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화장품 오늘 10호점 신분당선점. = 전지현 기자 |
소망화장품의 첫 로드샵 '오늘(ONL)'이 론칭 한달 만에 10호점을 오픈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립니다. '오늘'은 지난 3월29일 신촌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시작으로, 이대점, 명동 1‧2호점 등 주요 상권에 매장을 열었으며, 인천‧광주‧부산‧제주 등 전국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에도 입점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소망화장품의 행보가 반가운 것은 중견기업의 부활이라는 점 때문이죠.
지난 2000년대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 '미샤'의 탄생 이후 90년대를 풍미했던 국내 화장품 중견사들은 쇠퇴기를 보였습니다. 이어 더 페이스샵, 네이처리퍼블릭, 이니스프리, 스킨푸드 등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어느 상권에서나 손쉽게 볼 수 있는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 경쟁력에 밀리며 10여 년 동안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잊히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로드숍 브랜드의 독보체제가 이어질 것 같았던 화장품 시장에 소망화장품이 KT&G와의 합병을 통한 마케팅 강화로 중무장하고 '황제의 귀환'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소망화장품은 1997년도에 '꽃을든남자' 브랜드를 선보이며 현빈, 안정환 등 꽃미남 모델을 통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그러나 2013년을 '새로운 비상의 해'로 선언, 공격적인 행보에 나설 뜻을 밝힌 지난해 말, 그들의 선택은 과거와 달리 꽃미남 스타가 아닌 개성파 가수 싸이였습니다.
꽃미남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화장품 모델에 외모 보다는 개성과 실력을 겸비한 싸이를 선택함으로써, 소망화장품 역시 타 브랜드와 차별화된 제품과 전략으로 재기에 나섰음을 내포한 것이었죠. 특히 소망화장품은 지난해 강남스타일로 글로벌 가수가 된 싸이의 스케줄을 감안해 이례적으로 미국까지 스텝을 파견, 현지에서 홍보영상물을 제작할 정도로 과감한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그 덕분인지 싸이와 협업해 만든 '맨즈 밤'은 선주문만 10만개를 넘었고 싸이 콜라보레이션 라인은 출시 한 달 만에 약 20만개 판매 수량 돌파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싸이 화장품 출시 이후 소망화장품 전체 매출 중 남성 화장품 매출이 200% 상승하는 등 놀라운 기록도 세웠죠.
지난 2011년 6월을 기점으로 KT&G에 편입되며 새로운 도약을 시도한 소망화장품은 다나한, 꽃을든남자, 에코퓨어, RGII EX 등 4대 브랜드를 핵심 제품으로 육성, 브랜드숍 시장에 맞춰 뷰티 &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오늘'을 론칭했습니다. 오늘은 화장품에 생활이라는 코드를 접목한 신규 브랜드로 탤런트 최강희와 가수 싸이를 모델로 선정했습니다.
성별과 세대를 아우르는 싸이만의 위트와 친근함,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매력이 오늘(ONL)과 닮았다는 이유였습니다. 또한 세계적 스타가 된 싸이가 오늘이 글로벌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견인차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죠. 소망화장품은 이제 글로벌 브랜드로 나아가기 위한 사전 작업에 충실한 모습입니다.
아울러 경영난에 시달리던 소망화장품은 KT&G 합병을 기점으로 전략도 수정했습니다. 지난해 초 로제화장품 사업부를 접고 소망화장품에만 집중하는 내실경영의 발판도 마련한 것이죠. 지난 2006년 코스맥스에게 팔았던 인천 공장을 다시 매입해 리뉴얼에 착수하는 등 생산 시스템도 재구축했습니다.
KT&G 역시 홍삼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회사라는 강점을 이용, 소망화장품에 대한 마케팅 투자에 힘을 더하는 모습입니다. 사실상 KT&G는 자회사 소망화장품과 KGC라이프앤진을 통해 각각 매스티지(대중적 명품)급 시장과 프리미엄급 한방 화장품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매리트가 있습니다.
지난 2011년 6월 KT&G는 소망화장품에서 화장품 부문 지분 60%를 인수하고 화장품 사업에 본격 진출했습니다. 당시 KT&G는 계열사인 KGC라이프엔진을 통해 홍삼화장품 동인비와 랑을 론칭했으며 신개념 한방스토어를 표방하는 보움을 통해 새로운 유통을 확장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미 홍삼 화장품 기술을 보유한 KT&G입장에서는 소망화장품과 연구개발, 원료조달, 생산, 마케팅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신규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소망화장품의 선택이 메리트 있었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었습니다.
더구나 2011년 당시 KG&G는 2000년 90%를 넘었던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이 58.5%까지 떨어져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했던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KG&G는 소망화장품 인수 후 기초제품, 헤어케어, 바디케어 등 제품별 3개 부서를 두고 연구 개발 부문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에 탄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소망화장품의 재무구조는 여전히 불안요소로 꼽힙니다. 인수합병 당시 소망화장품의 전년 기준 영업이익은 52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26억원으로 반 토막 났습니다. 당기순이익도 1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폭삭 주저앉았죠.
2013년을 제2의 도약시대로 선언한 소망화장품. 마케팅 강화로 탄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만큼 시간의 흐름에 비례해 재무구조도 안정세를 찾아 화장품 중견기업의 부활에 본보기가 되길 희망합니다. 90년대 어머니 화장대에 놓여있던 국내 화장품의 향수를 기억하고 싶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