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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판 걸리버가 지켜주는 아름다운 소인국 세상

전지현 기자 기자  2013.04.30 11: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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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CJ제일제당에 사내이사로 등재된 3인의 지난해 주총 승인 금액은 총 90억3900만원. 사내이사가 3인이니 이를 3으로 나눠 1인당 평균 지급액을 추산하면 약 30억원이 된다. 사내이사 3인 중에는 CJ그룹의 오너가 이재현 회장과 그의 외삼촌 손경식 대표가 있다. 이들이 지급받는 돈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보수는 총 금액을 균등 분배하기보다 오너일가가 더 많이 챙겨가기 때문이다.

비단 이들 오너가의 손길이 뻗친 곳이 CJ제일제당일 뿐일까. 공시를 통해 이들이 사내이사로 등재된 곳을 살펴보니 CJ그룹의 황태자 이 회장을 비롯한 그의 외삼촌 손 대표는 지주사인 CJ를 비롯해 CJ오쇼핑, CJ대한통운, CJ CGV, CJ E&M 등 5개 회사이 등기이사로도 등재돼 있었다.

그렇게 그들에게 주어진 보수 총 지급액 기준, 사내이사들이 인원수에 따라 균등 분배 받았다는 전제하에 지난 한해동안 사내 이사로 등재됨으로써 받아챙긴 금액을 환산하니 이회장은 최소 68억628만원, 손 대표는 최소 48억4300만원을 손에 쥔 것으로 추산됐다.

전 계열사에 걸친 이 회장의 주식 보유량만을 현재가치로 따져보면 (CJ그룹 42.30%, 29일 기준 1주당 가격 14만6500원, CJ E&M 2.43%, 3만7500원, CJ프레시웨이 0.65%, 4만1550원, CJ제일제당 0.54%, 32만4500원, CJ오쇼핑 0.32%, 32만7200원) 그 금액은 1조8649억9367만5400원. 여기에 보수액 68억628만원을 더하면 어림잡아도 1조8718억원이 된다. 이 회장에 비할바는 못되지만 손 대표 역시 CJ제일제당 5500주와, CJ E&M 6784주를 갖고 있어, 현재가로 환산할 경우 20억원이 넘는다.

물론 주총에서 보수 금액을 승인했다고 하더라도 68억 및 48억을 모두 받아 챙기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지속되는 경기 불황과 소비둔화, 늘어나는 백수와 높아져만 가는 대학 등록금 등으로 삶이 팍팍해지는 소비자 살림살이에도 아랑곳 않고 황금수저를 갖고 태어나 남부러울 것 없는 재벌들이 앞장 서 식탁물가 올리기에 혈안됐던 지난해 모습을 되돌이켜 생각할 경우 분통이 터질 뿐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해외출장을 핑계삼아 국감 현장에 출두하지 않았던 유통 3사 재벌 오너들은 결국 올해 벌금형을 구형받았다. 불행히도 최대한도가 정해진 국내 벌금 관련 법규정으로 법원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1500만원), 정유경 부사장(1000만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1000만원), 신동빈 롯데 회장(500만원) 등에게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금액을 구형할 수밖에 없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 등의 총수와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정 신세계 부사장 등은 모두 이사로 등재하지 않았다. 지난 3월 정 신세계 부회장이 등기이사에서 사임한 것으로 신세계 오너가들은 모두 등기이사에서 제외된 셈이다.

하지만 사실상 재벌 총수는 월급보다 배당 등을 통한 수입이 더 큰 경우가 많다. 따라서 월급 공개 때문에 등기 임원을 포기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이를 감안한다면 등기이사직에서 제외됐다는 것만으로 그들이 그나마 개념(?)있는 재벌 가족으로 판단되진 않는다.

어쨌거나 서민을 서럽다. 당장 집구할 돈이 부족해 몇날 며칠을 한숨짓는 예비 신혼부부, 학자금 대출을 갚기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장기 취업 준비생, 오늘 하루 땟거리를 벌기위해 새벽부터 눈을 비비는 일용직 근로자. 그들을 위한 밥상 물가가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 원인 제공자는 원가 상승에 대한 매출 압박을 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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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걸리버 여행기를 보면 걸리버는 재치기만 해도 소인국 사람들이 이국땅까지 날아갔고, 바다에서 손바닥만 휘둘러도 무서운 해적들을 내몰 수 있어 영웅으로 추대됐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재산은 힘이 된다. 따라서 현대판 걸리버는 재벌로 볼 수 있고, 소인 국인들은 서민으로 여길 수 있을 것이다.

소인국인들을 위해 해적까지 내모는 영웅 걸리버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