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리금융 차기 회장 경쟁 구도가 이순우 우리은행장과 이종휘 신용회복위원장, 김준호 우리금융 부사장 3파전으로 좁혀지면서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들이 우리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의 최종 보고와 당국에서 사실상 어떤 낙점을 할지에는 덜하지만, 이들 셋으로 후보군이 최종 압축된 배경에도 시선이 모아진다.
우리금융 문제와 KB금융의 '포스트 어윤대 시대' 준비 과정은 최근 출범한 박근혜정부 당국자들이 갖고 있는 금융회사 모델에 대한 실험무대가 될지 주목돼 왔다.
당국은 그간 여러 경로로 "지주 회장에 (주요 경력을) 은행(에서 치중한) 출신만 오르는 것은 문제"라거나 "이번 정부와 철학을 같이 할 수 있는 인물(이 대목은 금융공기업에 대한 것이긴 했으나, 결론적으로 이팔성 현 우리금융 회장은 물론 KB쪽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단초를 이번 정권의 압박에서 찾을 수 있는 주요 포인트를 방증하는 발언임)" 등 시사점을 던져왔다.
급기야, "꼭 모든 금융회사가 금융지주제를 할 필요가 있는지" 등 모델에 대한 예리한 시각을 은행계를 위시한 금융권에 계속 보내 왔다.
이런 과정에서 KB금융의 경우는 일단 한 박자 천천히 차기 구도를 추진하고 있다. 6월 하순 경에나 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알려진 데다, 현재 수뇌부가 퇴진을 준비하면서도 "정부 지분 없는 금융회사(연임 포기 기자회견 중 정부 겨냥 발언)", "(차기 회장은) 리스크 테이킹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오면 좋을 것(일명 '에버랜드' 발언)" 등을 던져 그렇잖아도 강한 KB 회추위(그 배경에는 사외이사들의 독립성)에 힘을 실어준 상황이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의 이 같은 차이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취임 무렵 "우리금융은 정치화됐다. 관치가 없으면 정치가 되는 것이며, 정치가 없으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의 내치가 되는 것"이라고 힐난한 데서 극치를 보인다. 관계의 시각은 '포스트 어윤대 시대만 열면 되는 KB'와 달리 우리금융에 어느 정도 싸늘한지를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는 풀이다.
이런 와중에 펼쳐지는 인사 예술이라 이번 우리금융 건의 귀추가 더 주목된다.
◆서강학파 발탁론? 약효 없었나…'돌발 인사'도 키워드 아닌 듯
13일 은행계에 따르면 우리금융 회추위가 위의 3명에 대한 후보 리스트를 정부와 청와대에 보고하게 되는 상황이며, 다소 앞서고 있다는 평을 듣는 이는 현직인 이 행장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다만 지나치게 성급한 치고 나가기식 보도라는 우려가 높고 중간결론적으로는 이 행장과 이 위원장으로 좁혀진 것 정도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춘래이불사춘(봄은 왔지만 봄이 아니다): 우리금융그룹 차기 회장직 선출을 놓고 막판 힘겨루기가 진행 중인 가운데 어떤 내부 출신이 회장직에 등극하는가에 따라 당국의 의중을 해석해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회현동 우리금융 본사. = 임혜현 기자 |
아울러 청와대와는 '서강학파 출신'으로 연이 닿는다는 점에서도 유력 후보 중의 유력 후보로 초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학맥 논란이 역차별로 작용한 점이 있고, 더욱이 매각 관련 유연성 문제를 모두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하는 현재 상황에서 적합성에 의문이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여러 분야를 두루 거친 금융 전문가로 정통 은행가 출신들보다 더 우수한 점이 있는 게 사실이나, 그런 한편 회현동에 현직으로 있을 때 갈등 국면 등을 굳이 피하지 않은 강성으로 알려진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돌발 인사와 일단 낙점하면 반발에도 그대로 밀고 가는 청와대의 인사 스타일이 우리금융 이번 안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부파 인사 3인이 최종적으로 밀고 올라간 상황에서, 돌발의 폭이라야 김 부사장이 승기를 거머쥐는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우리금융 차기 회장 선발 문제는 결국 돌발보다는 안정쪽에 크게 치중하고 있고 그런 결과가 나오는 수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김준호 부사장, 3인 막판 경쟁 진입의 의미와 한계
유력한 양강 주자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위원장과 이 행장의 진검승부에 주된 관전 포인트가 있어 보이는 중에 '돌발 및 비상사태'라야 김 부사장이 승기를 거머쥐는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우리금융 차기 회장 선발 문제와 그 배경을 이해하는 것은 결국 이들 인물들의 키워드 풀이가 중요한 한 자락일 수 있다.
