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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홍준표 권토중래 배양 온상

직계없는 '독고다이'정치한계…'첨병'기르고 '정책'실험?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4.27 11: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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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거침없는 행보로 진주의료원이 전국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일단 5월22일까지 폐업이 유보된 상황이지만 진주의료원의 진로를 낙관하지 못한다는 시각이 많다. 야당들과 보건의료노조가 폐업을 막으려고 노력하겠지만 홍 지사의 폐업 카드가 여전히 잠복해 있고 도의회의 해산 조례안 처리라는 카드도 유효하다.

   당대표까지 지낸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행보가 심상찮다. 이번 진주의료원 문제를 중앙정치 복귀에 대한 목마름 표현 정도로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 홍준표 경남도지사 페이스북  
당대표까지 지낸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행보가 심상찮다. 이번 진주의료원 문제를 중앙정치 복귀에 대한 목마름 표현 정도로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 홍준표 경남도지사 페이스북
이런 가운데 홍 지사가 왜 이 같은 무리수를 두는지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홍 지사가 중앙정치에 언젠가 복귀할 날을 위해 제법 중량감이 있는 메시지를 계속 던질 것이고, 그 첫 소재로 적당한 것이 진주의료원이라고 분석한다. 강성노조와 싸우는 보수정치인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지 않으면(즉 비주류 인사로 새누리당 전통적 지지층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렵기 때문에 택한 공세적 행보라는 해석이다.

해석① 홍준표식 마이웨이 사실상 마지막 표출

주류를 향한 몸부림으로 봐야 옳다는 해석, 그리고 이를 위한 약간의 무리수라는 풀이는 일부는 온당하고 일부는 비껴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홍 지사가 당대표와 국회 환노위원장 등을 지낸 거물급 정치인으로 앞으로 여의도 정계에 복귀하는(더 큰 그림을 꿈꾸는) 예상을 하는 것은 무리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심지어 진보정치권 일각에서는 홍 지사의 이번 시도에 대해 '박근혜식 복지'의 적나라한 단상을 읽을 수 있다는 의혹도 갖는다. 지방의료원, 지방거점 공공병원을 활성화하는 문제는 무수한 안티를 생성할 위험도가 높아 보통 정치인들은 쉽게 건드리기 어렵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청와대의 암묵적 지지를 얻지 않고서(적어도 그렇게 착각할 정도의 뭔가가 있지 않고서) 이런 일을 벌이기 어렵다는 연결 해석도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홍 지사가 일을 벌인 시기를 생각해 보면, 이런 해석에 불확실성이 높아진다. 홍 지사가 병원 폐업 발표를 한 시기는 묘하게 박근혜 대통령 취임에 즈음해 있다. 보건·복지 전문가몫으로 발탁, 비례대표로 이번에 여의도에 진출한 김용익 민주통합당 의원은 홍 지사의 행보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정치인이다. 그런 김 의원이 모 매체와 인터뷰한 기록 중 의미심장한 표현을 찾을 수 있다. 김 의원은 "(홍 지사가) 얼마나 황당한 소리를 한 거냐면 대통령이 2월25일 취임했다. 그런데 26일에 홍 지사가 진주의료원 문을 닫는다고 했다. 이것도 기록적인 일이다. 홍 지사가 박 대통령을 깡그리 무시하는 발표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지적대로 신임 대통령이 첫 삽을 뜬 다음날 공공병원을 닫겠다고 나선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실제로 이 같은 홍 지사 같은 행보를 보인 이가 한반도에 하나 더 있다. 북한의 김정은이다. 평양 지도부는 중국의 시진핑 체제가 새로 출범하는 상황에 각종 이슈를 터뜨림으로써, 중국이 한반도 정책을 구상, 표현하는 주도권을 행사하는 대신 북한식 프레임에 끌려가는 양상을 만드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렇게 되면 강경한 입장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효과가 높지만 협력을 이끌어내기에는 쉽지 않은 구도가 형성된다. 평양이 근래 각종 도발적 행동을 하는 것은 김씨 3대 세습에 대해 중국이 미국 등과 함께 교체 가능성 교감을 나누지 않겠느냐는 의혹에서 나온 '배수진'에 가깝다. 홍 지사로서는 청와대와 완벽한 핫라인을 갖고 있다고 보기 다소 어려운(홍 지사가 옛 한나라당 대표에서 몇 달만에 전격적으로 물러나게 된 것은 여러 이슈가 작용했지만 결국 당시 대선을 준비하던 박 대통령이 홍 대표의 시스템 대신 비상대책위원회로 당을 최적화하는 게 낫다고 봤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당시 유력) 감이 있다.

