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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대세론 뛰어 넘은 이용섭·강기정 '아름다운 단일화'

이용섭, 청렴·전문성·저격수 고루 갖춘 명실상부 '전국구'정치인 등극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4.28 16: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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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가연(嘉緣: 아름다운 인연)을 낳을 가연(嘉聯: 아름다운 연대). 민주통합당 당대표 경선이 내달 4일로 임박한 가운데, 당초 김한길 후보 독주로 끝날 것으로 보였던 선거에서 강기정 후보와 이용섭 후보간 단일화가 성사되면서 막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당 선거관리원회의 여러 조건 제약으로 사실상 단일화 준비 조치를 여럿 할 수 없는 진통 끝에도 강 후보의 결단으로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루게 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의 결속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 변화에도 큰 성공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 강기정 후보, 후보직 전격 사퇴까지 숨가쁜 과정

강 후보는 28일 오후 광명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지역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이 후보를 통해서 새롭게 탄생하는 민주당이 되기를 소원해본다"며 눈물과 함께 후보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이로써 당대표 경선은 범주류계 이 후보와 비주류계의 김 후보가 당의 대표직을 놓고 정면 맞승부를 벌이게 됐다. 더 간단히 요약하자면 지난 대선 패배 이후 매번 당을 흔들어 온 '친노 심판론' 여진을 멈추게 할 무대로 이번 당권 경쟁의 성격이 더욱 선명해졌다고 할 수 있다. 강 후보와 이 후보는 모두 직계는 아니나 친노에 속한 것으로 분류(범친노)돼 왔다. 

강 캠프와 이 후보 진영은 단일 후보를 결정하려 했지만 민주당 선관위는 전날 27일 심야회의를 열고 두 후보가 추진하고 있는 간담회와 관련해 △배심원 대회 명칭 사용 불가 △사회자가 두 후보에게 질문 불가 △배심원의 후보에 대한 질문 불가 △후보자 상호간 의견 교환 불가 등을 결정해 통보했다.

이에 두 후보 진영에서는 형식을 당원 간담회로 바꿔 단일화를 추진하는 차선책을 검토했지만, 28일 오전 10시부터 진행하려던 간담회에 이 후보가 불참하면서 이마저 무산됐다.

여기서 두 가지 키워드가 부각된다. 이 후보의 원칙론과, 강 후보의 희생 카드다.

이 후보는 "단일화가 시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의 결정을 위반하면서까지 단일화를 하면 아름다운 단일화라는 취지가 반감되고 당원들과 국민들의 지지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더 이상 단일화 시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친노의 명예 회복'이라는 중요한 문제가 걸려 있음을 모르지 않으나 '당'을 앞세운다는 생각을 시사한 것이다.

한편 강 후보는 "그러나 단일화는 이 후보와의 약속을 넘어 국민과 대의원, 당원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후 고민 끝에 전격 후보직 사퇴라는 강수를 뒀다.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될 카드를 창출해 내자'는 방향으로 손을 뻗은 셈이다.

◆ 잘못 활용하면 '독이 든 성배'?

이번 단일화로 일단 당의 대표 경선 과정이 흥행에 한층 탄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김한길 대세론'이라는 난이도 높은 문제를 풀 레버리지가 생긴 데다, 국민들이 민주당에 대해 보내는 '제 1 야당이면서도 야성이 없다는' 평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현재의 '김한길 대세론'은 그만한 인재가 없다는 점에서 기인하는 면도 크지만 그런 한편 거품론과 복지부동주의 결과라는 정치적 부담감이 있는 상황이었다는 평가다. 즉 친노를 제외하고 각종 책임론을 모두 가동한 경우에 한발 비껴있던 인물이 어부지리한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상이기도 했다.

다만 이번 경선에서 어떻게든 성사된 단일화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는 경우, 민주당 당원들 중 일부는 당에 대한 상당한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어떻게 선거가 끝나든 이번 단일화의 의미를 평가하고 그 효과 중 장점만을 살려야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재선의 이용섭 의원이 차기 민주당 대표 양강 구도의 한 축으로 차지함에 따라 대선 패배이후 혁신과 쇄신의 선봉장이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재선의 이용섭 의원이 차기 민주당 대표 양강 구도의 한 축으로 차지함에 따라 대선 패배이후 혁신과 쇄신의 선봉장이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기정 진영이 얻을 것: 차기 광주도백 자리?

