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세계최대 인터넷 포탈 구글(Google)에서는 '휴면계정 관리서비스'라고 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발표했다. '일정기간 동안 자사의 포탈사이트에 로그인하지 않으면 일정 과정을 거쳐 사망에 준하는 상황으로 인지하여 사전에 등록한 사람들에게 사용자의 디지털 정보를 공유시킨다'라는 개념의 서비스이다. 몇몇 문제점들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사용자 친화적인 서비스로 인식되는 분위기이다.
그런데 이러한 서비스 이면에는 우리가 해결하고 고민해야 할 숙제가 많이 있는 듯하다. 우선 '온라인상의 게시물이나 소유물 등을 개인자산으로 볼 수 있으며 이를 유산으로 상속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논의가 있을 수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세부적인 케이스로 들어가 보면 해결이 쉽지 않은 난제가 많이 있다.
근본적으로 거의 무한한 복제가 가능하고 정보의 전달비용과 생산비용이 혁신적으로 저렴한 디지털 자산의 특성이 '희소성의 원칙'에 기반한 물질적 자산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사회경제 시스템에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더욱 더 정교하고 세심한 법률적,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
현재 국내외에서는 온라인에서 활동하던 사용자가 사망하면서 남긴 계정정보와 디지털 자산을 유가족이나 특정인에게 공개하는 것에 대한 이슈들이 커져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에 대한 법제화나 논의가 부족한 상황이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이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으며 구글의 휴면계좌 관리서비스 이전에도 'Legacy Locker나 Death Switch'와 같은 디지털 유산 관련 서비스들이 제공되고 있었다.
국내 포털이나 SNS 사업자 등에서도 원칙적으로 사망자의 디지털 유산을 타인에게 공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사전에 동의한 대상과 디지털자산에 대해서는 디지털 자산의 접근권을 허용하되 계정사용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유족의 알 권리'와 '망자의 잊혀질 권리'간의 절충점을 찾아가는 듯하다.
천안함 사건에서 희생된 장병들과 故 최진실씨의 미니홈페이지에는 아직도 그들을 추모하는 유가족과 방문객들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고인이 된 장병들의 홈페이지 중 50% 이상이 유가족에 의해 사후에도 운영 관리되고 있는데 그들의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유가족의 슬픔과 고통이 아직도 생생하게 진행 중이며 유가족에게 고인의 디지털자산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느끼게 한다. 디지털 유산에 대한 제도와 법률을 검토할 때, 그들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충분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디지털 유산과 관련된 또 하나의 관점은 거시적 관점에서 '인류의 디지털 자산을 어디까지 보존하고 관리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이미 많은 학자들과 관련 기관에서 이에 대한 연구와 토론이 진행되어 왔으며 미국 의회도서관의 '디지털 유산을 보존하기' 유네스코 32차 총회에서의 '디지털 유산 헌장', 호주 국립도서관의 '디지털 유산 보존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 많은 보고와 발표가 있었다.
놀라운 것은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정보의 홍수'가 일어나고 거의 무한한 데이터 저장과 관리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게 디지털 정보의 급속한 폐기와 망실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저술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스튜어트 브랜드는 그의 저서에서 '컴퓨터기술은 지속적으로 자신을 퇴화시켜 왔으며 위대한 창조자이자 위대한 파괴자'라고 했다. '정보 피로감'이나 '관심 부족' 등으로 정보가 급속히 폐기되기도 하며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나 발전으로 인해 기존의 정보가 완전히 효용가치가 없어지는 일이 발생한다. 또한 특허나 지적재산권의 남용으로 '독점효과'가 발생하여 정보의 공유와 활용이 제한되기도 한다.
박찬선 넥서스커뮤니티 부사장. |
Big Data가 넘쳐나고 방대한 데이터 저장능력을 보유한 현대사회가 자칫 매 순간 새롭게 리셋 되는 단기기억의 사회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