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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출판문화산업③] 전자책: 뜬구름잡기 혹은 청운의 꿈

디바이스는 되는데 문화가…" 환경 달라 美성공 따라잡기 쉽지않아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5.09 15:5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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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책을 읽지 않는 사회, 하지만 IT강국이라는 이점을 살리면 출판문화산업도 중흥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전자책(e북) 시장 규모의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11년 2891억원선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3250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5830억원선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단행본'으로 따져도, 한국전자출판협회에 따르면 작년 전자책 단행본 시장 규모는 800억원 수준이다. 재작년 500억원보다 60%가량 성장한 수치다. 지난해 연말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2년 콘텐츠산업 결산 및 2013년 전망' 세미나에서도 출판 시장의 성장이 사실상 멈춘다는 전망이 나온 것을 기억하는 이들은 '종이와 잉크' 대신 '단말기에 e북을 담는 문제'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장밋빛 추세와 전망은 '의문의 꼬리표'를 완전히 떼지 못하고 있다. 첫째, 전자책 시장의 성장 흐름에 대한 추세를 관찰한 이들 중 일부는 지금 성장이 '속된 말로 렉이 걸린(컴퓨터가 일시적 처리 장애에 말려든 것)' 상황, 즉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있는데 일시적 성장세 둔화를 보인 것인지 아니면 털어낼 수 있는 여력을 모두 피운 뒤 안정적 저성장 상황에 접어든 것인지 의문을 갖는다.

둘째, 디바이스 문제 즉 인프라가 되는지 과연 콘텐츠는 고객 욕구를 충족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디바이스와 유통쪽에선 일단 걸림돌 없어

우선 전자책을 읽을 도구 문제에서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처한 환경은 나쁘지 않다. 인터파크가 e북 전용단말기인 '비스킷' 신규 판매를 지난해 7월 중단했지만, 전자책을 스마트폰앱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런 형태의 소비자가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짐)을 감안해야 한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 비율이 40%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자책이라는 것 자체가 설 땅이 없다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도서유통계에서까지 군침을 흘리며 지속적인 시장 확장책을 선보이고 있다. 인터파크의 단말기 경우도 이미 언급했지만, 교보문고는 지난 2월20일 전자책 대여, 일명 'sam 서비스'를 시작해 40일만인 지난 4월초 이미 회원 1만명 돌파 위업을 달성했다. 
   전자책을 대여해 주는 교보문고 sam 서비스가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 교보문고  
전자책을 대여해 주는 교보문고 sam 서비스가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 교보문고

e북 시장, '비현실적 낙관주의'에 둘러싸였나?

3월15일 하나대투증권이 대표적 인터넷 서점인 예스24에 대해 내놓은 보고서 중에도 긍정적 전망이 엿보인다. 도서시장 전체에서 온라인 서점 점유율이 소개된 대목이 있다. 김민정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국내 온라인 서점이 전체 도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 수준으로 북미의 경우 60%인 것에 비해 여전히 낮아 성장 여력이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전자책 시장 규모의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07년 1235억원 △2008년 1278억원 △2009년 1323억원 △2010년 1975억원 △2011년 2891억원 △지난해 3250억원으로 성장일로에 있는 것은 맞다. 금융투자업계나 전자책 관계자들의 추정치는 대략 2013년 5830억원선을 이룩할 것으로 제시된다.

그런데 2009년에서 2011년 사이 매년 금액의 성장 규모와 2011년에서 2012년 사이 성장세는 꺾임이 엿보인다. 이를 '오프라인 시장에서도 그랬듯 불경기 여파를 타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입장이 있다. 이 견해를 따르면 2013년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좀 더 용이하다. 다만, 이미 성장판이 닫힌 게 아니냐는 쪽으로 우려할 수도 있다.

한 마디로, 미국 시장 대비 온라인 서점 성장의 기대감도 있고, e북이라는 시장 자체도 성장 느낌이 아직 있는 것도 사실인데 무엇이 문제냐는 입장과 지금 이대로는 정체 내지 좌초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공존하는 셈이다.

콘텐츠 확대 문제, 유통과 출판의 공존 문제 등 몇 각도에서 이 두 견해 중 어느 쪽이 적중 가능성이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높아지는 시점이다.

전자책도 '원래 책 읽는 사람'이 사…"冊 신성시하는 문화에 발목" 우려까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연구소가 디지털 독서환경에서 국민의 전자책 독서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2012 전자책 독서실태 조사'의 결과를 3월6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전자책 독서율은 14.6%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책을 읽지 않는 사람까지 포함해 계산한, 국민 연평균 전자책 독서량은 1.6권이었다. 종이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도 많은 현실을 생각해 보면 나름대로 선방한, 긍정적인 통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통계에서는 이런 점 또한 명확해진다. 바로 '독서 선호도가 높을수록 전자책 독서율 비율도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대목이다. 이는 종이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전자책도 읽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종이책과 전자책을 모두 읽는 독자(전체 응답자의 13%)가 전자책 독서인구(전체 응답자의 약 15%)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 전체적으로 독서에 대한 열의가 떨어지는 한국 시장에서는 성장이 파죽지세로 뻗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아마존 성공 케이스를 절대적으로 우리 시장에 대입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의 온라인 서점, 전자책의 시장 파이 등을 참조할 수 있지만 환경이 다르다는 점에서 수정치를 만들어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근 10년을 출판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A씨는 "우리나라 독자들은 책을 신성시한다"며 전자책은 어렵다고 보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 관계자는 "(독서를 좋아하는지 도서 구매를 많이 하든 아니든 간에) 책을 신성시하고 소장하려는 욕구가 강하다"면서 이 같은 문화에서는 오프라인 시장의 문고본, 온라인 시장의 e북이 잘 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또 값을 세게 매길 수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예를 들어 "우리 독자들은 종이책이 1만원이라면 2000원쯤에 e북을 구입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이렇게 격차가 나게는 출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 잡지 포천은 세계 3위의 경제력을 가진 IT강국인 일본에서도 전자책이 외면받고 있다고 지난 2월 보도한 바 있다. 72%의 일본인들은 "전자책을 써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사용할 계획이 없다"고 이 기사는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이는 전통적으로 종이책자를 선호하는 프랑스인의 응답률(66%)조차 넘어서는 것이다.

