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등기임원의 개별 연봉을 공개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재계는 이에 대해 사생활 침해 및 영업비밀 누출 우려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선, 현재 일부 기업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의 임원보수가 책정돼 오너 배불리기에 악용되고 있는 만큼 개별 연봉공개를 환영하고 있다. 개별 연봉 공개를 놓고 찬반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유통업계 1위 롯데쇼핑과 식품업계 1위 CJ제일제당의 사례로 현재 기업들의 임원 연봉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CJ제일제당은 손경식 대표이사와 이재현 대표이사, 김철하 대표이사 등 3인의 사내 등기이사(상근)를 두고 있다. 이재현 대표는 CJ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으며, 손경식 대표는 이재현 대표의 외삼촌이다.
이들 등기이사 3명의 2012년 총 보수는 95억3900만원. 전년 86억7900만원보다 9.91% 올랐다. 이를 1인당 평균 지급액으로 환산하면 31억8100만원으로, 2011년 사내등기이사 3인이 각각 28억9300만원을 받았던 금액과 비교하면 9.95% 늘었다.
반면, 유통업체 1위를 기록하는 롯데쇼핑의 경우 등기이사 5인에게 지급된 금액은 총 61억9900만원. 1인당 평균 지급액은 12억4000만원이다. 현재 롯데쇼핑의 사내이사는 신격호 롯데쇼핑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쇼핑 회장, 이인원 롯데쇼핑 부회장, 신헌 롯데쇼핑 사장, 신영자 씨 등으로 구성됐다. 신영자씨는 신격호 롯데쇼핑 총괄회장의 맏딸이다.
◆실적악화 우는 소리할 땐 언제고…매출 50% 급증
문제는 지난해 여느 식품업체와 마찬가지로 CJ제일제당도 경영실적 악화라는 앓는 소리를 하며 대다수 제품에 대해 가격인상을 단행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은 매출 9조8775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 6조5382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약 51.1%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4599억원에서 6155억원으로 33.8% 늘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4월 냉장면과 생면, 스파게티, 소시지 등 40여종 제품 가격을 최대 20% 인상한데 이어 고추장 가격도 2~16.7% 올렸다. 7월 햇반(9.8%), 양념류(8%), 다시다(8%)에 이어 12월에는 두부와 콩나물, 조미료 가격을 10% 내외로 인상했다.
가격인상 당시 CJ제일제당은 "원자재 가격인상 요인 감내로 실적악화가 지속되자 불가피하게 가격인상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다수 제품 가격인상이 단행됐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50% 이상 급신장해, 불가피한 가격인상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맡기도 했다.
반면, 롯데쇼핑의 경우 지난해 매출은 25조436억8000만원. 2011년 22조2530억88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2.5%가량 규모가 커졌다.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1576만3800만원(2011년 1조126억원), 1조4674억6800만원(2011년 1조6948억9800만원)이었다.
지난해 유통업계는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등의 영업규제 압박과 경기불황으로 인한 저성장, 전반적 소비시장 침체에 따른 인한 매출 둔화 탓에 불황을 겪은 바 있다.
◆회사·오너가 배불리기에만 '급급'
이재현 대표와 손경식 대표는 CJ제일제당의 지주사인 CJ와 계열사 등기이사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어 이와 관련한 보수까지 받고 있다. 우선, 이재현 대표이사는 CJ제일제당 외에도 △CJ △CJ오쇼핑 △CJ대한통운 △CJ CGV △CJ E&M 5개 회사의 등기이사로 등록돼 있다.
CJ의 등기이사 보수 지급총액은 49억8600만원으로, 1인당 평균 지급액은 16억6200만원이다. CJ오쇼핑의 등기이사 보수 지급총액과 1인당 평균 지급액은 각각 25억4551만원과 5억910만원, CJ대한통운은 각각 7억5012만원과 2억5004만원이다.
이재현, 손경식 CJ제일제당 대표이사는 지주사 CJ를 비롯한 계열사 등기이사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이와 관련한 보수는 각각 최소 68억628만원, 48억43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프라임경제 |
이에 따라 이재현 대표는 CJ제일제당과 이들 5개사의 보수까지 합해 지난해 등기이사 보수로만 최소 68억628만원을 손에 넣었다.
이재현 대표와 함께 CJ제일제당과 CJ의 등기이사로 등록된 손경식 대표는 지난해 등기이사 보수로 최소 48억4300만원을 챙겼다.
여기에 현재 CJ제일제당의 등기이사 3인 중 김철하 대표를 제외한 오너가 2인의 소유 주식을 살펴보면, 이재현 대표가 CJ제일제당 주식 7만931주(0.49%)를, 손경식 대표가 550주(0.04%)를 보유하고 있다. 29일 종가인 32만2000원 기준으로 이재현 대표는 228억3978만원, 손경식 대표는 1억7710만원을 현금화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이재현 대표는 CJ제일제당의 지분을 갖고 있는 지주사 CJ의 대표를 겸하며 최대주주(1227만5574주, 42.31%)에 올라있어, 계열사 주식보유량을 모두 감안하면 금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 상법 제388조에 따르면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금액을 정하지 않았을 경우 주주총회의 결의로 보수를 정한다. 주주들에게 회사경영권을 위임받아 기업을 운영하는 등기이사는 회사와 위임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민법에서는 위임에 대해 무상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이사는 회사에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아야하므로 개별 선임계약에 따르거나 묵시적으로 보수를 지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