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이 '유종의 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어 회장은 근래 신정부 출범 이후 금융공기업 수장들의 교체 바람에 함께 자리를 내놓기로 한 바 있다. KB금융그룹은 민간금융회사지만, 어 회장은 고려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지난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로 꼽힌 바 있다. 어 회장의 연임 포기 발언은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 등이 물러난 이후 고민 끝에 내려진 것으로, 어 회장은 남은 임기까지만 KB금융을 이끌게 된다.
◆리더십 수상에 격의없는 내외 행보로 눈길
통상적으로 이런 경우 후임자를 위해 남은 임기를 조용히 현상 유지 차원에서 관리하는 '공백없는 경영' 정도로 추진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어 회장은 대외적으로나 내부적으로 더 큰 일을 벌일 것은 아니지만 편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이달 3일에는 직원들을 극장으로 불러내 CEO와의 대화 시간을 갖게 했다. 자기 직장을 이끄는 수장에게 편하게 소통을 시도할 자리가 없다는 점에서 이 같은 행사가 이색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더욱이 퇴임을 결단한(4월29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연임 포기를 선언) 상황에서 굳이 문화행사와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만든 배려에 눈길이 쏠렸다.
또 어 회장은 11일에는 경기도 용인 소재 에버랜드에서 열리는 꿈나무마을 사랑만들기 행사에 계열사 임원들과 직접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기자들을 의식해 두문불출하거나 언론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태도다.
이런 점은 어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기로 선언하기 직전인 지난달 24일 아시안 뱅커가 선정하는 아시아-태평양 금융산업 관련 상인 'The Asian Banker Leadership Achievement Awards 2013' 수상자로 선정되는 등 리더십에 관련, 나름대로 인정을 받고 있는 분위기와도 연결된다.
◆4대 천황 중에는 어윤대의 KB 성적 제일 우수?
더욱이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이나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 앞서 언급한 산업은행의 강 전 행장 등과 같이 금융권 4대 천황으로 꼽혔던 어 회장은 이들 가운데서는 경영 성적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국내 관련단체에서도 꼽고 있다.
어윤대 KB 회장이 이전과 같은 행보를 임기 말에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유종의 미'라는 풀이가 나오지만, 일부에서는 영업성과 등을 바탕으로 당당한 퇴임 이후 전문가 활동을 계속하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사진은 문화행사 및 대화시간을 가진 어 회장과 직원들. ⓒ KB금융그룹 |
6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김 전 하나금융 회장이 재임기간 중 자산규모를 85.9%나 늘리며 외형성장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김 전 회장의 재임기간이 6년으로 가장 길기는 하지만 우리금융지주가 이 회장이 재임한 5년 가까운 기간에 자산규모를 30%밖에 늘리지 못한 것에 비하면, 월등히 큰 성장을 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2008년 6월말 취임시 249조6000억원이었던 자산규모를 지난해말 325조7000억원으로 30.5% 늘렸다. 강 전 행장은 KDB금융지주의 자산규모를 2010년 말 158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83조1000억원으로 15.7% 증가시켰다.
어 회장은 재임기간이 33개월로 자산규모는 262조2000억원에서 282조원으로 7.6% 늘리는데 그쳐 꼴찌를 기록했다고 분석됐다.
하지만 이익률 면에서는 어 회장이 이를 만회했다. 어 회장 재임기간 중 KB금융지주는 연 평균 1조588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우리금융지주는 1조4219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강 전 행장은 평균 1조33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김 전 회장 시절의 하나금융지주는 평균 914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에 따라 성적 자신감 등을 기반으로 어 회장은 앞으로도 금융관련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어 회장은 연임 포기 기자회견을 하면서도 학교로 돌아갈 뜻(어 회장은 고려대 총장을 지낸 학자 출신)이 크지 않음을 시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사퇴 이후 그의 행보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