김 부사장의 3인 최종 경합 구도 참여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영감을 제시한다. 우리금융의 그간 경합 구도는 역대 최고경영자(CEO)들의 면면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동안 우리금융 회장직에는 당국과 정권 창출 공로자가 번갈아 가며 발탁됐던 게 사실이다.
일례로,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사령탑을 맡았던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장이 우리금융 회장 후보로 출사표를 던질 당시 금융권에서는 '이미 끝난 게임'이라는 평이 있었다. 모피아(자기 몫을 챙기는 기획재정부 출신들의 관례를 안 좋게 이르는 말) 출신으로 당국의 지지 세력을 등에 업은 만큼 회추위를 여나마나 결과는 빤하다는 해석론이었다.
그런데 이번 게임에서 행정고시 출신이자 감사원, 보람은행(현재 하나은행으로 흡수) 근무 경력 등을 갖춘 김 부사장의 역할론은 이보다 작아 보인다. 일단은 국방부에서 관료 생활을 시작, 감사원으로 옮겼고(감사원은 관료로 막 첫 출발하는 초임 사무관은 받지 않는 관행이 있다고 알려져 있음. 실무를 모르고 남을 평가하는 입장에 서게 되면 '버릇'이 나빠진다는 이유라고 함) 그런 후에는 여러 시중은행 업무들을 거쳤다.
즉 구 재무부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는 기재부식 논리(모피아 문제)에서 자유롭다. 반대로 보면, 기재부 관료 논리로 민영화를 풀어가야 할 당국(금융위도 넓게 보면 이 맥락으로 볼 수 있음) 논리에서 볼 때, 정통파에서는 비껴서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관료 출신 메리트를 누릴 여지가 없는 셈.
아울러 기업은행에서 감사 업무를 맡았던 점 등 주된 이력은 (내부 계선조직에서 삽을 직접 들어본 인사가 아니라) 관찰자역을 해 온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보람은행이 피인수당한 이후에도 하나은행에서 서울은행 통합추진단 등을 거치는 등 능력을 인정받은 점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우리금융이 민영화에서 여러 번 실패해 최대한 많은 방법지를 놓고 많은 매각방법론을 이리저리 그리면서 그런 와중에 조직을 계속 운전해야 하는 사정에 적합한지에서 두 주요주자에 비해 약간 감점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종휘 위원장의 강점: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이 위원장으로 낙점된다면, 우리금융의 향후 운영 방점은 (적어도 당국에서는) 현안의 해결이라는 데 찍는다는 데 있다. 이 위원장은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시절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파생상품 투자 손실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부담이 있다고 평가된다.
예금보험공사는 2009년 이 책임을 물어 당시 황 전 회장(당시 KB금융지주 회장으로 근무)에겐 직무정지 3개월 상당의 징계를, 이 당시 행장에겐 경고조치를 각각 내렸다.
PF 부실 등 문제도 이 위원장의 주된 책임 문제는 아니나, 결론적으로 그의 시절에 업보처럼 터져 나왔다.
