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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집중하되 낮은 자세, 길건너 두 은행 리더십 눈길

윤용로 외환은행장·조준희 기업은행장 同門에 선·후임 인연도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5.02 05:5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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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맥주는 후방(관리직 장교나 병사)이 아니라 일선(야전부대)부터 마시게 해 줘라" 나치스에 맞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은 명연설로 이름높았지만, 병사들의 보급까지 챙긴 괴짜 수상이었다. 여러 전선을 몸소 방문해 병사들을 격려하거나, 독일군 공군기가 런던 시내를 맹폭하는 '영국본토항공전' 와중에도 유유히 산책을 하고 돌아다녀 시민들의 눈길을 받았다. 미국의 참전 이전까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던 전쟁에 직면해 있던 영국 상황을 'The Finest Hours'로 받아들이게 만든 것은 사실 그의 세 치 혀가 만든 능란한 연설 효과가 아니라 이런 솔선수범과 낮은 자세였다. 많은 정치인들이 난세의 리더십으로 처칠을 연구하지만 이를 따르기 쉽지 않다. 근래 저수익시대에 우리 은행권에서 이런 케이스가 눈에 띄어 화제다

대학 동문(외국어대)에 선·후임으로 기업은행을 책임지는 수장을 맡았다는 공통분모까지, 길을 건너 자리하고 있는 기업은행과 외환은행의 두 수장간 인연과 리더십이 눈길을 끌고 있다.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기업은행에서 행장을 지낸 뒤, 하나금융그룹과 인연이 닿아 하나금융에 피인수된 외환은행의 행장으로 자리를 옮겨, 지난 1년간 선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새로 수장을 맡으면서 저금리·저수익시대의 중소기업대출 최일선에서 기업은행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렇게 공통분모도 있지만, 두 행장은 정통뱅커로 내부 승진 케이스(조 행장)라는 자부심과 관료 출신으로 금융과 경제에 두루 경험이 밝다(윤 행장은 구 재무부·재경원 시절 국세심판소와 국고국·이재국·국제금융국·금융정책국을 거쳤으며 2002년 구 금융감독위원회로 옮겼다가 기업은행장을 지냄)는 차이점도 있다. 하지만 최근 상황에서 이들은 차이점보다는 은행권이 몸을 낮추고 숨을 죽이고 있는 어닝쇼크 상황에서도 두드러진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업은행과 외환은행은 을지로2가 길 하나 건너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다. 서로 마주하고 있는 이들 두 은행이 중소기업대출을 놓고 라이벌 대결을 벌이는 상황이 연출돼 눈길을 끈다. = 임혜현 기자  
기업은행과 외환은행은 을지로2가 길 하나 건너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다. 서로 마주하고 있는 이들 두 은행이 중소기업대출을 놓고 라이벌 대결을 벌이는 상황이 연출돼 눈길을 끈다. = 임혜현 기자

"용병도 쉬게 해 달라" 기업은행號 키잡은 조준희 행장

외로운 가운데 일궈낸 선방. 4월30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IBK캐피탈과 IBK투자증권 등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기준으로 257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711억원)보다 45.3% 감소한 것으로, 일각에서는 어닝쇼크 케이스로 해석한다. 하지만 전분기(1540억원) 대비로는 67.2% 증가한 수치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공채 출신 첫 행장으로, 도쿄지점장 등 영업일선을 두루 경험했다. ⓒ 기업은행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공채 출신 첫 행장으로, 도쿄지점장 등 영업일선을 두루 경험했다. ⓒ 기업은행

내막을 들여다 볼수록 '추락'보다 '분투'에 방점이 찍힌다. 지난해 기업은행은 순이자마진(NIM)이 2.18%로 전년(2.58%)보다 0.43%포인트 추락했다. 우리 하나 신한은행의 NIM 하락폭이 0.1~0.2%포인트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크다. NIM이 하락했다는 것은 수익성이 그만큼 악화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따라 금년 상반기가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추가로 얼마나 더 미끄러질지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번 1분기 실적에서 기업은행의 NIM은 전 분기(1.98%) 대비 0.03% 포인트 하락에 그친 1.95%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의 대출이자를 낮추겠다는 의지를 재차 천명하는 등(작년 12월27일 기자간담회) 중소기업 금융지원에 대한 의지를 확인해 온 조 행장이 자기 약속을 깨지 않으면서도 위기 관리에 연착륙을 시도, 성공하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첫 '기업은행 행원 공채 출신 행장'인 만큼 중소기업 금융기반 강화와 영업방식의 획기적 개선 등 몇 가지 키워드만 강조하면서 본인 스스로가 부지런히 현장을 누비는 솔선수범에 나섰다.

