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생리휴가 냈어? 우리 회사에 이런 휴가도 있어? 저번 주에 연차 썼잖아."
"요즘 몸이 좀 안 좋아서…."
"요즘 바쁜 거 몰라? 몸은 왜 하필 이럴 때 그래?"
최근 직장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인기몰이 중인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짧은 대화지만 여성들은 여성들대로, 남성들은 남성들대로 저마다 "맞아, 맞아"하며 공감하며 봤을 법하다. 여성은 당연한 권리인 생리휴가를 쓰겠다고, 남성은 왜 자신들은 쓰지 못하는 생리휴가(건강휴가, 혹은 보건휴가)를 쓰는지. 일상생활에서도 이 문제는 남녀(불)평등 문제로 이어져 언쟁소지가 다분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엄마 가산점제'에서도 이런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 제도는 임신·출산 및 육아로 직장을 그만둔 여성들의 재취업 시 가산점 2%를 주는 내용이다. 이 복지 정책이 나오자, 남성들은 '왜 임신·출산한 여성들에게만 혜택을 주냐'며 불평등을 이유로 반발했다.
하지만 이 정책의 더 큰 문제는 남녀(불)평등을 떠나 임신·출산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들을 차별한다는데 있다. 임신·출산한 여성들은 재취업 시 가산점을 받을 수 있지만, 미혼 여성이나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갖지 않거나 못하는 여성들은 가산점 혜택 대상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임신·출산을 재취업 수단으로 폄하는 듯한 뉘앙스를 준다. 또 미혼 여성이나 결혼을 해서도 임신·출산을 하지 않는 여성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안기고 있다. '엄마'와 '엄마가 아닌' 여성들을 구분해 누구에겐 가산점을 주고, 다른 이들에겐 주지 않는다는 발상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성인남녀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60% 이상이 엄마 가산점제에 대해 찬성한다고 답했다고 해서, 이 여론만 가지고 제도를 무작정 추진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말 경력단절 여성들의 취업을 지원하고자 한다면 남녀(불)평등, 역차별 등 논란을 낳고 있는 현재의 엄마 가산점제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보다 앞서 임신·출산 여성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태부터 개선돼야 한다. 임신·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여성들의 재취업을 지원한다 하더라도 이들이 꾸준히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다면
실제 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09~2012년 출산휴가 기간 중 해고를 당한 여성은 700여명에 달했고, 유아휴직을 전후한 해고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현재 근무하는 임신·출산 여성들의 일자리조차 보장해주지 못하면서, 임신·출산 여성들의 재취업을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