따라서 '홍 지사가 저지른 일은 박근혜식 복지의 표출'이라는 식으로 바로 등치시키기에는 무리가 다소 있다.

전체적인 방향에서는 어떻게 될지 몰라도 세부적인 공세 시기나 방법론 등에서는 오히려 '일을 임의로 벌인 독단전행(獨斷專行)에 가까운' 것으로 볼 여지가 높다. 그리고 그 독단전행을 벌인 시기를 보면 박 대통령의 정책적 의중을 헤아려 최적화해 문제를 일으킨 것보다는 홍 지사 스타일 논의에 청와대와 정부가 끌려들어오게끔 터졌다고 보는 게 적당하다. 진영 보건부 장관이 이번 문제에 그렇게 크게 반응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일전부터 나온 것도 확전을 용인하거나 뒷받침까지 해 주기도, 그렇다고 어물쩍 패전을 하게 놔 두기도 애매한 상황 때문이라고 보면 이해가 상당 부분 가능해진다.

매번 독고다이(특공대를 말하는 일본어. 홍 지사식 정치를 이해하는 주요 키워드로 활용돼 왔음)로 정치 정국에서 결단을 내려온 홍 지사로서는 이번에도 독자적으로 일을 벌인 것으로 해석된다. 옛 한나라당의 대표로 선출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비주류였던 계파 없던 나를 대표로 뽑아 준 것은 위기를 돌파하고 서민 속으로 들어가는 국민과 당원의 요구라고 본다"며 "이 요구에 부응해서 분골쇄신할 것"이라고 밝혔던 홍 지사는 여전히 이 같은 비주류 마인드를 갖고 있다. 

◆해석② 홍 지사도 '홍준표의 원세훈' 키우고 싶다?

그렇지만 홍 지사가 독고다이식 문제로 앞으로 일을 더 벌일 방증으로 이번 문제를 보기는 어렵다.

홍 지사는 위에서 말했듯 당대표에서 밀려나듯 떠난 이력이 있다. 더욱이 시계의 바늘을 좀 더 앞으로 돌려 보면 '최병렬 체제'가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당권이 일순간 붕괴되는 상황에서 최 전 대표를 보좌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통한을 안은 적도 있다. 즉 정치권의 비정함을 이미 학습한 바 있다.

그런 맥락에서 홍 지사는 일단 이회창 전 의원이 과거 대선 패배 후 무리하게 당의 비중있는 자리로 복귀를 원해 정치적 도의를 다소 저버리는 행보를 하게 된 점을 찬성하기는 어렵지만 이해할 수 있는 시도로 받아들이는 것으로도 보인다(조순 당시 총재에 대해 합당시 임기 보장 약속이 있었으나 일부 인사들이 몰아내기 움직임으로 해석될 만한 행보를 보였음).

즉, 홍 지사는 '정치공학적'으로 정치를 하지도 않을 뿐더러, 정치공학적으로 봐도 이번 진주의료원 문제를 부각시키는 게 자신에게 도움이 크게 안 될 수 있다는(굳이 박근혜정부와 각을 세우는 식으로 중앙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표하는 것에 당리당략적으로 우군이 생기지는 않음) 것을 잘 알 수 있는 위치와 경력을 갖고 있다.

거칠게 표현하면, 그는 지금 뉴스 이슈를 만드는 인물 정도로 부각되는 정도 외에, 중앙정치권에 기대하는 게 없다.

