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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팜한농 포기한 유리온실, 사업자선정 '시나리오 셋'

사업자 선정방식 아직도 '오리무중'…5월에나 협의 가능할 듯

이보배 기자 기자  2013.04.26 15: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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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달 사업중단을 선언한 동부팜한농의 화옹 첨단유리온실 새 사업자 선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운영사인 동부팜한농과 농림축산식품부, 농협중앙회 등이 온실을 인수할 새로운 사업자 모색에 나섰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농민들의 반발과 함께 사업투자금 380억원을 회수하려는 동부팜한농의 의지가 굳건한 터라 누구하나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당초 이달 말쯤 새 사업자 선정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예정이었으나 기한은 일단 다음달로 연기됐다.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팜한농은 지난달 26일 수출용 토마토를 생산하는 화성 화옹 첨단유리온실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전국토마토생산자협의회 등을 중심으로 동부팜한농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나자 결국 백기를 든 것.

   동부그룹 사옥. ⓒ 동부  
동부그룹 사옥. ⓒ 동부
첨단유리온실 시범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2010년 당시만 해도 유리온실은 연간 128억원의 고부가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수출기반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동부팜한농이 아시아 최대 규모의 첨단유리온실 사업중단을 선언하면서 이 시설의 활용문제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상황이다.

화옹 첨단유리온실은 작물 생육에 필요한 영양분과 외부환경 등을 정밀 관리하는 최적의 재배환경을 자랑한다. 하지만 축구장 크기의 17배(10.7ha)에 달하는 규모는 선뜻 새 사업자로 나서기 부담스럽게 만든다.

사업을 초기부터 진행해온 동부팜한농이 아닌 다른 주체가 시설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구체적 대안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중앙회의 사업자 선정방식 보고에 이어 한국농어촌공사·화성시·동부팜한농과 협의, 빠른 시일 내 재공모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참여 전무…농업인 나서나?

첨단유리온실 새 사업자 선정을 두고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 현재 운영을 맡고 있는 동부팜한농이 인수희망 업체와 개별 접촉해 인수가격과 방향을 정하는 방법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농협중앙회가 인수한 뒤 농민연합회나 조합법인에 사업을 맡기는 것이고, 마지막은 농민연합회나 조합법인이 직접 유리온실을 인수하는 방안이 있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사업자 선정방식과 관련해 농협에서 보고가 들어오면 4개 관계기관이 만나 협의과정을 거쳐 공모해야 한다"면서 "4월말쯤이면 윤곽이 잡힐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5월은 돼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사업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인수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면서 "동부팜한농과 개별 접촉을 통해 인수자를 선정하거나 농협이 직접 인수하는 방법이 이상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동부팜한농의 투자금액 380억원은 적은금액이 아니다. 농업계의 부정적인 시각 때문에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기업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 유리온실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동부팜한농이 자부담으로 투자한 38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동부팜한농이 투자비를 전액 회수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동부팜한농이 지난달 사업 중단을 선언한 화옹 첨단유리온실 조감도. ⓒ 동부  
동부팜한농이 지난달 사업 중단을 선언한 화옹 첨단유리온실 조감도. ⓒ 동부

동부팜한농 관계자는 "회사의 결격사유로 사업을 중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 상태를 유지하고, 투자비 380억원은 회수할 방침"이라며 "기업 매각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프리미엄이 붙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투자비용에 유지비용 정도를 협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동부팜한농에 따르면 현재 몇몇 업체에서 인수 의사를 밝혔지만 동부팜한농의 사업중지 사태 파장 때문인지 대기업의 인수 제안은 아직까지 전무하다.

동부팜한농 관계자는 "영농법인 몇 군데에서 인수 의사를 밝혔고, 충분히 인수가 가능한 곳도 있다"면서 "우리 쪽으로 개별 접촉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볼 때, 농협을 통한 조합원이나 농민들의 인수참여가 적합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을 보탰다.

◆인수자 나타나도 문제
 
하지만 사업자 선정 방안 마련의 중심에 있는 농협중앙회는 아직까지 로드맵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내부 조율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10~20억 정도의 사업도 아니고 사업구도를 정하는 것도 어려운 상태"라면서 "알려진 방안 외에도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하는 중"이라고 말을 잘랐다. 정확한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도 문제지만 인수자가 정해지면 첨단유리온실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도 고민거리다. 토마토 농가에서 적극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토마토 재배를 추진하는 것도 무리가 있고, 다른 작목으로의 전환이나 생산된 수확물의 유통 방법도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농민들의 생존권 침해 논란으로 불거진 동부팜한농의 유리온실 사업 중단이 동부팜화농과 농민, 나아가 정부에게도 상처만 남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동부팜한농은 1953년 설립돼 60년간 종자·농약·비료 등을 생산한 농업 노하우를 갖춘 기업이다. 60년 농업 기업도 떠나가게 만든 화옹 첨단유리온실의 새 주인은 과연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