은행 홈페이지(www.keb.co.kr)의 '고객특별 제안코너'를 통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이 같은 공모는 이색적이다. 그간 일반적인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포괄적으로 아이디어 공모를 하거나(씨티은행 금융상품개발 경영대회) 스마트폰뱅킹 등 신개념이 등장할 때 특정한 영역을 정해 고객 의견 공모 이벤트를 한 경우(국민은행 I LOVE Smart KB!)는 적지 않았으나, 소비자보호를 당사자에게 문의하는 것은 전례가 드물다.

 

외환 대 하나 '선의의 경쟁', 일부에선 김종준 외환카드 작심 비판 등 앙금도 

이런 소비자보호 강화 영역에서 선의의 경쟁이 붙붙은 것은 한 금융지주 지붕 아래 두 은행이 공존하는(외환은행 5년 독립경영 보장) 상황에서는 지주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아직 두 은행 보수체계 해소 등 현안이 있고, 전산통합 관련 추진도 장차 진행해야 하는데다(시기 문제에 이견이 있음) 무엇보다 아직은 화학적 결합이 안 된 감정적 대목도 없지 않다. 하나은행을 이끄는 김종준 행장이 최근 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 참석으로 인도를 방문했을 때 비은행부문 수익 개선을 위한 외환은행과의 협력 문제를 이야기하다가 외환은행 산하 카드사업에 대해 비판한 대목은 '가깝지만 먼' 두 은행 사이를 잘 방증하는 것으로 꼽힌다.

김 행장은 당시 "(외환카드는) 카드영업 라이센스 제일 먼저 취득했지만, 시장점유율은 낮다"며 "결국 제대로 못했다는 뜻 아니겠냐"고 질타성 발언을 쏟아냈다. 또 "카드 신용부분만 아니라 보험 쪽을 포함해 수익성 높은 쪽으로 접근했어야 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두 은행이 내놓고 드러내지는 않아도, 지금 같은 어려운 국면에서 소비자보호의 틀을 완전히 다지면 앞으로 금융권 형편이 펼 경우 쾌속 항해를 하면서도 소비자 관련 프로세스를 완비하는 일석이조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음은 불문가지다. 다만 이런 상황에는 이번에 이 문제를 잘못 접근하면 앞으로 경기가 회복될 경우에 치고 나가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존재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더욱이 두 은행은 앞으로 여러 영역에서 업무 협력을 (싫어도) 더 늘려가야 하는 터이고 향후엔 서로 한 은행으로 합칠 운명이어서 지금 한 군데서 일을 잘못하면 서로 난감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차원에서 두 은행의 소비자보호 관련 다지기는 양측의 자존심을 건 한판 대결로도 볼 여지가 있어, 향후 어떤 선의의 경쟁 결과가 앞선 결과물들을 은행권에 도출, 다른 은행들에게 또 소비자들에게 시사점과 이익을 던져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