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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얘기만 듣자니…보험설계사 근로자 인정 '명과 암'

보험인협회, 노동부에 퇴직금청구 집단 진정서 제출 예정

이지숙 기자 기자  2013.05.06 16:5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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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보험설계사의 고용형태 논란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의 권익 보호' 공약으로 화제가 됐던 보험설계사의 근로자 인정이 다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형국이다.

보험설계사들은 현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인 개인사업자로, 보험사와 위탁계약을 맺고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설계사들이 보통 근로자와 같이 근태관리를 받고 있고 고객이 보험 상품을 해지하거나 분쟁이 생겼을 경우 보험사들이 책임을 설계사에게 모두 전가해 문제돼왔다.

◆대한보험인협회 "설계사, 고용불안·열악한 업무환경 견뎌야"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보험설계사를 근로자로 인정해야한다는 의견을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전달했다.

지난 4월21일 국민권익위는 보험설계사 A씨가 제기한 민원에 대해 보험사가 매월 고정급 형태의 수수료를 지급했고, 기본수수료 비중이 월등이 높은 점, 근태에 대해 보험사로부터 허락을 받았다는 점 등을 들어 근로자 인정 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A씨는 보험사 퇴사 후 퇴직금 지급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고 이에 고용노동부 부산지방 고용노동청에 보험사를 상대로 퇴직금 지급 요청을 했다. 하지만 근로자로서의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고 이에 지난 2월 국민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대한보험인협회는 국민권익위의 의견표명에 대해 적극 지지하며 보험설계사라는 신분 때문에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 설계사들을 모집해 노동부에 집단으로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대한보험인협회는 우선 근로자와 유사한 업무를 담당했으나 보험설계사라는 신분 때문에 퇴직금을 받지 못한 설계사, 법인 보험대리점의 영업교육실장, 교육매니저, 텔레마케터 등의 설계사들을 모집 중이다.

오세중 대한보험인협회 대표는 "일부 보험사에서는 정규직 직원을 채용하는 대신 보험설계사에게 교육매니저 등의 직책을 부여하고 신입 보험설계사 교육, 영업 관리 등 정규직 직원에 해야 할 업무를 맡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 대표는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는 보험설계사들도 개인사업자로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고 퇴직금도 없는 등 고용불안과 열악한 업무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일자리 감소, 보험료 인상 부작용 따를 것"

하지만, 보험업계는 보험설계사를 근로자를 인정할 경우 사업비 상승으로 설계사 조직 내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고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 현재 설계사 조직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주부들은 근태관리가 강화되면 근무여건이 악화돼 스스로 일을 유지하기 힘들어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설계사의 경우 애초에 다른 직업과 고용형태가 다른 개인사업자인데 이제 와서 근로자로 인정해 달라고 하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설계사들은 근태관리가 일반 근로자와 같다고 하지만 보험업 특성상 규제가 시시각각 변하고 상품교육이 많이 필요한 만큼 일정부분 관리를 하지 않으면 업무를 하기 힘들다"면서 "관리라기 보단 자신에게 필요한 교육을 제공받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일반 근로자로 변경됐을 경우 설계사들의 소득도 지금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구조를 우려하고 있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지금은 사업소득자로 분류돼 경비가 발생할 경우 사업비가 공제되며 세율도 근로자보다 낮게 적용받지만 신분이 변동되면 결국 본인의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 감소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현재와 같이 많은 인원을 감당할 수 없는 만큼 구조조정을 할 수 밖에 없다"며 "그 경우엔 당연히 영업 능력이 우수한 인원 순으로 뽑을 것이고 가사와 일을 병행하는 아줌마 설계사들은 설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황진태 보험연구원 박사는 "현재 '설계사의 근로자 논란'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노동보호 사각지대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자는 취지는 인정하지만 근로자 인정 시 설계사조직 축소가 불가피한 만큼 이를 감수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