그 대신, 직원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주는 인사 방식 메시지를 던져 호응을 이끌어냈다. 일례로, 기업은행이 운영하는 알토스 배구단에 소속된 우크라이나 출신 용병인 알레시아에게 쉴 수 있는 시간을 주라고 감독에게 요청했다. 조 행장은 배구팀 운영에 대해서는 전권을 위임하는 방식을 택하면서 이 점 한 가지만 당부했다. 용병을 혹사시키다시피 '돌리는' 것은 국내 스포츠계에서 용병만한 신체조건을 갖춘 선수가 드물다는
   순직한 선임자인 고 강권석 기업은행장 추모식을 주관하고 있는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 옆에 조준희 현 기업은행장도 함께 찍혀 이채롭다.  ⓒ 기업은행  
순직한 선임자인 고 강권석 기업은행장 추모식을 주관하고 있는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 옆에 조준희 현 기업은행장도 함께 찍혀 이채롭다. ⓒ 기업은행
'달콤한 유혹' 때문이기도 하지만, 용병의 특성상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해 단기 승부만을 보고 기용하게 된다는 '냉정한 현실'이 겹쳐있다. 이런 스포츠계의 악순환을 깰 정도로 배려의 인사 정책을 은행 전반에서 던짐으로써 행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모 경제주간지에서 선정한 영향력 있는 금융CEO 중 1위를 차지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성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야간 비행' 즐긴다 오해사기도…윤용로 외환은행장

외환은행이 2006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6년 동안 중소기업 3089개사의 대출 6308건에서 대출금리를 마음대로 올려 181억원을 부당하게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자 시민들의 실망은 컸다.

외국계펀드인 론스타의 고배당 쥐어짜기에 시달리다 하나금융그룹에 매각이 추진됐던 외환은행의 사정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았던 시점이었다. '2X카드 출시 마케팅' 등에 대한 호응으로 표시됐던 이 같은 안타까움과 호감은 이 같은 중소기업 관련 대출 비리로 일거에 무너지는 듯 했다.

이런 상황에 나선 것은 외환은행 사령탑을 맡고 있는 윤 행장. 서울 제1의 번화가이자 본점 소재지 근방인 명동에서 외환은행 행원들과 윤 행장은 손수 거리 환경을 정화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면서 시민들에게 다가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전부터 은행 홍보 모델로 활약해 온 '노력파 배우' 하지원을 내세운 댄스 광고를 새롭게 론칭해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처진 시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에 그치지 않고 지극히 '낮은 자세'를 보인 것이다.

'이번 행장님은 야간 비행을 좋아한다'? 윤 행장에게 한동안 따라붙었던 오해 아닌 오해다.

윤 행장은 외환은행에 부임하면서 '돈을 쥐어짜온' 론스타에 시달리면서 지친 행원들과 강성노조를 다독이고 다잡는 데 초점을 맞췄다. 외환은행이 우수인재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간 재투자가 활발하지 않아 이 장점을 계속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고배당에 대한 투쟁을 하면서 반대급부로 고액연봉을 즐기는 미봉책으로 문제를 해결해 온 것도 사실이었다.

이런 상황에 기강 쇄신과 영업 강화를 주문하는 한편, 대출금리 비리 등 대주주 시절에 저질러진 상황을 수습하는 등 여러 악역을 윤 행장이 자처하고 나선 것이 지난 1년여였다고 할 수 있다.
   윤용로 외환은행장을 비롯한 은행 임직원들이 명동 환경정화를 진행하고 있다. ⓒ 외환은행  
윤용로 외환은행장을 비롯한 은행 임직원들이 명동 환경정화를 진행하고 있다. ⓒ 외환은행

윤 행장은 이런 악역을 진행하면서도 노조에게서 질타나 비난을 크게 당하지 않아 왔다. 바로 출장을 갈 때도 비용절감을 생각, 조금 싼 야간 비행 시간대를 택할 정도로 노력해 온 점이 음으로 양으로 전달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윤 행장은 대기업 관련 대출에 강점이 있다는 점을 잘 인지, 이를 경기회복시기까지 유지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외환은행의 대출 강점을 관리하는 것은 하나금융그룹 전반의 미래 성장 동력까지 연계되는 중요한 과제다. 미래 먹거리인 동시에 당장의 리스크인 셈이다. 이고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4월29일 보고서에서 "(하나금융그룹은) 2분기는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로 추가 충당금 전입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가계대출 비중이 높았던 하나은행과는 달리 외환은행은 대기업 비중이 높기 때문에 추가 충당금 전입 리스크가 그만큼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행장을 조직을 추스르고, 중소기업에도 눈길을 돌려 현장영업을 독려하고 있다.

일선의 기업 현장을 찾아 애로사항을 듣는 시간을 갖는 등 중소기업 관련 마음얻기를 윤 행장이 직접 진행하는 한편, 현장을 강조하고 조직의 군살을 빼기도 했다.

외환은행은 지난 연말에 개인사업그룹과 기업사업그룹을 '영업총괄그룹'으로 통합, 영업본부 1곳, 본점부서 6개와 소속팀 10개를 폐지하는 등 본부조직을 개편했다. 기존 8그룹, 10본부 19영업본부였던 본점이 앞으로 7그룹, 10본부, 18영업본부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개인사업그룹과 기업사업그룹을 합쳤다. 대신, 개편으로 인한 혼란을 줄이고자 영업기획부를 신설했다. 또 서울지역 영업본부를 줄이고 업무성격과 부서 규모를 고려해 6개 부서와 10개팀을 폐지하는 등 본부 조직을 축소했다.

중소기업 관련 영역 등 여러 영역에서 이처럼 낮은 자세와 솔선수범을 모토로 하는 두 행장이 나란히 존재하는 것은 향후 이들이 여러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맞설 가능성을 필연적으로 내포하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은행이나 국민은행 등 유력은행 중 일부가 모그룹의 CEO 관련 파장으로 당분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정에서 상대적으로 작지만 강한 이들 특화은행들의 행보는, 위에서 언급한 두 행장 사이의 인연과도 겹치면서 여러 모로 시선을 모을 소재인 동시에, 한국 은행계에 에너지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