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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서 전문경영인 체제는 독재수호 첨병일 뿐?

[김승연 체제 30년과 경영인] 공채출신-낙하산 모두 도구활용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5.03 10: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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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보험업계 산증인의 퇴장' 신은철 한화생명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자 업계는 물론 세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 부회장은 지난 1일 등기이사에서 사임했다. 한화생명은 신은철, 차남규 공동대표 체제에서 차 대표이사 사장 단독 체제로 변경됐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사임한 것으로 보이지만 기타 여러 해석이 가능해 관심이 모이는 것. 특히 한화에서 '위기관리와 전문경영인'의 함수 관계를 읽을 수 있는 케이스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한화생명 최고위층 정리 문제를 놓고 한화의 함수 그래프 그리기에서는 위기관리가 상수, 전문경영인이 변수라는 점이 명백해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이립의 나이가 되기도 전에 기업 최고위층에 앉게 된 배경(선친의 급서)으로 인해 오너십에 대한 자료가 상대적으로 풍부하다고 할 수 있고 창업주에서 김 회장으로 지도체제가 바뀐 후 일궈온 폭발적 성장세를 볼 때에도 이 같은 경영상 궤적을 들여다 볼 필요성도 있다.

키워드 #1: 창업공신 치고 공채 출신 우대: 親政

  한화그룹이 창업주 사후 김승연 회장 체제로 들어선 이래 동향을 살펴보면, 전문경영인에 대한 인사는 그룹의 기반을 다지는 두뇌를 활성화하는 메시징 작업인 동시에, 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충격요법 도구로 보인다. 사진은 한화그룹의 '위대한 도전 2011년' 광고. ⓒ 한화그룹  
한화그룹이 창업주 사후 김승연 회장 체제로 들어선 이래 동향을 살펴보면, 전문경영인에 대한 인사는 그룹의 기반을 다지는 두뇌를 활성화하는 메시징 작업인 동시에, 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충격요법 도구로 보인다. 사진은 한화그룹의 '위대한 도전 2011년' 광고. ⓒ 한화그룹

이른 시점에 회장직을 물려받게 된 김 회장의 인사방침은 1963년 시작된 공채 출신을 방패 삼아 외부영입인사와 창업공신을 견제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이 '대권'을 장악한지 10년이 채 못돼 고 김종희 창업회장이 가장 신임하던 신현기 그룹부회장이 물러난 점을 보면 한동안 이들 창업공신 그룹군(외부영입자 포함)을 우대하기는 했지만 견제 신호를 명확히 함으로써 이들의 전횡을 방지하고 공채 출신 대두를 준비, 이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추진한 새 사업 추진에 필요한 외부영입인사들을 배치, 회장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며 인사원칙 역시 회장 위주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키워드 #2: '혁신', 회장실에서 이 요구 입에 담을 때엔 인사 변동 수반

오너십이 시험대에 오를 때마다 그룹에 쇄신, 변화의 에너지를 요구하고 이것이 인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역시 김 회장의 그간 행보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김 회장은 1981년 8월 첫 사장단회의를 주재하면서 기업 체질을 대내외적으로 강화하고, 새 시대에 부응하는 기업상을 주문했다. 이 주문이 초창기 인사에 어떤 반영 흔적을 남겼는지는 위에서 적은 바와 같다. 이후에도 김 회장이 경영에 다시 직접 나서는 와중에도 혁신, 위기 등을 활용하는 프로파간다 요령이 활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톱클래스 인기연예인 김태희를 내세워  
톱클래스 연예인 김태희를 내세워 "정말 중요한 것은 내일"이라고 강조하는 한화생명 광고는 사실상 김승연시대의 한화그룹을 관통하는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 한화생명
일례로 1994년 김 회장을 경영일선에 다시 본인이 나설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동유럽과 구소련 등에 진출하는 문제와 함께 세계 기업 및 경영 상황이 급변하는 와중에 한국만 안주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부각시킨다.

이 해에 한화그룹에서는 한양화학이 한화종합화학(현재 한화케미칼)으로 개칭되는 등 일부지만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난다. 1994년 10월에는 계열사의 상호에 한화를 사용해 그룹 이미지를 통일했다. 1995년에는 계열사를 축소해 5개 소그룹제로 개편하는 등 메스를 들이댔다.

'냉소적인 무관심'이나 '현실안주' 등을 비판하는 김 회장식 경영 경각심 주문은 결과론적으로는, 국제화 적응 거듭나기라는 한화그룹의 업그레이드 부각의 동력원이 됐다.

극히 작은 예지만, 탤런트 김태희를 내세워 최근 한화생명 이미지 광고를 찍은 상황에서 "왜 사람들은 다 지난 이야기만 하는가. 내일이 중요하다"라는 미래지향적(나쁘게 보면 과거 문제에 대한 재정립, 반성 인식 부족) 변화 주문을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점도 이 같은 철학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키워드 #3: 親政이 가능한 상황에서나 숨통을 틔워준다

김 회장 치하의 한화의 백미는 친정이다. 이 친정이라는 키워드로 거의 모든 것을 견줘볼 수 있다. 김 회장은 자신이 회장에 오른지 약 7, 8년 이후에야 전문경영인의 재량을 제대로 주기 시작한 것으로 진단된다.

이는 경인에너지 내국법인화, 한양유통 인수 등을 매듭지으면서 업무를 대강 '장악'했고 경영실력도 대내외적으로 입증받은 상황에서 자신감을 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 2007년 항소심 집행유예 건 등 과거 구속 상황도 그렇고, 이번 국면에서도 비상경영체제를 내세웠지만 결국 전략통을 부각하고 기업의 가장 선임 임원은 용퇴하는 수순으로 3일 마무리된 것을 보면, 집단지도체제 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장남 동관씨를 직접 일선 지휘관으로 차출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임원들에게 무제한 재량을 주고 일임하는 것도 아닌 인사를 매듭지음으로써 결국 친정을 지속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지난 2009년 6월 인사만 해도 그렇다. 이때 전문경영인 능력 배양을 김 회장이 택한 것으로 일부에서는 해석하기도 했지만, 이후 지난 연말 그리고 올해 초 이 당시 상황을 돌이켜 보면 전문경영인 우대라는 것이 결국은 2009년 12월 열린 경영전략회의라는 문제로 귀결되는 것에 불과한 것을 알 수 있다.

산업계 내외는 이 회의의 경우 결국 그룹 주요 인사들이라 해도 결국 오너를 보좌하는 데 그치며 오너 의중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평가한다. 검찰은 이 회의 동영상 자료를 제출하는 문제가 김 회장 배임문제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을 견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변호인측은 이 자료 제출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여 의혹이 증폭되기도 했다.

결국 친정과 하달, 혼돈을 통한 에너지 공급 등으로 대변된 김 회장식 그룹 경영에서 비상경영이란 사실상 이번 국면에 특이한 게 아니라 애초부터 이어져온 것이다. 이 와중에 그룹과 각 계열사 임원들의 역할론이란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이 부분을 잘 요약한 것이 이번 한화생명 단독대표 체제 출범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