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불공정·횡포, 남양유업만의 문제 아냐"

농심·크라운베이커리 등 7개사 대리점주 호소 이어져

[프라임경제] 최근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욕설 파문과 관련해 그간 쉬쉬해왔던 대기업의 불공정·횡포 관행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 주최로 7일 오후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열린 '재벌·대기업 불공정·횡포 피해 사례 발표회(이하 발표회)'에서는 대기업 이른바 '갑의 횡포'에 시달려온 대리점주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욕설 파문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남양유업을 비롯해 농심, 화인코리아, 크라운베이커리, CJ대한통운, GM, 롯데백화점 7개사의 대리점주(가맹점주)·관계사에 대한 불공정 행태와 횡포가 공개됐다.

◆'욕설 파일' 그동안 횡포 비하면 빙산의 일각

최근 대기업 횡포 고발의 중심에 있는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은 이날 "남양유업은 없어져야할 기업"이라며 남양유업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이창섭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협의회(이하 남양유업 피해자협의회) 회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한)욕설 파일은 우리가 당한 피해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남양유업의 불법적 착취와 관례화된 구조적 폭력은 훨씬 심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남양유업의 개별 사례는 사실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관례적, 구조적인 대기업의 횡포에서 대한민국의 99%인 서민을 보호해 주길 바란다"고 정부의 노력을 촉구했다.

◆"남양유업뿐 아니라 전 업종 밀어내기 해"

지난해 7월부터 농심의 횡포를 알려온 김진택 농심특약점(대리점)전국협의회 준비위원회 대표도 이날 "농심도 특약점(대리점)에 밀어내기를 한다"며 "매출목표를 강제 부과하는 것인데, 이는 밀어내기의 전형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진택 대표는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농심의 횡포를 고발했지만 1년이 다돼 가는 현재까지도 공정위는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며 "대신 공정위 신고 이후 농심 측이 특약점전국협의회 활동을 하는 나를 미행, 사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7일 오후 열린 '재벌·대기업 불공정·횡포 피해 사례 발표회'. 이날 발표회에는 남양유업 피해자협의회를 비롯해 농심특약점전국협의회 준비위원회, 크라운베이커리 가맹점주협의회 등 7개사 대리점주와 관계자가 참석해 대기업의 횡포를 고발했다. = 조민경기자

김 대표는 이어 "특약점 약정서(계약서)부터 불공정하게 작성돼 계약을 맺은 이상 특약점주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갑(농심 본사)과 을(대리점주)에게 동등한 권리만 부여된다면 특약점이 억울하게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제만 크라운베이커리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크라운해태제과가 지난해 크라운베이커리를 흡수합병하고 경쟁력과 매장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매장 폐점을 유도하고 다니며 각종 할인과 카드제휴를 중단하고 주문제도를 변경하는 등 오히려 가맹점주들의 점포 운영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 사조그룹 총수일가에 회사를 헐값에 빼앗길 위기에 처한 화인코리아의 최선 대표도 대기업의 횡포를 꼬집었다. 최 대표는 이와 관련해 공정위에 고소했지만 2년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공정한 조사가 이뤄져야한다고 호소했다.

이 외에도 CJ대한통운과 위수탁관계를 맺어왔던 노혜경 전 여수지사 수탁인과 안진걸 GM대리점협의회 처장도 각각 대기업인 CJ대한통운과 GM의 불공정 행위를 고발했다. 이성종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정책실장은 롯데백화점의 직원에 대한 영업압박 행태를 지적했다.

◆"남양사태, 갑을 관계의 맨얼굴" 수평관계로 개선돼야

이날 7개사 대리점주와 관계사가 본사의 불공정 행위와 횡포를 호소하며 이를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이날 행사를 주최한 이종걸 의원은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통한 불공정 행위와 횡포는 근절돼야 한다"며 "오늘 발표회에 참석한 사례자들은 일생을 내맡기고 일하는 중소사업자들로, 이들을 위해 경제민주화를 이뤄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순환출자를 통한 사업확장, 문어발식 사업확장 문제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상생 미덕은 사라진 게 현 상황"이라며 "이런 대기업은 중소기업, 중소상공인 등 우리 이웃의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위협하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한길 대표는 이어 "갑을 관계가 최근 우리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경제적 불평등 해소라는 차원을 넘어 인권까지 포함하는 더 큰 개념으로 풀어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석 국회 부의장 역시 "남양유업 사태로 보듯 이것은 힘 있는 자와 없는 자의 단적인 모습이며, 갑을 관계의 맨얼굴"이라며 "수직적인 갑을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고쳐, 부당한 갑을 관계로 피눈물을 흘리고 도산 위기를 맞는 사람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