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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진택배 퀵서비스 논란, '투명하게' 대응하라

노병우 기자 기자  2013.05.10 12: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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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5일 KBS 2TV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가정의 달 특집을 맞아 가족을 위해 오토바이에 올라 탄 아버지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사회적으로 은퇴에 접어들거나 인생의 황혼을 채비할 나이에, 실패를 딛고 가족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빨리 달려야 하는 '퀵서비스' 일을 하는 아버지들의 인생사가 방송됐다.

불경기라 일감은 줄고, 업체에 내야 하는 건당 수수료를 비롯해 △기름 값 △통신비 △오토바이 유지비 등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손에 남는 돈은 절반 남짓인 사정이 전파를 타고 일반에 널리 알려진 셈이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기사들이 모여 종사하는 영세사업체인 퀵서비스 시장에 종합물류기업인 한진택배가 진출했다는 의혹을 사며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논란은 한진택배가 지난 2009년부터 거대한 영업망을 이용해 퀵 서비스 물량을 다량으로 확보한 후 퀵서비스 업체들에게 다시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앉아서 '중간 수수료'만 챙기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이와 관련 한진택배 측은 택배 배송 시 화주들이 원하다보면 퀵서비스를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협력관계를 맺고 있던 업체를 연결시켜 줬을 뿐 이를 통해 큰 수익을 거둔다기보다 고객 특화서비스 개념(서비스 차원)으로 진행하는 정도라고 밝혔다.

상황만 놓고 보면 한진택배도 난처한 입장이다. 퀵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화주들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보니 효율적으로 업무를 분담하기 위해 화주와 퀵서비스 업계 사이의 중간다리 역할(단순 연결)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피 했던 것.  

하지만 한진택배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의혹의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퀵서비스라는 직업이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표적인 '워킹푸어'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한진택배 같은 대기업이 퀵서비스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가격인하 경쟁' 또한 그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이 거셀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행법상 퀵 서비스는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의 진출이 불법으로 볼 여지는 없다. 하지만, 비록 한진택배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았다고는 해도 최근 '경제민주화'가 사회적 화두로 자리 잡은 오늘날 상황에선 '비도덕적 경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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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택배는 무엇보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종합물류기업으로서, 기업의 전력상 부득이하게 퀵서비스를 운영해야 한다면 업계의 피해를 주지 않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시스템을 택할 것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지금 거대한 기업들의 각종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진출에 대한 비판론이 비등한 데다, '갑과 을의 갈등 구도'가 부각되는 등 대기업들이 스스로 사회적 역할을 재점검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모쪼록 이번 논란이 유관업계와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은 물론, 베이커리 및 대형마트 등 대기업 골목상권 빼앗기 논란으로 커지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