이번 일은 과거 '반값 아파트 정책'이나 '국적법 처리' 과정에서 그가 보인 자신감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또 그가 과거 울산지청 검사 시절(지금은 울산지방검찰청으로 개칭, 확대편성) 현대중공업 파업을 처리하면서 출세길에 멀어질 위험을 감수하면서 대검찰청의 강력 처벌 당침에 반해 주요 노조 인물 중 하나를 유연성 있게 처리하고 대화 메신저로 활용한 점을 감안해 보면, 순전히 정치공학적으로 처리하는 게 아니라 나름의(물론 그 나름대로라는 점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이나 유권자도 많겠지만) 기준으로 일을 밀어붙여 갈 공산이 크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일 즈음에 그가 벌인 도공무원 인사 실험을 유의미하게 볼 필요가 있다.

2013년의 첫달, 경남도 관가에는 인사 태풍이 몰아닥쳤다. 홍 지사의 첫 인사 파격으로 1284명이나 되는 공직자가 자리를 바꿨다.

당시 일부 발탁 인사 중 무리수 논란 등이 있었지만 '실국장 추천제'를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가동을 마친 점 등 호평을 받을 만한 대목이 적지 않다. 부정부패 척결과 행정의 효율성을 사람들의 뇌리에 '홍 지사 인사의 트레이드 마크'로 각인시킨 점은 큰 수확이다.

더욱이 당시 발탁 인사와 관련 논란, 일부 인사 구설수 등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고 넘어갔지만, 여성 공무원 약진도 특기할 만한 대목이었다. 3급 승진 뒤 교육을 마친 윤성혜씨가 복지보건국장을 맡고, 진말연 여성능력개발센터소장이 법무담당관에, 청년일자리담당 정회숙 사무관이 여성센터소장 직대로 등용됐다. 이로써 과장급 이상의 여성 간부는 2명에서 4명으로 늘었다.

전반적으로 발탁, 여성 등 소외군에 대한 배려 등 여러 키워드로 젊고 일하는 분위기의 역동적인 조직과 그 구성원들을 얻으려 한 것으로 풀이 못할 바가 아니다. 잡음으로 적도 많이 만들었지만, 팬들과 소수라도 열혈 첨병을 얻을 교두보를 놓은 셈이다.

특히 현재 그의 진주의료원 전쟁터에서 (당사자의 내심이야 진주의료원의 홍 지사 스타일 처리 구상이 좋든 싫든) 든든한 우군으로 일하고 있는 이가 바로 윤 복지보건국장이라는 점을 주목해 보자. 이런 능력을 갖춘 인물들이 중앙에서까지 주목할 만한 사건(진주의료원 사태 같은)을 처리하면서 얻을 감각까지 더한다면, 그리고 그 중 극히 일부라도 든든한 정책적 참모이자 일선 야전지휘관 격으로 홍 지사의 추가 정치 행보에 동참할 경우를 상정해 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을 청와대 주인으로까지 만든 것은 결국 그가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난 상황에 서울시장직에 도전해 보자는 꿈을 꾸고 실제로 역임한 데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시라는 큰 조직을 통해 국가의 축소판을 미리 이끌어 보고, 또 이 시절 탁월한 인사인 원세훈씨(국가정보원을 외국 사절 노트북을 훔치다 들키는 아마추어리즘 집단으로 수준 저하시켰다는 비판이 그에게 쏟아진다. 심지어 국정원을 정치성 리플놀이의 전당으로 만들었다는 책임론까지 나온다) 등을 만나 인재풀을 넓힐 수 있었던 것도 중요한 자산이 됐다.

만날 비난만 받는 '저격수'에서 반값 아파트와 국적법 등으로 '서민의 친구'가 된 홍 지사였지만, 당과 국회는 그에게 늘 외로운 공간이었다. 이제 이 전 대통령처럼 그는 중앙에 돌아갈 구실만이 아니라 실제 능력과 병력을 키워보려는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홍 지사가 단지 메시지를 전달할 도구로 지방의 현안을 이용한다는 해석은 일말의 억울한 감이 있다. 그는 중앙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청와대를 향해 사미인곡을 부르는 게 아니라 본격적으로 지방에서 역적 모의 중(단, 청와대의 현재 주인 이후에 들어설 누군가 혹은 후보그룹군이 이미 후계자 수업을 착실히 받고 있는 와중을 가정함)이라고 보는 게 차라리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