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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어린이집 ⑧] "아파트 300세대 넘으면 국공립 설립 의무화해야"

[인터뷰] 남윤인순 국회의원 "국공립 부족 심각, 다양한 방식으로 확충 가능"

이보배 기자 기자  2013.04.29 1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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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리 아이 첫 어린이집은 어디가 좋을까. 육아를 시작하는 부모들에게 첫 번째 고민은 바로 어린이집 선택이다. 우리나라 어린이집은 국공립·민간·가정형·직장형·서울형·공공형 어린이집 등 그 유형이 매우 다양하다. 특히 몇 해 전부터 국공립 어린이집의 대기자가 정원의 몇 배에 달한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어린이집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은 더욱 커졌다. 크게 민간 어린이집과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나뉘는 국내 어린이집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 민주통합당 남윤인순 의원을 만나 의견을 나눠봤다.

남윤인순 의원은 19대 국회에 입성하기 전부터 보육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여성을 위한 활동에 힘써 오면서 자연스럽게 보육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것. 특히 여성을 위한 경제활동 참여 확대와 보육문제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전했다.

여성의 경제활동은 경력단절로 인해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고, 경력단절의 주요 원인이 바로 보육문제에 있다는 설명이다. 남 의원은 "보육시설은 많지만 믿고 맡길만한 기관은 없다는 여성들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국내 보육문제에 접근했고,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이 가장 시급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남 의원은 10년 이상 국공립 어린이집 부족 현상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왔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남 의원의 문제 제기가 반영되면서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계획을 세웠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축소됐다. '무상보육'을 비롯한 복지정책에 올인 한 박근혜 정부지만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게 남 의원의 생각이다.

    
"국공립 어린이집 부족 가장 큰 문제" 여성운동으로 시작해 국내 어린이집 문제에 관심을 갖고 대안 마련에 고심중인 남윤인순 민주통합당 의원은 국공립 어린이집 부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 김경태 기자
다음은 남 의원과의 일문일답.

-현재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형태의 어린이집이 존재한다. 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 없다는 부모들의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국내 어린이집은 여러 유형이 있지만 국공립 어린이집 비중이 낮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구조적 특징을 살펴보면, 국공립 어린이집은 공공적인 성격이 강하다. 부모들의 대부분은 국공립의 경우 국가가 전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위탁운영하고 있어 완전히 국가가 직영하는 시스템은 아니지만 공모 위탁 공공제로 운영된다는 강점이 있다.

민간의 경우 개인 투자 형식이기 때문에 수익창출의 목적이 강하다. 민간 어린이집 운영자의 경우도 국가의 미래인 어린이들을 잘 돌봐야 한다는 공공적인 목적으로 시작하긴 하지만 어린이집이 사유제이다보니 투자비용에 대한 생각을 접을 수 없다. 때문에 어린이집 운영은 자연스럽게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영유아 민간 어린이집 대표자들의 이름이 바뀌는 경우가 늘고 있다.

권리금에 대한 밀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데, 40명 정원 어린이집의 경우 2억원 가량의 권리금과 함께 매매 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이 한명 당 550만원 정도의 권리금을 받는 셈이다. 또 어딘가에서 투자자금에 대한 비용을 보존해야 하기 때문에 운영비용이 올라가거나 보육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 교사 처우나 특별활동비가 올라가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모든 것들이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이 적다보니 생기는 문제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이 시급하지만 현재 민간 어린이집 의존도가 너무 높은 것이 문제다.

-우리나라 보육 현실과 외국 사례를 비교해보면 어떤지 궁금하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사례로 들면 우리나라 국공립 어린이집의 비율은 5.3%에 불과하다. 스웨덴의 경우 75%고 호주도 34%에 이른다. 가정형 어린이집이 늘어난 것도 국공립 어린이집의 비율을 줄이는 데 일조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국공립을 일정비율로 높여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었다.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매년 400개씩 늘리려는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2010년 신축 예산이 줄어들면서 최근 3년 동안 국공립 어린이집 신축은 10분의 1로 줄었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비율 자체가 낮은 가운데 신축 및 확충 노력도 거의 없었던 것이다.

문제점이 개선되려면 국공립 어린이집 안에서도 제대로 된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운영되는 사례가 있어야 한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전체 어린이집 비율 중 최소한 30%정도가 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는 국공립 어린이집보다 공공형 어린이집 등 새로운 형태를 내세우고 있다.

-최근 복지부에서 올해 국공립·공공형 어린이집을 1500개소로 늘리겠다는 방안을 밝혔는데, 정부에서 제시하고 있는 공공형 어린이집과 국공립 어린이집의 차이는 무엇인가.
▲복지부는 공공형 어린이집은 일정 수준 이상의 민간 어린이집에 월별 예산을 지원함으로써 국공립 어린이집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공공형 어린이집은 관리감독이 철저한 국공립 어린이집이 아니라 이름만 다른 민간 어린이집일 뿐이다.

