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며칠 전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 유관기관에서 새로운 시스템 개소를 알리는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18개월 동안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내외부 직원이 함께 동고동락하며 혼신을 힘을 쏟았기에 기간 내에 무사히 작업을 마칠 수 있었는데요. 업계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시스템 오픈으로 투자자 보호 및 자본시장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픈식 행사는 의외로 조촐하게 치러졌습니다.
"외부에서 오시는 분은 따로 없을 것 같아요. 앞에 잔뜩 붙어있는데 남들 보여주기도 그렇고… 금융당국이나 외부에서 따로 오시는 분은 없는 것 같네요." - 기관 관계자
최근 이 기관 출입구 및 로비에는 사장을 비롯해 임원진의 경영방식에 반대 입장을 표하는 대자보가 붙었습니다. 지난 8일 처음으로 붙기 시작한 게시물 하나둘씩 늘더니 현재는 9개가 됐는데요. 이와 맞물려 노조는 지난 8일부터 오전 8시20분부터 업무시작 직전에 9시까지 회사 앞에서 노동가를 틀어놓고 집회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이 벌이고 있는 시위는 소위 '침묵시위'로 입에 엑스자로 표시된 마스크를 쓴 채 '독단경영 불통경영 사장과 임원 즉시 물러가라' 현수막만 들고 있습니다.
노조의 이러한 시위가 방문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으며 이러한 현 상황을 조금이라도 가리고자 이번 오픈식도 윗선의 참석 없이 조촐하게 이뤄진 것이죠. 노조는 △전략기획 라인의 경질 △인사 라인의 경질 △단체협약의 준수 등을 선결과제로 제시하고 경영진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노조 한 관계자는 "우리 기관은 불과 450여명의 직원이 몸담고 있는 작은 조직으로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며 "노조가 이렇게 나서 수 있는 것도 직원들의 지지가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 직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그는 "노조 집행부와 경영진의 협상에서 사장이 '미안하다'고 수차례 말하며 (무능한 자신의 경영에 대해) 잘못을 시인했지만 연임에 대해서는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확실히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이번에 취임한 노조가 '강성노조'라고 선 그으며 말을 아꼈습니다. 이 기관의 장은 소위 MB맨으로 분류돼 사태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최근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과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이 사위를 표명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금융맨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이와 남으려는 이. 아무쪼록 원만한 해결을 이뤄 금융시장 안정화에 큰 피해를 주지 않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