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공유지는 용도에 따라 쓰임새가 각기 다르다. 아무리 유휴용지로 놔두고 있다고 해도 그 위에 건물을 지어 개인용도로 사용할 수는 없다. 특히 상하수도나 가스관이 매설된 땅은 언제 교체작업을 할지 몰라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런 불법행위는 서울외곽일수록 비일비재하다. 수도권 내 대표 1기신도시, 경기도 성남과 고양을 다녀왔다.
2010년 12월13일 오후 10시30분경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상동 외곽순환고속도로 중동IC 부근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 불법으로 세워둔 유조차에 불이 붙은 것. 중동나들목 부근은 이튿날부터 전면 폐쇄됐고, 인근 주민들은 수개월간 불편을 감내해야만 했다.
당시 조기진압이 어려웠던 이윤 불법 적치된 컨테이너와 무단 주차된 차량 탓이 컸다. 이들로 인해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지면서 불길이 더욱 세진 것이다.
'중동IC 화재사건'이 일어난 지 어느 덧 3년이 지난 지금, 국유지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지난 8일 성남·고양권 한국수자원공사 일대를 둘러봤다.
상하수도 관로가 매설된 이 곳에 컨테이너박스와 인명구조견 사육장이 자리하고 있다. = 김태형 기자 |
성남권관리단 시설관리과에 따르면 공유지는 개인이 이익을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다만, 수도복구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 임대가 허용되고 있지만, 임대자가 또 다른 제3자에게 재임대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이와 관련 이승우 시설관리과 차장은 "임대는 그 사용용도에 제한이 있다"며 "고정구축물이라던가 수도복구에 지장을 초래할 경우 임대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주차장용도로 임대를 받았다면 개인주차장으로는 사용가능하지만, 유료주차장으로 '영업'을 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관할토지 '어디까지 가봤니?'
성남권 국유지 무단점유 실태는 어떨까, 예상외로 불법적치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성남권관리단 건물에서 500m도 떨어지지 않은 한 상수도관 매립지. 그곳은 이미 세퍼드 세 마리의 집이 있었다. 그 옆으로 사무실용 하얀 컨테이너박스도 보였다. 컨테이너박스 한 면을 끼고 녹색펜스가 쳐있는 식이었다.
사육장 주인 조모(57)씨는 "불법인줄은 알지만 이 주변만 해도 임대를 받아놓고 장사하는 사람도 있다"며 "이 개들은 인명구조견으로 이곳에서만 12년을 살며 항상 지역주민들에게 봉사해왔고 '세퍼드아저씨'라고 하면 나를 다 안다"고 말했다.
이어 조씨는 "국민과 국익에 도움이 되고자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한 일이지만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회의감을 느낀다"며 "6월에 철거하기로 했다"고 말을 보탰다.
한국수자원공사 표지석을 중심으로 각종 건설 폐자재가 잔뜩 쌓여있다. = 김태형 기자 |
이곳 관계자는 "그 곳은 우리가 사다리차 세우려고 정상적으로 입찰을 통해 사용하는 곳"이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무단 적치물에 대해선 "모른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러한 임대 후 실태에 대해 성남권관리단 관계자는 "그럴 리 없다"며 고개만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무법지대 국유지 슬럼화?
다른 지역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고양권관리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고양지역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앞서 방문한 성남권역과는 달리 고양은 문제점이 한 두 개 정도가 아니었다. 불법컨테이너 적치는 물론 '샌드위치 패널(판넬)'을 포함한 각종 건설폐자재들이 쌓여있었으며, 용도를 알 수 없는 하우스를 개설한 곳도 있었다.
한국수자원공사 표지석이 가리키는 곳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유사휘발유를 파는 하우스가 있다. = 김태형 기자 |
상하수도 매립 표지석을 따라 조금 더 걷다보니 건설폐자재를 쌓아둔 곳이 나왔다.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사무실용 컨테이너박스로 다가갔지만 문이 굳게 잠겨져있는 상태였다.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투견 양성을 위한 대형견 사육장도 있었다.
고양관리단 관계자와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관계자는 "사실 우리도 알고 있지만 그 동네서 몇 십 년씩 살아온 분들"이라며 "불법적치와 관련해 몇 번 말을 했지만 우리말은 듣지도 않는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국유지를 무단점유한 사람은 연간사용료의 120%를 변상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