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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 주가조작 엄단의지에 머쓱한 관계기관

정금철 기자 기자  2013.04.23 11: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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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저희는 그저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에 열중하고 있었을 뿐인데…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다는 게 이럴 때 쓰는 말이겠죠."

한 달 전 박근혜 대통령은 새 정부 첫 국무회의에서 주가조작 근절을 위한 강력 대응을 주문했고 지난 3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주가조작 근절'을 당부했다. 여기에 맞춰 법무부는 정부합동수사단을 설치, 증권범죄에 신속 대처하겠다고 밝혔으며 검찰 역시 서울중앙지검에 금융조세조사부를 3개로 확대하는 등 관련 수사조직을 늘리고 있다.

특히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법무부 등이 내놓은 주가조작 근절 종합대책에 따라 검찰이 금감원을 거치지 않고 관련 수사에 착수하는 증권범죄 신속처리(Fast Track) 제도가 도입된다. 주가조작 조사 전담부서를 신설하는 금융위에는 사실상 수사권을 부여하는 특별사법경찰권도 주어진다.

일련의 조치로 조사에서 처벌까지 수년의 시한이 소요됐던 주가조작 사범은 수개월 내 조치가 가능하게 됐으며 주가조작 사범의 부당이득 환수를 위한 과징금 제도 강화 및 주가조작 신고 포상금 20억원 상향 방안으로 감시체계가 더욱 견고해졌다.

금융위는 22일 오후 2시 유재훈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정연수 금감원 조사부문 부원장보, 김도형 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양석조 금융위 법률자문관(파견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1차 조사·심리기관협의회(조심협)을 개최했다. 금융위, 금감원, 거래소 3개 주요 수사기관의 회의체인 조심협은 이날 각각 입장을 정리하고 운영방안을 논의했다.

이처럼 발 빠른 움직임에 기존 시장감시 관련 기관들은 일단 동조하면서도 내심 대내외적 시선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체계적 한계를 무릅쓰고 날이 갈수록 첨단·조직·다양화하는 주가조작 범죄에 맞서왔지만 이번 대책시행에 앞서 쏟아지는 세간의 눈초리는 날카롭게 부러진 고드름이 돼 폐부를 찌르고 있다.

소액투자자 보호와 증시 안정이 목적인 새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이번 대책의 틀을 세우게 했다는 사회적 시각이 형성돼 있으나 업무를 게을리해 현재의 상황까지 오게 된 것 아니냐는 일각의 목소리가 섭섭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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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극구 익명을 요구한 관련 기관 한 관계자의 토로를 보탠다.

"그 동안의 노력을 인정해달라는 게 아니라 이번 대책의 취지를 언급하면서 저희들이 수행했던 업무 포지션을 한 번쯤 짚어주면 이 정도로 서운하진 않았을 텐데, 대책 자체에만 시선이 박혀있어 기운이 빠지는 건 사실이네요. 마치 갑작스럽게 인사통보를 받은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