복지부는 국공립 어린이집 신축예산을 2008년 99억1100만원에서 2012년 19억8200만원으로 80% 이상 대폭 줄이고 2011년부터 국공립 어린이집 대신 공공형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2011년 6월 당시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 대기자는 16만8153명으로 15만5121명 정원의 1.08배로 나타났고, 2012년 6월 입소 대기자는 18만1017명으로 16만775명 정원의 1.13배에 이른다.

국공립 어린이집 대기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을 피하고 공공형 어린이집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형 어린이집이 민간 어린이집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있다면.
▲복지부는 2011년 공공형 어린이집 사업 시작을 위한 공청회 개최 시 기본 신청자격의 평가인증 점수를 90점으로 제시했지만, 시범 사업 집행을 위해 75점으로 수정해 사업을 안내했고, 이 결과 선정된 어린이집 10곳 중 4곳은 평가인증에서 우수시설로 인정되는 90점에 도달하지 못했고, 화재 등 재해대비 시설이나 놀이터조차 갖추지 못한 어린이집도 17%에 달했다.

또 비상출구, 스프링클러, 피난용 미끄럼대 등 비상재난에 대비한 기본시설조차 마련되지 않은 어린이집이 35곳, 놀이터(시설 100m 이내)가 없는 어린이집도 70곳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복지부는 '공공형 어린이집 도입 단계로 많은 어린이집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진입의 턱을 낮추기 위해' 공공형 어린이집 신청 점수를 낮췄다고 답했다.

승인기준 완화, 범규위반 및 처분 실적 등 공공형 어린이집의 선정 기준부터 어린이집 준수사항에 부합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국공립 어린이집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공공형 어린이집 확대 보다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이 더욱 시급하고, 공공형 어린이집을 확대하는 예산에 조금 추가가 되면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이 가능하다.

-국공립 어린이집 부족 현상의 이유로 일각에서는 '무상보육' 정책의 부작용이 거론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어린이집에 대한 무상보육 정책으로 인해 국공립 어린이집에 쏠림 현상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2011년 이미 국공립 어린이집 대기자는 16만명이었다. 부상보육이 시작된 2012년 대기자가 18만 정도로 증가하긴 했지만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를 원하는 대기자는 워낙 많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부작용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비율적으로 보면 부상보육 이후 가정형 어린이집이 대폭 늘어났다. 다른 유형의 어린이집에 비해 국공립 어린이집이 더디게 생기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면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할 대안은 있는 것인지,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을 30%까지 늘려야 한다고 10년간 외쳐왔다. 실제 방안을 강구하기도 했고, 법률안으로도 제시했다. 먼저 아파트를 지을 때 300세대 이상 공공주택지에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의무화 하는 방법이 있다. 아파트 단지 내에는 가정형 어린이집이 존재하는 데 이를 국공립으로 충당하면 된다. 또 지역사정에 의해 유휴교실이 있는 초등학교의 경우 빈 교실을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없어진 지구대를 리모델링 해서 어린이집으로 꾸미는 등 공공시설을 이용해도 된다. 인천시와 서울시는 이 같은 사례가 이미 존재한다. 이 밖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확충이 가능하다. 기존 민간 어린이집 중 여러 이유로 운영이 힘들어질 경우 나라에서 이를 매입해 국공립으로 전환할 수도 있고, 아파트 관리동의 어린이집은 입주자 대표들이 운영하는데 이를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과 민간 어린이집의 보육교사에 대한 비교도 문제 되고 있다. 실제 보육의 질에 차이가 있다고 보는가.
▲보육에 대한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사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재교육을 할 수 있는 대체인력 시스템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민간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평균 근로시간은 9.5시간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8시간 근무에 맞출 수 있도록 교대 근무 형태로 보육교사들의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

보육료에 대한 부모의 부담과 국가 부담 비율이 상승할 수도 있지만 교사들이 부모대신 대리 보육을 하고 있는 만큼 보육교사에 대한 처우 개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민간과 국공립 보육교사를 굳이 비교하자면 국공립 어린이집의 보육교사는 이직률이 낮다. 민간의 경우 낮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근무시간이 길어 이직률이 높다. 상대적으로 이직률이 낮은 국공립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싶어 하는 부모가 많지 않겠는가. 올해는 보육교사에 대한 처우 문제에 대해 연구과정을 거쳐 심도 있는 접근을 해보려 한다.

-무상보육 정책에 대한 평가를 부탁한다.
▲무상보육이라는 것은 정책과 예산 두 가지 접근에서 엄청난 변화다. 양육에 대한 1차적 책임은 부모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부모가 많아지면서 국가와 부모가 공동으로 양육에 동참, 국가도 책임이 있다는 식의 패러다임 변화가 있었다.

현재 재정적인 책임은 국가가 지고 있지만 어린이집은 개인이나 민간 위주로 되어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으로 국가와 부모의 공동 양육 체제가 다져진 이후라야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는데 국민의 세금이 엉뚱한 곳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야하고, 아이들의 건강한 양육 부분에 제대로 쓰이는지도 고민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