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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대통령당선인 상견례'현대車발언 새삼 눈길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5.06 07:5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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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5월 들어서도 현대차는 주말 특근 관련 먹구름이 가시질 않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사측과 노조위원장간 합의 내용에 대해 일선에서 반발,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 합의안 이행을 무산시킨 경우라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요.

이는 노동자들 사이에 여러 계파가 난립하고 있는 현대차 내부 사정상 노조가 하나의 목소리를 묶어내기 어렵다는 한계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복수노조 및 협상창구단일화라는 현 노동법 제도의 근간이 흔들리는 최악의 참사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의 노동법 시스템은 복수노조를 허용하되, 대화의 창구를 하나로 해 노사간 타협의 가능성을 높이는 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차처럼 상황이 흘러가 버리면, 복수노조가 난립하고 사실상 이를 모두 상대해 줘야 하는 제도보다 오히려 더 나쁜 노무 환경이 되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9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당시에는 아직 취임 전)과의 대화에서 김억조 당시 현대차 부회장이 발언한 내용이 알려져 새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여러 산업계 관계자들이 이런저런 요구 조건을 쏟아내는 와중에 김 당시 부회장은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지난 2010년에 도입한 근로시간면제제도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제도는 기업현장에서 순조롭게 정착되고 있다. 앞으로 이 제도가 완전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저 "지금처럼만 하게 해 달라"는 소박한 내용이었던 셈입니다. 시간이 흘러 3월 중순, 김 전 부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물러나기 전인 3월3일, 현대차 노동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선물하고 말이지요.

현대차는 3월3일 주간연속 2교대 시행에 최종 합의해 전격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현대차 노사는 장장 6개월간 세부 논의를 통해 설비투자를 진행한 끝에 이런 시행 방침을 정했습니다. 근무 형태는 기존 주야2교대(주간 10시간, 야간 10시간)에서 주간연속 2교대(오전~주간 8시간, 주간 9시간)로 전환됐고, 1인당 하루 근로시간도 10시간에서 8.5시간으로 단축했습니다.

밤샘근무가 사라지면서 노동자들의 생활 패턴도 달라지게 된 겁니다. 밤샘근무를 없앴지만 생산능력은 그대로 유지됐고, 임금도 손해보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좀 더 흐르자 다른 움직임이 관찰됩니다. 4월 윤여철 현대차 전 부회장이 복귀한 겁니다.

그렇잖아도 김 전 부회장이 이렇게 상황을 변화시키고 바로 물러나자, 차기 회장 체제를 위해 원로 그룹이 물러나는 것이냐는 등 해석이 구구했는데, 이렇게 윤 전 부회장의 현역 부회장직 복귀가 기정사실화되자, '노무관리에 위기감이 높아져서'라는 새 해설 변수가 등장합니다. 

김 전 부회장의 시대처럼 유화적으로 대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일말의 불안감이 그룹 내부에서 작동한 게 아닌가 하는 대목이지요. 윤 부회장이 노무관리는 정말 잘 했다는 평이 많은데, 그가 현직에서 물러났던 이유가 분신 사고 책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삐를 죄고 당기고 하는 문제에서 무한정 풀어주지만은 않는 스타일이라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한동안 MK식 글로벌 경영의 한 섹션인 노무대응이 김 전 부회장으로 대변되는 유화적인 제스처로 흘렀지만 여기에 한계를 느낀 게 아닌가 해석됩니다. 세계경제 위기가 심각한, 특히 환율전쟁 국면에서 일본 카메이커과의 건곤일척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은 현대차로서도 정말 괴로운 상황이니 말입니다.

혹시나가 역시나. 결국 현대차는 노조의 합의안을 일선에서 비토하는 이상한 상황에 직면해 어쩔 줄 모르고 있습니다. 역시나 저녁이 있는 삶을 선물하고 받기엔, 우리 경제 사정은 그리고 노동자들의 마인드는 아직은 빨랐던 것일까요. 이번에 합의안이 엎어진 사정을 보면서, 많은 이들은 아무리 경제난국이어도 주말 특근은 못 하겠다는 식으로 받아들일 걸 생각하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지난 1월, 대통령 당선인 앞에서 "저희는 그냥 지금 이대로만 유지되면 바랄 게 없다"는 식으로 발언했던 김 전 부회장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