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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어린이집 ②] 아이 폭행 항의하자 "36개월이전 애들, 금방 잊어요"

혈세 쏟아 붓고도 믿을만한 어린이집 태부족… 폭행교사 '고작 자격정지6개월'

박지영 기자 기자  2013.04.29 10:3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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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례가 3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무상보육에 그렇게 공을 들이면서 정작 현장관리는 안 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 된 어린이집 아동학대 건수는 2011년 기준 159건으로 3년 만에 2.4배 증가했다. 어린이집 현 실태를 조사했다.

# 24개월 된 쌍둥이 남매를 키우는 직장맘 A씨는 석 달 전 '그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 한편이 에려온다. 지난 1월22일 어느 때와 다름없이 자녀 등원을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내던 A씨. 가뜩이나 출근준비 하랴, 아이들 챙기랴 바쁜 와중에 딸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며 보채기 시작했다. 

A씨는 "아파트 1층에 위치한 가정어린이집에 한 일 년 정도 보냈는데 언제부턴가 등원 준비만 하면 딸애가 칭얼거렸다. 그때마다 '엄마랑 헤어지는 게 싫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는데 그날도 그런 줄로만 알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돌봄 서비스 여전히 '엉망'

남매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뒤돌아선 A씨는 어쩐 일인 지 딸아이 울음소리가 딱 끊기자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불안한 마음에 베란다 쪽 창문으로 안방 교실을 살폈지만 아들 녀석만 보일 뿐 딸아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A씨는 "이리저리 아무리 찾아봐도 딸아이는 안 보이고, 교사는 애들 가방서 물건을 꺼내 정리하며 내가 넣어둔 아몬드를 먹고 있었다. 10분 정도 흐르자 교사가 (자녀) 약을 가져와 아들 입에 쭉 짜줬다. 그런 후 딸아이 약을 들고 안방 화장실로 가더라"며 어이없어 했다.

어린이집 안을 들여다 본지 15분 만에 A씨는 안방 화장실서 딸아이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내밀며 약을 받아먹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순간 정전이 된 것처럼 눈앞이 캄캄해 진 A씨, 당장 뛰어가 멱살을 잡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최근 부산 한 어린이집에서 갓 돌을 넘긴 아기가 등에 피멍이 들도록 맞은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해당 부모가 프라임경제에 제공한 피해어린이.  
최근 부산 한 어린이집에서 갓 돌을 넘긴 아기가 등에 피멍이 들도록 맞은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해당 부모가 프라임경제에 제공한 피해어린이.
A씨는 "교사가 딸아이에게 나오라고 손짓을 했고, 아이가 문을 몸으로 막으며 싫다고 했다. 아마도 문을 닫을까봐 한 행동 같았다. 그러자 교사가 손으로 아이 가슴을 3번 정도 밀치며 뭐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래도 아이가 울면서 싫다고 하자 이번엔 발로 가슴 쪽을 차서 화장실에 박어 넣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도 믿지 못할 장면에 A씨는 미친 듯이 어린이집으로 뛰어가 초인종을 눌렀다. 문을 열어주며 어색한 웃음을 짓는 교사를 뒤로한 채 A씨는 곧장 딸아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어느 새 화장실에서 나온 아이는 A씨를 보자 통곡하듯 울기 시작했다고.

딸아이를 폭행한 연유에 대해 묻자 교사는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세 자녀의 부모로써 절대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게 교사의 변이었다. 이에 A씨가 베란다 창을 통해 모든 사실을 봤다고 말하자 그 제서야 교사는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위와 같은 사실을 구청과 어린이집에 신고한 A씨. 그러나 A씨를 더욱 어처구니없게 한 건 어린이재단 관계자였다. A씨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께 어린이집에 조사를 나온 재단 관계자는 A씨에게 "36개월 이전 아이들은 다행히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고 금방 잊어 버린다"며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는 식으로 얘길 건넸다.    

A씨는 "위로로 하는 말인지 아니면 기억도 못하니 잊어버리라는 건지 그 말을 듣고 나니 내 자신이 더 한심해졌다"며 "언제부턴지 딸아이가 자려고 불을 끄면 울면서 소리를 지르고 경기를 일으켰을 때 눈치 챘어야 했는데…,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답답해했다.

그나마 A씨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청문절차를 통해 해당교사 자격이 영구정지될 것이란 구청직원 전언이었다. 여기에 어린이집 원장은 관리소홀로 국가 보조금을 몇 개월 정도 못 받을 것이란 것도 A씨에게는 큰 위안이 됐다. 문제의 가정어린이집은 매달 보육비 200만~300만원을 지원받아왔다.

하지만 그 역시 바람으로 끝났다. 해당교사는 자격정지 6개월, 어린이집은 3개월 보조금 지급정지에 그쳤다. 

◆'공짜유혹' 무상교육 쏠림현상

광주 한 어린이집 경우 부실한 식단으로 구설에 올랐다. 분명 이날 메뉴는 '쌈밥'이었지만 고기는 하나도 없고 맨밥에 상추, 그리고 쌈장이 전부였다. 이러한 사실은 화가 난 한 학부모가 광주 서구청 게시판에 해당 사진을 올리면서 불거졌다.

