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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전광우·선굵은 이덕훈' 교수포기 어윤대, 속내는?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4.29 16: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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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결국 거물은 현재 가능한 가장 명예롭게 떠날 방안을 택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 등 금융권을 주름잡던 MB맨들 중 사실상 마지막으로 꼽혀온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은 결국 연임을 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29일 기자들에게 이 같은 뜻을 공표한 어 회장은 이 같은 선택을 한 이후 "학교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연임 포기하지만 임기를 끝까지 챙기는 의미는?

어 회장은 그간 중도 사퇴 가능성을 점쳐 온 이들에게 관심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특별히 회견이라는 형식을 자청하면서까지 연임을 하지 않는다고 밝혀 지난 번 "사외이사들에게 물어보라" 발언 이후 자신의 거취(미래 포함)를 정확하게 밝히게 됐다.

  어윤대 KB금융 회장. = 임혜현 기자  
어윤대 KB금융 회장. = 임혜현 기자

여기에 29일 기자들에게 "민간 금융회사 수장이라 미리 거취를 밝히고 말고 할 게 없었다"면서 그간 나온 조기 사퇴론, 입장 표명 만시지탄론 등에 대한 불쾌감을 전달했다.

이런 상황은 과거 '노무현정권'과 불편한 사이라는 해석을 낳았던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이 연임을 안 하고 자리를 떠나는 식으로 거취를 정리하는 것으로 물러난 데서 유사한 케이스를 찾을 수 있다.

당시 김 전 행장에 대해서 당국은 연임이 어려울 정도의 징계를 취함으로써 불편함을 전달했다는 평을 샀고, 이때 김 전 행장은 이를 어쨌든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 자신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적당하면서도 불편하지 않게 당국에 뜻을 전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학교로 안 가도 개인 할 일 많다는 속내는?

그런데 고려대 총장을 지낸 학자 출신 어 회장이 학교로 가지 않는다는 발언은 어떻게 봐야 할까? 대학에 둥지를 트는 것은 명예로운 일임에 틀림없다. 조무제 전 대법관이 동아대로 간 사례도 넓게 보면 이 같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아직 그의 연령 등 여러 문제를 고민할 때 석좌교수 등 학교로 가는 방안을 찾기 보다는 다음을 도모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전광우 전 우리금융그룹 부회장이 전문성을 인정받아 여러 자리를 역임한 사례가 좋은 본보기다. 딜로이트코리아 회장, 국제금융대사에 초대 금융위원장을 지냈고 국민연금에서도 일하다 최근 물러났다.

지난 정권과 가깝다는 평, 이번 정권에서 물러나 주기를 내심 바라는 게 아니냐는 점에서 이번에 연임을 포기하기는 하지만, 어 회장은 KB금융이 보험사를 인수해야 한다는 강렬한 욕망을 표출(ING생명 인수 추진 논란)하는 등 정열을 현장에서 불태워 왔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에는 현장 감각이 아직 충만하고 열정이 넘친다는 것.

전 전 부회장뿐만 아니라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의 경우도 어 회장에겐 부러운 모델이 될 수 있다. 어 회장 못지 않게 '선 굵은 인물'로 꼽혔던 이 전 행장은 키스톤PE를 설립해 의욕적으로 금융권에 전문성과 열의를 과시해 왔다. 이 전 행장이 이번에 우리금융 차기 회장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것도 우연만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어 회장이 학교로 가지 않는다는 내심을 드러낸 점은 그의 할 일이 여전히 많고, 그가 권토중래할 여지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 된다. 그의 복귀는 또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제 자리를 잡는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실패 가능성이 농후해질 때 빨라질 여지가 있다.

그리고 금융권에 격변이 일어나거나 저수익 구조가 오래 유지돼 극약 처방이 필요한 경우, 즉 그가 KB에 다이어트를 요구하면서 강하게 체질 변화를 독려했던 식의 지도방식이 요청될 때 빛을 발할 공산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