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혼자만의 잔혹낭만 '스토커'

조국희 기자 기자  2013.05.03 17:24:03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자기야 미안해/사과할 기회는 줘야지 않겠어/나도 사람인데 죄책감 안 있겠어/ 기억이 가물가물해서/네 모습이 까마득해서/이렇게 찜찜한 거 나도 못 참겠어/사람 없는 곳으로 가자/둘만 있고 싶어서 그래/이제 넌 아무데도 못 가.'

2010년 3월 발매된 지드래곤 앨범의 수록곡 'She's gone'은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는 남자의 집착에 가까운 사랑을 표현했다. 남자의 감정은 '애정'을 넘어 '애증'에 도래하게 된다.

지드래곤 같이 매력적인 남성이 한 여자만 바라보는 순애보에 잠시 연민을 느낄 수도 있지만 이것은 노래가사일 뿐 현실로 돌아오면 상황이 다르다.

지난 3월 새로 개정된 '경범죄처벌법'에 따르면 상대방의 명확한 거부의사에도 불구하고 3차례 이상 구애하거나 2차례라도 공포·불안감을 조성하면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에 처할 수 있다.

몇 번 튕기는 이성에게 끈질기게 구애하는 순정을 범죄행위로 매도하는 '낭만 없는 법'이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등 첨단 기기의 발달로 스토킹 수법이 다양하고 악랄해져 우울증, 불면증은 물론 심할 경우 자살충동까지 느끼는 사람도 적잖다. 문제는 스토킹을 심각한 사회적 범죄로 인지하면서도 이를 처벌할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물론 개정된 법안 중 '지속적 괴롭힘' 조항이 신설됐지만, 경범죄로 신고할 경우 가해자는 스토킹 가해행위에 비해 경미하게 처벌 받을 가능성이 크다. 또 스토킹 가해자가 한 번 범칙금을 내고 경범죄로 처벌받은 뒤 다시 소송을 하고 싶어도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의해 소송이 성립되지 않는다. 즉, 2차 피해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신설된 이 조항이 스토킹을 겪고 있는 피해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미국, 일본, 영국 등과 같이 스토킹을 규제하는 법률을 따로 마련해 가해자에 대한 적합한 처벌 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이미지  
 
2012년 10월 '강남 칼부림 사건'으로 알려진 살인사건의 가해자는 피해자의 약혼자를 1년간 괴롭히던 스토커였다. 같은 해 11월에는 자신과 헤어지길 바라는 여자친구를 협박 후 살해한 일도 발생했다. 실효성 있는 제도가 다시 한 번 강조되는 대목이다.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열 번 찍고 받게 되는 건 처벌뿐이다. 스토킹은 단순히 관심의 표현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