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제 후배들을 보면 제 초년병 시절처럼 (해외로) 못 내보내 줘서 미안한 마음뿐이지요. 저처럼 돌아다녀 봐야 하는데 말입니다."
초로의 A은행 간부 B씨가 자신이 해외 기업금융 분야에서 경험을 쌓던 '무용담'이며 온갖 '실수담'을 들려주던 끝에 기자들에게 덧붙인 말이다. IMF 관리체제로 들어가면서, 한 동안 우리 은행계는 그 동안 싹을 틔워오던 해외 진출의 기운을 접고 안에서 웅크린 적이 있었다.
그런 시기에 정말 아깝게 사장되고 만 예전 경험과 경력을 대변하는 이가 바로 그 B 부행장이었다. 그의 말은 그래서 이전에 자신이 쌓았던 것처럼 '생생한' 경험을 '현장'에서 후배들이 습득하고 서로 물려주고 받고 해야 우리나라 금융이 앞으로 본격적으로 해외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내심으로 풀이됐다.
지금 해외에서 하는 영업보다 더 발전하려면 그만큼 더 수업료를 많이 내고 활발히 활동해야 하니 물적 지출이나 인적 투자를 아끼지 말라는 당부로도 들린다.
KB국민은행 도쿄지점이 일본 금융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당국은 지난해 3월부터 국민은행 직원 C씨가 야쿠자 세력의 돈세탁을 도왔다는 혐의를 포착했다.
정상적인 자금으로 알고 유치한 것이라는 해명이 사실인지 혹은 돈세탁 가담의 고의가 있었는지는 조사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일본의 금융은 우리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고루하다고 하지만, 전반적인 시스템은 우리와 흡사하고 또 그것을 감독 시스템은 높은 수준이라는 평이 나온다.
금융청은 메이지시대부터 존재, 일본 엘리트 중의 엘리트로 꼽혔던 옛 대장성의 후신으로(대장성은 위세가 당당한 만큼 전횡이 심각해 결국 개혁 대상으로 낙인찍혀 2001년 재무성과 금융청으로 갈라졌음), 깐깐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 만큼 일본 당국에서 엄격하게 관리당하고 지적된 경험을 쌓는 일 자체가 귀중한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금융청이 우리은행 도쿄지점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관련 검사를 벌여 해당 은행을 긴장시킨 바 있었다. 2007년 일이니, 이때는 우리 한국의 은행계가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패턴이 지금처럼 정밀화되기 이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경험이 얼마나 회현동(우리은행 본점)에 소상히 직보됐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은행이 성장하는 데 밀알만큼이라도 도움이 됐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아울러 외환은행 같은 경우는 2006년 봄 다소 억울하게 금융청으로부터 철퇴를 맞기도 했다. 외환은행 도쿄지점과 오사카지점이 어떤 송금업체와 거래를 하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손을 끊은 바가 있었다(2005년 3월). 그런데 고지식한 금융청은 문제 소지가 있을 만한 거래를 전면적으로 중단하긴 했지만, 그 이전 송금거래가 돈세탁에 이용될 수 있었던 위험성을 왜 보고하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그 일을 잘하고 글로벌 감각이 있다는 외환은행조차도 말문이 막히게 별 것 아닌 일로 몰아붙이는 곳이 일본의 금융청이라는 것을 입증한 경우다.
그런 만큼, 이번 일도 국민은행, 더 나아가 우리 은행계에 어떤 형태로든 소중한 경험이다. 그런 만큼 지금 겪는 난처함 혹은 나중에 따라올 일본 당국의 징계는 수업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기우일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실수로 국민은행이 일본에서 치를 수업료 이상의 부담을 국내에서 느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주지하다시피 KB금융그룹 소속이고,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거취 문제 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에 봉착해 있다.
은행원은 부정하게 돈을 착복하거나, 고객에게도 안 주는 혜택을 자기들이나 자기 가족들에게 몰아주는 짓만 안 하면 어떤 경우든 당당해야 한다.
수업료를 비싸게 치른 이상으로 나중에 그 경험을 살려 본국의 금융 발전에 노하우로 쓰면 되고, 현지에서 돈을 벌면 된다. 많은 실수 끝에 저렇게 나중에 일가를 이룬 B 부행장처럼 국민은행도, C 행원도 오늘의 실수를 잘 살렸으면 하고 그럴 수 있게 서울의 당국도 잘 배려해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