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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그룹 계열사 확장 "빚 갚을 여력 된다지만… 글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연장선… 부채비율과 상관없는 문제" 동부 항변

이보배 기자 기자  2013.05.08 1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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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대기업의 계열사가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지난 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현황'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대기업집단 62곳의 소속회사 수는 총 1792개사로 지난달보다 24개사가 늘었다. 그 중에서도 동부그룹에 눈길이 간다. 집계된 대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5개 계열사를 편입한 이유에서다. 높은 부채비율과 재무악화 등의 우려에도 계열사를 편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기업집단 소속사 수는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경제민주화'가 이슈로 뜨면서 꾸준히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1847개사였던 대기업집단 계열사수는 지난 4월1일 1768개사로 79개사나 줄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그 중에서도 동부그룹이 눈에 띈다.

    
"계열사 확장이 왜?" 최근 동부그룹은 5개 계열사를 추가로 편입,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은 동부그룹 사옥. ⓒ 동부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후 5개 계열사 편입

공정위에 따르면 동부그룹은 지난달 '동부대우전자', '대우전자', '대우일렉서비스', '디이로지스' 등 4개 회사의 지분을 인수하고, 보험상품판매업을 하는 '동부엠앤에스'를 신규 설립하는 등 5개사를 계열사로 편입했다.

동부그룹의 5개 계열사 편입이 주목 받는 이유는, 단순히 계열사를 가장 많이 편입해서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높은 부채비율로 재무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계열사를 늘렸다는 데 있다.

게다가 최근 금융권이 대기업의 신용위험평가를 상시화하고, 은행권 등 채권금융기관들도 주채무계열에 대한 수시 점검 등 '옥석가리기'를 본격화 할 태세여서 동부로서는 부채비율 때문에 경영평가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금융금감원은 지난 달부터 부채가 많은 30개 기업집단을 '주채무계열'로 지정하고 해당 기업에 대한 평가를 진행 중이다. 평가가 끝나면 결과가 좋지 않은 그룹은 채권은행들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기업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동부그룹은 이미 지난해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 바 있다. 올해도 평가대상에 포함됐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지난해 맺은 약정은 그대로 이어진다. 나아가 금융당국은 이달 재무구조 평가에 이어 6월 말까지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선정하는 '신용위험 평가'도 실시한다.

동부그룹이 지난해 재무구조개선 약정에 이어 '신용위험 평가'에서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달 9일 한국기업평가는 이미 동부그룹의 계열사 동부체철과 동부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외형 확장할 때인가" vs 상황 개선 가능성↑ 

사정이 이렇다보니, 동부그룹이 최근 계열사를 5개나 늘린 것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안팎으로 재무악화니 유동성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인데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지난달 기준 동부그룹의 부채비율은 약 260%에 달한다. 금융회사까지 포함하면 부채비율은 약 498%까지 증가한다. 통상 80~150%까지를 안정권이라고 볼 때 동부그룹의 부채비율은 높은 편이다.

이와 관련 신한금융투자의 한 애널리스트는 "동부그룹의 경우 벤치마킹이 아니라 종합가전사업에 직접 뛰어든 상황이다. 원가를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전략인 것 같은데 성장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에서도 실패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실패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애널리스트는 "최근 신용등급도 네거티브로 바뀌는 등 재무여건도 여력이 있는 상황이 아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에 대한 투자자금이 높지 않았지만 이런 상황에 굳이 M&A로 외형을 확장해야 했나 싶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계열사 편입과 부채비율의 연관성을 부각시키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란 주장도 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부채비율과 계열사 편입은 아무 상관이 없다"면서 "5개 계열사 편입은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의 연장선이다"고 말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면서 그 계열사를 편입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계열사 편입과 부채비율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한 뒤, '신용위험 평가'에 대해서도 말을 보탰다. 해당 관계자는 "일각의 우려는 모르는 바 아니지만 지난해 동부건설과 동부제철의 실적을 보면 충분히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동부건설은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지난해 비교적 견조한 영업실적을 냈다. 2012년 말 연간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 1조5230억원, 영업이익 572억원, 당기순이익 85억원을 기록한 것. 이는 전년대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각각 205억원, 1798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이와 관련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제철도 2012년 순이익을 전년대비 1765억원 이상 개선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매출액은 소폭 감소했지만 국내외 철강업계가 전년대비 영업실적이 악화된 것에 반해 동부제철은 순이익을 개선시켰고 올해 1분기 실적도 흑자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높은 부채비율 원인 중 하나였던 동부건설·제철의 실적 개선이 반대로 동부그룹의 재무악화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반해 애널리스트는 "제철, 건설 부문에서 순이익이 개선됐다기 보다 적자폭이 줄었다고 봐야 맞다"면서 "부채와 관련해서도 이자를 낼 수 있는 수준은 되지만 계열사 확장이 추가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계열사 전반적으로 금융부문 빼고는 돈을 버는 곳이 별로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기업의 기술력이나 성장성은 무시하고 부채비율만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현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위기가 왔다고 모든 기업을 똑같은 잣대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