이번 단일화로 강 후보는 상당한 이득을 챙길 수 있다는 해석이 성급하지만 벌써부터 나온다. 즉, 불과 1년여 앞으로 다가온 광주광역시장 선거에 시선을 보내는 해석론이다.

이미 이 선거에 출마할 의지를 자천 및 타천 밝혀온 터여서 강 후보가 아름다운 단일화를 위해 양보한 결과를 만든 공로에 대해 광주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챙겨줄 것인지 등이 눈길을 끈다.

이는 간단히 말하면, 유력한 차기 후보인 이 후보의 광주시장 선거 출사표를 (이번 당대표 경선 결과와 상관없이) 포기시키는 실익을 얻을지 여부다.

이에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한데, 이 후보는 2010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에 나섰지만 강운대 현 시장에게 석패했던 이력이 있다. 당연히 이 의원에게서는 '재수' 가능성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당 비대위원회가 5월4일 정기전당대회에서 뽑힐 대표와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의 임기를 2년으로 못박은 것이다. 즉 이 후보가 당을 이끌 차기 대표로 선출될 경우 사실상 '광주시장 꿈'은 접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면서, 이번 대표직 출마 선언에 광주시장보다는 큰 꿈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풀이가 나왔다.

더욱이 이런 상황에 한층 더해 강 후보가 양보한 모양새까지 연출되면서 설사 이번 경선에서 김 후보에 고배를 들더라도 강 후보측이 우위를 갖게 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용섭 캠프가 얻을 것: 인지도 오르고 입지 넓어지는 '박영선 효과' 기대

이 후보로서는 만약 당대표가 안 될 경우 부담이 적지 않다. 즉 차선책으로 한번쯤 노려볼 수 있었던 도백 자리를 포기하면서 이번 선거에 매달린 셈이 된다.

하지만 이미 국세청장과 건설부장관 등을 역임하고 정치권에 입문한 이 후보 이력을 생각해 보면 이 정도 반대급부(자신이 당대표직 출마 선언을 하면서 포기한 부분+이번 강 후보측 단일화 선언으로 굳어진 손실)는 크게 안달복달할 정도는 아니라는 풀이도 가능하다.

자의든 타의든 당의 거물로 중앙정치로 무대를 확정짓게 되는 반환점을 돌게 된다는 뜻이다. 

가장 좋은 경우의 수는 당대표로 선출돼 범친노의 이점과 정치와 행정을 두루 역임한 점을 살려 안으로는 당의 여러 계파를 아우르는 모습을 보이고, 밖으로는 정부에 브레이크를 걸 능력을 선보이는 '강한 야당의 대표'로 부상하는 것이다. 

만약 '김한길 대세론'을  꺾지 못할 경우를 가정해도 당내 계파간 갈등과 책임론을 이만 마치자는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구심점으로 기능할 여지가 있다.

어느 경우든 이 후보측이 이번에 얻을 가장 큰 이점은 능력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안 따라주는 인지도를 제고할 가능성이다.

지난 번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의 일명 '셀프 탄핵'으로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범 야권 통합후보 선출'이 있었는데 이때 가장 큰 수혜 정치인으로 부각된 것은 박영선 의원이었다는 점은 이번 국면에서도 참조할 만 하다.

비록 박 의원은 이때 자신이 서울시장이 되는 교두보를 놓는 데까지는 성공하지 못했다(결국 판세는 '박원순 시장'으로 돌아갔음).

하지만 '저격수'로 활동한 몇몇 경우를 빼고 박 의원이 이전에는 당내 전면에 나선 일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의 '석패'는 제2의 정치적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작용했다. 즉 당시 박 의원이 서울시장을 꿈꾸면서 펼친 노력들(짧은 경선 기간 동안 그가 보여준 뒷심과 저력)은 그녀를 '대중 정치인'으로 한층 다가서게 하기에 충분했다는 평이다.

또 당시 박 의원에 대해 경선 과정에서 당내 주류와 비주류 등의 연합군이 지원사격에 나섰던 점도 향후 그의 당내 입지 제고에 긍정적인 기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도 당시 나왔다.

이번에 이 후보가 얻을 효과도 대체로 이 같은 '박영선 효과'와 유사할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이번 단일화의 구도로 '무색무취한 테크노크라트'에서 '원칙적 인물'이라는 점으로, '호남의 아들'에서 '대세론에 맞선 전국구 정치인'으로 평가 이동이 시나브로 이뤄질지 여부가 당대표 경선 결과 못지 않게 주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