즉 IT의 발전과 e북에 대한 수용성은 다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근래 나타난 바 있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에서 나타난 시장 감소는 '경제침체 영향으로' 나온 결과가 아닐 수 있다. 사실 이 경제난국 분석이 설득력을 높이려면 이전에도 전자책 성장세가 덜 나왔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도서 전반에 대한 수요 감소가 '뉴노멀'로 굳어질 가능성을 예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높아진다.

◆'내 돈 주고 사도 읽기 어렵다' DRM 편견과 읽을 만한 '꺼리' 증대 문제가 절실

이런 출판계 관계자의 1만원 대 2000원 발언과 겹쳐 볼 때 의미심장한 부분은 편의성 문제다.

그렇잖아도 비싼 돈 주고는 전자책을 사 보기 싫은데, 읽기 불편하다는 식의 느낌을 (어떤 식으로든) 받는다면 시장은 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외국, 즉 아마존 등은 카드 번호를 한 번만 저장하면 클릭 한 번으로 도서를 구매하게 하는데 이는 편의성 면에서 엄청난 경쟁력이 있다. 그런데 우리 시장은 그간 이런 e북 관련 환경을 시장에 만들어 주는데 완벽하지 못했다. 관계 시장이 커질 수 있는 시간을 까먹은 셈이다.

쉽게 말해, 소비자들은 도서를 한 권 사면 자신이 소유한 여러 단말기서 두루 보고 싶어한다. 그런데, 유통업체, 출판사와 단말기 관련회사마다 만약 다른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디지털저작권 관리)을 주장하고 나서면 곤란하다. 교보문고 등 유통계와 출판사 측이 의견의 일부 상이점을 가졌던 것도 이런 부분이다. 유통쪽과 출판사쪽은 전자책 사업을 두고 의견 차이를 보여 왔는데, 지난해 연말에 교보문고와 출판계가 DRM 동시 사용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더 문제를 빨리 봉합하는 해법은 지난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저작권위원회가 발주했던 표준 DRM 개발이 어서 뿌리를 튼튼히 내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남은 문제는 콘텐츠다. 좀처럼 큰 돈을 투자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가짓수마저 부족하다는 느낌을 줘서는 설상가상이다.

이런 점에서 문화저변 확대 차원에서 e북 구매나 대여 비용 모두를 일정한 지원 범주에 넣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대두된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도서관 지원 사업을 한 전례를 참조해 우수콘텐츠를 보급하는 틀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괜찮은 전자책 콘텐츠 등장이 어려운 것은 잘 팔리지 않는 기존 상황에 기인한 바도 적지 않은 만큼(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악순환 문제) 시장 크기 키우기 차원에서 해외 등 영역 개척을 함께 해 주는 방안도 숙제로 남는다.

우리 전자책 시장이 영미권처럼 성장하는 데 애초에 무리가 있는 것은 언어권 시장이 협소해 '하루이틀이면 무료배송이 가능한 오프라인 시장과 전자책 시장이 사실상 같은 시장을 놓고 싸우는' 데에도 일정 부분 문제가 있다. 따라서 영역 넓히기, 교포 시장이나 번역책을 통한 해외 진출 지원 필요가 대두되는데, 문화부가 연초 2억원 규모의 '수출전자책 번역 지원' 사업을 시작키로 한 점은 고무적이다. 교포 시장의 경우도 미국 교포 독자가 국내 독자보다 전자책을 3배 가까이 많이 구매한다는 인터파크글로벌의 고객 자료 분석을 보면 상당한 블루오션이다(2012년 1년간 인터파크도서 고객 1인당 구매권수와 구매 단가를 분석한 결과, 종이책과 e북의 구매 배중이 미국은 87:13, 한국은 95:5로 미국 e북의 비중이 2.6배나 높게 나타났다고 함).

결국 전자책의 현실과 가까운 미래는 "한국에선 전자책이 어렵다"는 쪽에 더 가까울지 모른다. 하지만 몇 가지 장애물 극복과 교두보 마련에 정확하게 여력을 털어넣는다면 5830억 e북 시장의 꿈은 꿈만이 아닐 수도 있다. 지난해 여름 한 컨퍼런스에서 성대훈 당시 교보문고 디지털콘텐츠 팀장이 "출판사들이 어떤 책을 출간해야 하는지 그 목적과 가치를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한 점에서 보듯, 전자책 시장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