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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용노조'우려·'슈퍼몽니 노조'탄생, 노조법논란 수면 위로

헌재 결정 등에도 학계와 노동현장 문제점 부각, 메스댈 필요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5.04 13: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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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노조전임자 문제에 대한 근원적 수술, 복수노조 허용 등 노동법 일반에 큰 수술이 진행됐지만, 아직 이후 체력 회복과 일상 생활 복귀가 순조롭지 않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어용 노조로 의심되는 노조들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제대로 된 노동운동을 파괴하는 현상이 목격되는 한편, 노동자들이 지나치게 각 작은 모임이나 계파의 모든 목소리를 다 수용하라는 식으로 억지를 부리는 상황이 목격되는 등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엔저 상황 돌파를 위한 주말 특근을 놓고 현대차와 현대차노조가 합의안을 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중 일부가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면서 강한 반발을 해 주말 특근이 무산되는 등 현장에서 문제 케이스가 보고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어용 노조가 창구 장악, 진정한 노조 위축론 대두

복수노조 시행과 함께 도입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의견이 여러 각도에서 개진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런 제도에 대해 '2011헌마338 사건'에서 이런 규정들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다. 당시 결정문에서 "(노조법이) 교섭대표노조만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해 교섭대표 노조가 되지 못한 소수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하고 있지만, 소수 노조도 교섭대표노조를 정하는 절차에 참여함으로써 교섭대표노조가 사용자와 대등한 입장에 설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교섭창구단일화는 노사대등의 원리 위에서 적정한 근로조건의 구현이라는 단체교섭권의 실질적인 보장을 위해 요구되는 불가피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원칙으로 하되 사용자의 동의가 있으면 교섭창구단일화가 아닌 자율교섭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해 각 업체 사정에 따른 탄력적 대응도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런데 문제는 일부 사업장에서는 단일화가 원칙이고, 모든 채널과 대화하는 것은 사용자측의 임의라는 현제도를 악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일부 사업장에서는 그간 노조를 건설하고 회사와 교섭과 갈등을 통해 노동권 보호를 위해 앞장서온 노조 대신 새로 등장한, 그러나 선명성은 다소 떨어지는 온건파 노조가 득세, 협상의 창구 지위를 차지함으로써 강경투쟁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어용 노조라는 우려를 사는 노조들이 기획에 의해 탄생, 활동하고 실제로 협상창구단일화의 길목을 틀어쥐기도 하는 상황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창구단일화는 어용 노조 논란 외에도 또한 산별교섭의 약화라는 부작용도 수반한다는 지적이 있다.

2012년 6월16일 열린 학술대회에서는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금의 노조법상 교섭제도가 사업장 단위 교섭 위주여서 산별교섭 방식은 더 이상 활용 여지가 없어졌다고 진단하는 등 우려가 여럿 제기됐다. 

권 교수는 산별노조 지회에 교섭단위 분리 신청 자격을 주고, 통일교섭 방식의 산별교섭 가능성을 예외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그동안 산별교섭은 많은 유·무형의 성과를 거뒀는데, 산별노조에 교섭권을 위임하는 방식 등을 통해 노사간 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던 측면이 있다"고 말하고, 교섭창구의 단일화라는 새 제도가 산별교섭을 무력화시킬 수 있음을 지적했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개정 노조법이 산별교섭을 위축시키는 문제가 생기면 신속히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법 부문의 전문가인 박 교수는 독일의 사례도 언급했다. 박 교수는 "독일연방법원은 산별노조에 의한 1사1협약원칙을 유지해오다 직종별노조가 설립되면서 상황이 바뀌자 기존 입장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복수노조-협상창구단일화 자체 형해화 우려

현재 진행형인 현대차 특근 거부 같은 노-노 갈등은 노동자들이 지나치게 강성 요구안을 내세우는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협상력을 노조(혹은 여러 노조가 있더라도 한 채널로 단일화해 몰아주자는 현행 제도에서는 단일화의 대상이 되는 노조)가 갖지 못하도록 하는 여러 계파간 선명성 경쟁 우려가 터져나온 것으로 보인다(현대차 내부에는 9개의 계파가 갈려 있어, 노동자들이 노조 단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으로 치달아 이들이 각자 갑론을박을 할 여지가 언제든 내재돼 있음).

즉 현행의 노동관계 제도가 협상의 단일채널화를 원칙으로 하지만, 임의로 여러 채널과 협의할 수도 있게 하는 점을 이용, 노조가 협상을 해도 언제든 이를  뒤엎을 수도 있고 이런 노동계 억지가 회사 위기의 타결 추진 국면에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매번 논란이 되는 특근 등에 대해 선진국 제도를 이식, 현재와 같은 갈등에 대비한 적절한 대응을 준비하자는 의견도 제시된다. 즉 어떤 식으로든 노-노 갈등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지나친 노동자 이기주의가 자랄 토양은 어떤 식으로든 변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독일 BMW나 오펠 처럼 탄력근무시간제, 근로시간 저축제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는 의견을 학술적으로도 검토할 필요가 제기된다. 회사의 사정이 순조로울 때 진행된 노동자의 특근 수당을 당장 지급하지 않고 저축해 뒀다가, 나중에 회사가 어려워져 일부 정상 가동이 힘든 상황에서 지급하면 근로자와 기업 모두에게 약간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결국 현행의 제도도 과거 문제점을 수술하고자 도입이 단행된 것이지만 실무에서 사용해 본 결과 일부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는 만큼 정치권과 학계, 노동계의 검토와 의견 교류가 시작될 시기가 지금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