당시 어린이집 원장은 "고기가 얼어서 고기 없는 쌈밥을 줬다"고 해명했지만, 구청 측 식단 위생상태 확인 결과 문제가 있다고 판단돼 행정처분이 내려졌다.

   광주 한 어린이집의 '쌈밥' 식단. 고기는 없고 맨밥에 상추, 그리고 쌈장이 전부였다. 화가 난 부모가 광주 서구청 게시판에 해당 사진을 올렸다. ⓒ 광주광역시 서구청  
광주 한 어린이집의 '쌈밥' 식단. 고기는 없고 맨밥에 상추, 그리고 쌈장이 전부였다. 화가 난 부모가 광주 서구청 게시판에 해당 사진을 올렸다. ⓒ 광주광역시 서구청
그나마 부실식단은 양반이다. 아이들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썩은 칫솔을 줬다는 어린이집도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1년 전문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 접수된 아동학대 건수는 모두 1만416건으로, 그중 아동학대로 판정된 것은 6058건에 달했다. 아동학대가 일어난 장소는 86.6%가 가정 안이었으며, 두 번째로 많은 곳은 어린이집이었다.

특히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는 2011년 159건으로 전체의 2.6%를 차지했으며 △2010년 100건 △2009년 67건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지자체 관리 감독인원은 태부족 상태다. 한 시청 관계자는 "팀장 한명, 직원 두 명 이렇게 세 명이 지도점검을 한다. 현실적으로 전부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을 둘러싼 문제는 아동학대뿐 아니다. 무상교육이 실시되면서 집에서 자녀를 양육하던 부모까지 어린이집을 선택해 보육현장 질이 저하되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이는 지난해 6월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설문조사한 '가정 내 양육실태 및 정책수요'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여성가족재단에 따르면 서울시내 만 0~5살 아동을 집에서 양육하고 있는 부모 500명을 대상으로 이 같은 조사를 한 결과 이들 가운데 235명이 무상보육 실시 후 어린이집을 신청했다.  

집에서 아이를 키우다 어린이집을 신청한 이유로는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해서(22.3%) △무상보육 지원을 받기 위해(19.2%) 순이었다.

◆"6시30분까지 퇴소" 일방통보 예사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맞벌이 집으로 넘어갔다. 아이를 집에서 키우던 전업주부들까지 너도나도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하면서 정작 어린이집 보육이 절실한 맞벌이가정 자녀는 갈 곳이 없어진 것이다.

통계청이 조사한 전국 부부경제활동 현황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맞벌이가정은 507만가구로 홑벌이 491만가구 보다 16만가구 많았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직장맘 B씨는 "지난해 국공립어린이집에 아들 입소신청을 했지만 앞선 순번 대기자만 100명이 훌쩍 넘었다"며 "민간어린이집 몇 곳에도 신청을 해놓은 상태지만 수개월이 지나도록 소식조차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어린이집 입소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려워지자 어린이집 횡포가 날로 진화하고 있다.

두 살배기 아들을 집 근처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직장맘 C씨는 최근 '일이냐, 보육이냐' 갈림길에 놓였다. 얼마 전 어린이집 원장이 개인사정으로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만 운영한다고 알려왔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한 어린이집 운영시간은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까지다.

   맞벌이 가구수 추이 ⓒ 프라임경제  
맞벌이 가구수 추이 ⓒ 프라임경제
물론 C씨도 정부가 정한 규정시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를 맡기는 처지에 항의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C씨는 "원래 오전 8시에 맡기고 오후 7시에 데려왔었다. 보육시간을 연장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규정대로만 봐 달라는 건데 안 된다니 황당했다"며 "당신들 아니어도 아이를 맡기려는 사람이 많다는 식이니 머리를 조아리고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도우미를 추가로 써야 할 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맞벌이 주부 D씨도 상황은 비슷하다. 2년 전 처음 아들을 맡길 때만 해도 "필요하면 오후 8시까지도 봐줄 수 있다"던 원장이 "올해부터 어린이집 운영시간을 오후 7시로 줄이겠다"고 돌변한 것이다.

D씨는 "요즘 6시 칼퇴하는 직장도 별로 없는데 너무한 것 아니냐"며 "무상보육 전면 확대라지만 직장맘은 아이 키우기 정말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무상보육이 올해 전면 확대되면서 이처럼 보육시간을 임의로 단축하는 어린이집이 늘고 있다. 직장맘보다 아이를 늦게 맡기고 일찍 데려가는 전업주부를 노린 또 하나의 횡포다. 종일반·반일반 구분 없이 똑같이 지원되는 보육료를 악용한 것.

원장과 보호자가 협의하면 보육시간을 조정할 수는 있다. 문제는 원장들이 일방적으로 시간 단축을 통보한다는 데 있다. 부모들은 원장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아이를 일찍 데려갈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원장이 일방적으로 운영시간을 단축했다가 적발되면 1차 시정명령을 받고, 그래도 고치지 않으면 운영정지 처분을 받는다. 2차에도 시정되지 않으면 시설폐쇄 처분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