이종휘 신용회복위원장은 우리은행장 재직 시설, 과거 벌어진 지나간 모든 허물을 최고위층이 짊어지는 모델을 수립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정도경영' 키워드를 실천한 점도 강점이다. 사진은 고종 황제와 2대 은행장인 영친왕 묘역을 참배하는 이 위원장(2009년 사진). ⓒ 우리은행 |
이런 한계를 딛고 이 위원장이 등극한다면 이는 모든 문제를 짊어지고 간다는 지도자적 역할론에 무게가 실린다는 뜻이 된다. 청와대에서 선친인 고 박정희 대통령의 논리를 택해 난제 중 난제인 우리금융 해법을 바라본다면 이런 쪽으로 무게가 실릴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는 논리로 최종책임은 자신에게, 과실과 영광은 조국에 돌린다는 자세를 피력했다. 공교롭게도, 이 위원장은 대한제국 시절 설립된 은행 역사에서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가 경제위기 시절 강조한 정도경영론을 영친왕 참배 관련으로 비장한 자세를 강조했던 대목과 겹쳐서 기억하는 이들이 아직 많다.
◆이순우 현 행장, 빼기 경력 눈길 '역대 최악역' 맡을 수도
이 행장의 역할론은 이 위원장이 등극할 경우 지게 될 부분과 많은 부분 겹친다. 우리금융의 매각(민영화)과 이후 안정적 구도로 회사를 이끌어 가는 수뇌부의 역할이다.
하지만 이 행장이 회장에 선출되는 경우 역할에 대한 분석은 양면적이다. 이 행장은 이 위원장이 비장하게 경제위기에 맞서던 시절 이후에 행장직을 수행하면서 약간 여유로운 제스처를 택할 수 있었다. 고객제일과 현장중심, 정도영업의 문자를 하나씩 딴 일명 '고현정 스타일'을 펴면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현직으로 당면 과제를 잘 파악하고 있고 내부 사정에 가장 정통하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이종휘 전 행장 시절의 '정도경영'에서 한 걸음 발전한 '고현정 철학(고객제일, 현장중심, 정도영업의 두문자를 딴 것)'을 설파하는 등 분위기가 약간 더 밝다는 이점도 있다. 사진은 지난 3월13일 채용박람회에 참석한 전문계고 학생들에게 표정관리 비법을 직접 선보이는 모습. = 임혜현 기자 |
이 행장이 이 위원장보다 한결 부드러운 이미지로 세간에 인식되는 점도 있다. 하지만 우리금융 민영화는 우리투자증권 분리 매각이나 여러 지방은행들의 처리 문제 등 방법론상 난점이 많고 그런 만큼 절충안을 택하고 이를 처리하는 와중에 암초도 많다.
우선 우리금융이 매트릭스로 체제를 바꾸겠다고 한 와중에 노조가 반발한 점을 기억하는 이들은 이번 회장이 누가 되든 일단은 노조의 지나친 몽니 가능성과는 한 번 충돌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 행장이 악역을 맡아 잘 수행할지가 관심을 모으는 부분인데, 실제로 이 행장 이력 중에는 이 키스톤PE 회장이 우리은행장 겸 지주 부회장을 하던 시절, 구조조정 담당 임원으로 있었다는 대목이 있다.
일명 '이덕훈 시대'의 좋은 점을 주로 기억하는 내부 분위기가 있기는 하지만, 그 시대를 뒷받침하던 계선조직의 당시 역할론 전반에 대해서까지는 냉정한 평가가 완성되지 않은 게(역사로 보기엔 지나치게 가까운 과거이므로) 현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강한 드라이브를 걸던 상관을 모시는 와중에 가장 첨예한 '빼기'라는 구석에서 스케치해 본 경험이 있다는 경험 즉 이런 문제를 실제로 공부하고, 준비해 본 이 행장의 이력이 앞으로 민영화 와중에서 어떻게 녹아들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