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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수 STX 회장, 지분 포기 '경영권 유지' 가능할까

금호그룹 방식 자금 지원…"지분 수준 확인되지 않아"

전훈식 기자 기자  2013.04.30 14: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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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IMF 직후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불과 13년 만에 재계 순위 13위(자산 기준)로 성장한 STX그룹이 위기에 봉착해 있다. 지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불어 박친 조선·해운의 불황이 STX 계열사 사업의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그룹 붕괴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한때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던 강덕수 STX 회장, 그가 꺼낸 '지분포기' 카드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STX그룹이 2008년 이후 지속되는 조선·해운의 불황으로 자금난에 빠지면서 최근 붕괴 직전의 모양새다. 각 계열사 사업 악화로 기업의 재무 상태가 나빠지면서 주력 계열사인 STX팬오션을 매물로, STX 조선해양의 경우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는 등 그룹 해체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특히 STX는 강 회장이 IMF 직후 존폐위기에 있던 쌍용중공업을 공격적인 M&A로 인수한 이후 불과 13년 만에 성장한 만큼, 이번 강 회장의 지분포기가 가지는 의미는 적지 않다.

◆'신화 붕괴' 위기, 전설로 남을 것인가

사실 강덕수 회장은 지난 1973년 쌍용양회 평사원으로 입사해 재계 13위(자산 기준, 공기업 제외)그룹 수장이 된 '샐러리맨의 신화'. 법정관리에 있던 기업들도 강 회장의 손이 닿으면 회생할 만큼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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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73년 쌍용양회 평사원으로 입사한 강 회장은 외환위기 여파로 쌍용그룹이 붕괴되면서 외국 자본에 넘어간 쌍용중공업이 2000년 다시 매물로 나오자 사재를 털어 이를 인수했다. 쌍용중공업 인수 이듬해인 2001년 5월 명칭을 STX로 고치면서 STX그룹이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지난 2000년 외환위기 여파로 쌍용그룹이 붕괴되고 외국 자본에 넘어간 쌍용중공업이 다시 매물로 나오자 사재를 털어 이를 인수했다. 강 회장은 쌍용중공업 인수 이듬해인 2001년 5월 명칭을 STX로 고치면서 STX그룹이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이후 강 회장은 국민의 정부 시절, 법정관리 중이던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 범양상선(현 STX팬오션)을 차례로 인수하고 해외 조선소 등을 공격적인 M&A로 회사 덩치를 키웠다. 더군다나 2000년대 중반 세계 조선·해양업이 초호황기에 접어들면서 STX는 비약적인 성장을 일궈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해운업의 장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잔뜩 커진 몸집의 STX는 오히려 좌초 위기에 처했다. STX의 지난해 매출은 18조8300여억원에 달했지만, STX조선해양과 STX팬오션이 각각 6300억원, 4500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그룹 전체로 1조40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앞서 STX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STX에너지와 STX OSV 지분을 외국 기업에 넘기면서 7700억원을 조달했다. 뿐만 아니라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STX팬오션도 매각을 결정해 현재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하 산은)이 예비실사를 벌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STX는 △STX팬오션 공개 매각 실패를 연이어 겪어야만 했으며 최근에는 STX건설마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전격 신청한 상황에 이르렀다. 물론 STX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이 그룹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지만, 다른 계열사도 좋지 않은 상황인 만큼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다른 '신화 창조' 위한 백의종군?

STX조선해양도 이달 초 경영 정상화를 위해 채권단 자율 협약을 신청했다. 자율 협약을 체결하면 채권단은 기업이 유동성 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이에 맞는 노력과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 채권단도 자율 협약 체결에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60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지원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 Ⓒ STX  
강덕수 STX그룹 회장 Ⓒ STX
하지만 강 회장도 이를 위해선 STX조선해양 지분에 대한 권리를 사실상 포기하고 채권단에 양도해야 했다.

산은 관계자는 "강 회장은 지난 25일 긴급자금 6000억원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대주주 주식 처분 및 의결권 행사 제한 위임장, 구상권 포기 각서를 제출했다"며 "채권단의 자금 지원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STX 지원을 위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그룹)에 적용됐던 방식의 자금 지원과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으로 확인됐다. 금호그룹 방식은 계열사 상황에 따라 매각을 하거나 자율 협약,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약정) 등을 선택해 자금 지원을 하면서 오너를 축출하지 않고 계속 경영 일선을 맡기는 것이다.

강 회장은 결국 그룹 회생과 경영권 위해 보유주식 전부를 채권단에 담보로 맡기게 된 것이다.

STX 관계자 역시 "지분이 상당 부분이 담보로 잡혔다는 것은 강 회장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내놓겠다는 의지"라며 "담보로 잡힌 지분의 수준에 대해서는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도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의 경영권을 인정한 사례가 있는 가운데, 강 회장의 '백의종군' 의지가 채권단의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