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인사이드컷] 서울 한복판 "주꾸미가 나타났다!"

이보배 기자 기자  2013.05.06 15:45:00

기사프린트

    
"주꾸미에 대하여 경례!" 용두동 주꾸미 골목 초입에 설치된 주꾸미 동상이 눈길을 끈다. = 이보배 기자

[프라임경제] 지난주 취재차 서울 용두동에 들렀다가 재미있는 동상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대로변에서 가까운 인도에 주꾸미 한마리가 '경례'를 하고 있는 동상인데요. 용두동에 처음 가본지라 난데없는 주꾸미 등장에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용두동 주꾸미 특화거리'라는 설명이 눈에 들어옵니다. 골목마다 주꾸미 음식점이 가득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서울은 동네마다 대표되는 음식이 참 많기도 합니다. '장충동 족발', '신림동 순대', '왕십리 곱창', '신당동 떡볶이', '마장동 한우', '을지로 골뱅이', '응암동 감자탕' 등이 대표적이죠.

개인적으로 지방 소도시에서 나고 자라서 그런지 '용두동 주꾸미'는 다소 생소했습니다.

매운맛을 참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주꾸미 볶음은 빼놓을 수 없는 단골 요리입니다. 우리나라 전 연안에 살고 있는 주꾸미는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 곳곳에 주꾸미 요리집이 많은데요. 그 중에서도 주꾸미볶음 음식점이 모여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용두동 주꾸미 골목은 서울을 벗어난 지방에서도 매운 주꾸미 요리집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고 합니다.

용두동 주꾸미 골목 안에는 10개 정도의 주꾸미 전문 음식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골목에서는 '나정순할매쭈꾸미'가 원조라고 하네요. 원래 백반집을 하던 나정순 할머니가 주위의 가내수공업 공장을 상대로 장사를 하던 중 우연히 만든 주꾸미 볶음이 인기가 많아지면서 1988년부터 주 메뉴로 팔게 됐다고 합니다. 장사가 잘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점차 다른 가게들도 문을 열었다는 후문입니다.

이쯤 되니 서울시내 다른 먹거리 골목의 역사도 궁금해지는데요.

'장충동 족발 골목'의 시작은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골목에 가장 먼저 가게를 연 사람은 평안도 출신의 전숙렬 할머니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테이블 4개짜리의 작은 가게로 시작했는데요. 근처 장충 체육관에서 프로레슬링, 농구 등의 경기가 열릴 때마다 모여든 사람들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원조집의 규모는 점차 커졌습니다.

이때부터 주변에 한 집 두 집 덩달아 족발집이 생겨나면서 오늘날 같은 골목이 형성된 것이죠. 현재는 10곳 정도의 음식점이 성업 중인데, 모두 최소한 3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고 합니다.

'마장동 고기 골목'은 40년 넘게 서울 먹자골목의 명성을 지키고 있습니다. 비좁고 낡은 골목 안에는 고깃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그 시작은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1963년 종로구 숭인동에 있던 우성산업 도축장이 마장동으로 옮겨지면서, 도축장을 중심으로 고기를 판매하는 상점들이 생긴 것인데요. 당시에는 새벽 4시부터 아침 10시까지 하루에 소 250여 마리와 돼지 2000여 마리가 도축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1998년 이 일대에 아파트와 초등학교가 들어서면서 도축장은 문을 닫고 고기를 판매하는 상점들만 남게 됐지요. 과거 도축장이 있던 시절보다 찾는 사람은 덜하지만 그래도 연간 이용객수가 200만명, 종사자 수는 1만2000명에 달하는, 단일 육류시장 세계 최대 규모입니다.

'신림동 순대타운'은 신림시장의 순대볶음 집에서 시작 됐는데요. 노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던 노동자들이 순대집에 들러 순대를 안주 삼아 술 한 잔씩 하며 하루의 고단함과 피로를 풀었다고 합니다. 1990년대 초 시장을 허물고 그 자리에 상가를 만들면서 그 건물에 순대 가게들이 들어서기 시작해 순대타운이라는 명칭을 얻게 됐습니다.

수요가 많아지자 순대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공장이 구로공단 근처에 생겼고, 이때부터 대량으로 만들어 내는 공장형 순대의 시대가 시작됐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순대의 특성상 신림동 순대타운은 인근 서울대학교 학생들을 비롯해 고시생들, 중고생들은 물론 멀리서 회식하러 오는 직장인들까지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마지막으로 '을지로 골뱅이 골목'을 살펴볼까요. 회사와 은행 등이 몰려 있는 서울 강북의 중심가 뒤쪽에 위치한 을지로 3가 골목 안에는 수십년 전부터 주변 회사원들의 사랑을 받아온 골뱅이 가게들이 모여 있습니다. 메뉴는 단 하나 골뱅이무침 뿐이지요.

이 골목에서 처음 골뱅이무침을 팔기 시작한 '영동 골뱅이'의 개업이 1968년이라고 하니, 이 골목의 역사도 어느덧 40년을 넘어섰습니다. '영동 골뱅이' 사장님은 원래 식료품점을 운영했다고 합니다. 가게 앞 노상 테이블에서 손님들이 간단히 먹을 수 있도록 골뱅이 통조림과 맥주를 판매한 것이 을지로 골뱅이의 시작이었지요.

골뱅이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본격적으로 골뱅이무침 가게로 업종을 변경 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영동 골뱅이'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을지로 골뱅이 골목도 다른 먹거리 골목과 마찬가지로 원조집 주변으로 골뱅이집이 하나 둘 늘어났습니다. 1990년 무렵 현재의 모습과 같은 골목이 형성, 최근에는 10곳 정도가 손님을 맞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