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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혼다 파일럿, 남성미 물씬 '미국 스타일 SUV'

굵은 선 바탕 깔끔한 디자인…독자적 기술로 고성능 뽐내

노병우 기자 기자  2013.05.09 13: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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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2003년 탄생한 혼다 파일럿(PILOT)은 미국시장을 겨냥한 미국형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지난해 11만6000대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등 북미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지난해 국내 출시를 앞두고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파일럿은 본인의 진정한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면서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5개월간 76대 판매에 그쳐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인텔리전트 패밀리 어드벤처(Intelligent Family Adventure)'라는 콘셉트로 개발된 파일럿은 아웃도어의 활동적인 생활양식에 어울리는 대형 SUV로, △일본 △호주 △중동 △러시아 △동남아 등을 거쳐 지난해 11월 국내시장에 2세대 모델이 출시됐다.

비록 '일본 특유의 섬세함'과 '독일차의 섹시함'은 조금 부족하지만, 일상생활은 물론 비즈니스용으로도 적합한 실내 공간을 갖추고 있으며, 여기에 오프로드 상황에서도 최고의 성능을 발휘해 아웃도어 생활을 즐기는데 안성맞춤이다.

강인한 남성적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 파일럿을 타고 서울 여의도를 출발해 △서부간선도로 △서해안고속도로 △제2경인고속도로 등을 거쳐 인천항을 왕복하는 총 100㎞ 구간을 시승했다.

◆강인한 '마초' 분위기… 실내 공간 남다른 활용도 '으뜸'

처음 본 대형 SUV 파일럿의 모습은 큰 덩치만큼이나 엄청난 위압감이 전해졌다. 길이가 5m가 넘는 오디세이(혼다) 및 시에나(토요타) 등 미니밴보다 다소 작은 4875mm(전장)이지만, 실제보다 훨씬 크고 강인하게 다가오면서 '마초'의 매력을 풍긴다.

전체적인 외관은 곡선과는 타협하지 않고 절제미를 살린 굵은 선을 바탕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디자인됐다. 두꺼운 사각형 필러와 함께 거대한 차체만큼 큰 사이즈로 전면부에 자리 잡은 라디에이터 그릴은 묵직하고 안정적인 느낌까지 제공한다.

또 후면에 장착된 듀얼 머플러와 남성미가 느껴지는 4각 리어 램프는 전체적으로 박스타입의 정사각형에 가깝게 디자인되면서 시각적으로도 뛰어난 균형미를 선사했다. 여기에 테일게이트(tail gate·후부 개폐판)를 열지 않고 후면 유리만 따로 개폐가 가능하도록 '리프트 업 글래스'를 적용해 간단한 짐을 손쉽게 싣고 내릴 수 있는 편의성도 인상적이다.

   제2세대 '파일럿'은 가족 단위의 아웃도어 생활을 즐기는데 안성맞춤인 모델이다 도심에서도 잘 어울리는 세련미와 동시에 강인하면서도 역동적인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 혼다코리아  
제2세대 '파일럿'은 가족 단위의 아웃도어 생활을 즐기는데 안성맞춤인 모델이다 도심에서도 잘 어울리는 세련미와 동시에 강인하면서도 역동적인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 혼다코리아
실내 인테리어도 외관과 같이 섬세함보다는 큼직큼직한 투박함이 느껴져 화려한 디자인에 익숙해진 국내소비자들에게는 다소 밋밋하고 심심할 수도 있다. 대신 센터페시아의 버튼들이 주행 중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작은 동선 내에 배열되면서 뛰어난 기능성을 자랑했다.

이와 함께 3열 7시트의 구조로 실용성이 강조되면서 좌석마다 컵 홀더를 포함한 다양한 수납공간이 배치된 것이 눈에 뛴다. 여기에 승차인원과 적재물량에 따라 분할 플랫 폴딩이 가능한 시트를 적용해 높은 공간 활용도를 제공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성인남성 중 95%를 수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3열 좌석은 넓은 시야 확보를 위해 앞좌석보다 조금 높게 설계하는 세심함도 느낄 수 있다.

◆수준급 승차감, 큰 덩치 걸맞은 묵직함 '일품'

본격적으로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시동을 걸었을 때는 탱크소리를 낼 것 같던 투박한 외관과는 달리 놀라울 정도로 조용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2톤이 넘는 무게 탓인지 빠른 응답성을 제공하진 못했지만, 저속에서 벗어나 고속주행에 들어가면 안정적인 승차감이 일품이다. 파일럿이 '잘 달리기 위한 차'가 아닌 '레저를 즐기는, 가족을 위한 차'라고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파일럿은 큰 덩치를 끌기 위해 혼다의 독자적 기술로 개발된 3.5L VCM 엔진이 탑재돼 최대출력 253마력과 최대토크 35.0kg·m의 성능을 자랑한다. 또 주행상황에 맞게 실린더 작동을 최적화해주는 가변 실린더 제어기술(VCM)을 통해 조용하고 편안한 도심주행능력도 보여줬다.

여기에 실내소음과 엔진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브랜드 독창적 기술인 ANC(Active Noise Cancellation) 및 ACM(Active Control Engine Mount) 시스템을 적용해 높은 수준의 정숙성 및 승차감을 제공하는 매력적인 주행을 뽐냈다.

   파일럿은 차체 강성을 극대화 시켜주는 고장력 강판과 6개 에어백, 힐 스타트 어시스트(Hill Start Asist) 기능 등을 추가해 탑승자의 안전을 보장한다. ⓒ 혼다코리아  
파일럿은 차체 강성을 극대화 시켜주는 고장력 강판과 6개 에어백, 힐 스타트 어시스트(Hill Start Asist) 기능 등을 추가해 탑승자의 안전을 보장한다. ⓒ 혼다코리아
파일럿은 굴곡이 이어진 코스를 공략할수록 자세 유지 능력이 뛰어남을 느끼게 했다. 뿐만 아니라 고속주행 시 스티어링휠을 좌우로 움직여도 언더스티어(차량이 코스 밖으로 밀려나가는 현상)나 쏠림현상이 발생하지 않으며 큰 덩치에 걸맞은 묵직함을 느낄 수 있었다.

혼다는 파일럿을 '오프로드에서의 최강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운전자가 직접 수동모드를 선택해 각 바퀴의 토크를 직접 제어할 수 있는 VTM-4(Variable Torque Management) 기술을 적용했다. 이러한 기술력 때문일까. 파일럿은 험로 주행 시 만날 수 있는 불안정한 노면에서도 뛰어난 차체 제어 성능을 제공했다.

다만 파일럿은 큰 차체와 함께 가솔린엔진의 장착으로 △복합연비 8.2㎞/ℓ △도심 7.1㎞/ℓ △고속도로 10.2㎞/ℓ의 효율성을 기록해 연비를 중시하는 국내에서는 단점으로 비춰진다.

파일럿은 편리성과 함께 대폭 강화된 디자인 요소들로 인해 강인한 마초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며 나이에 상관없이 젊은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고객에게 적합해 보였다. 국내에 출시된 파일럿은 △실버 △화이트 △블랙 세 가지 색상으로 구분되며, 가격은 4890만원(부가세 포함)에 판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