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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쇼크에도 약진' 外人,현대일가 타산지석 '금융株'택해

처참한 오너리스크 우려 떨쳐…'잠재력'평가한 듯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4.22 16:4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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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아직 성급한 해석론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 대표 금융그룹주들이 대거 상승 흐름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주요 20개국(이른바 G20)의 '엔저 용인' 국면을 접한 후 '뉴노멀 상황'에서 처음 맞이하는 시장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고무적이다.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신한지주는 전 거래일(3만7350원)보다 4.15%(1550원) 오른 3만8900원에 마감했다. 2거래일 연속 상승한 것이다. 이어 하나금융지주도 3.38%(1200원) 오른 3만6700원에 장을 마쳤다. KB금융(1.71%), 우리금융(0.87%)도 1% 안팎으로 오르면서, 이른바 4대 금융지주가 모두 상승 흐름을 기록했다.

엔저 상황, 금융과 산업 위축 가능성보다 투자 매력 택해

이 같은 상황은 씨티그룹 약 26만주, C.L.S.A을 통해 들어온 24만여주, DSK쪽의 약 3만주 등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해 매수세가 유입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사정은 저금리·저수익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될 것이라는 우울한 상황 속에서 한국 금융 시장이 앞으로 과거와 같은 땅 짚고 헤엄치는 시기는 빠른 시일 내 다시 누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많은 시각과는 결을 달리 하는 선택이다. 더욱이, 22일은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의 회의에서 일본의 엔저 사정을 어쩔 수 없는 일로 용인해 준 후 뚜껑을 연 첫 시장이기도 하다.

이번 성명서 내용에 대해서는 일본의 외교력이 빛을 발해 얻은 성공이라는 평가와, 한국 등 주변국의 항의 노력으로 이룬 '(우리측에서 보면) 절반의 성공'이라는 견해 그리고 일본이 현재와 같은 울타리 안에서 더 이상의 과격한 조치는 없이 양적완화를 일정한 기간 내 진행하라는 제한적 허용론(미국이 G2 중 다른 일방 당사자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양적완화가 가져오는 불편을 일부 용인해 줘 이 같은 허용을 한 것이라는 해석) 등이 나오고 있다.

어떤 형식이든 간에 일단 우리 같은 주변국으로서는 일본의 정책적 영향에 당분간 노출될 가능성이 기정사실화됐으며, 일본과의 수출 시장이 겹치는 경쟁 산업에서는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한국 금융권 그 중에서도 산업에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을 자임해 온 은행계로서는 적잖은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외국인들의 이 같은 판단은 일단 빠질 만큼 빠졌기 때문에 투자 매력이 되살아 났다는 지극히 기계적인 논의가 우선 깔려 나온 한편 다른 여러 요소가 이제는 한국 시장 그 중에서도 금융그룹주에 들어가도 될 때라는 결론으로 귀결된 것으로 보인다.

빠질 만큼 빠졌고, 재벌가 '오너 일가 리스크' 같은 비극 없을 구조도 매력적

   은행주의 4월 흐름이 흥미롭게 형성되고 있다. 사진은 국내 주요 은행을 거느리고 있는 금융지주들. = 임혜현 기자  
은행주의 4월 흐름이 흥미롭게 형성되고 있다. 사진은 국내 주요 은행을 거느리고 있는 금융지주들. = 임혜현 기자
우선 이달 초 STX조선해양의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이 은행권을 강타하고, 이로 인해 떨어진 금융그룹주 시가총액 규모는 STX조선해양 관련 추가 충당금 적립금보다 큰 것으로 나타난 점 등에서 보듯(이런 해석은 예컨대, 구경희 현대증권 애널리스트가 3일 한 바 있음) 일단 이 같은 충격을 흡수한 이후 금융그룹주가 기저 효과를 누릴 기회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이번에 G20 엔저 관련 상황이 가져올 영향은 우리 은행계 더 나아가 이를 반영하는 금융그룹주가 가지는 경쟁력과 저울질해 볼 때 일단 완전히 코리아 엑소더스를 준비해야 하는 경우는 아니라는 판단을 시장에서는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일부에서는 또다른 관치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모호한 사정이기는 하나, 당국이 정책을 펴는 여러 국면이 결국은 은행권에 우호적인 사정으로 변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당국에서는 현재 각 금융지주에 지주제 일색 경영 시스템 전환의 문제점 언급, 일부 수장의 교체 요청(이는 실제로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의 용퇴 결론 등을 이끌어 냄)이나 앞으로 그룹 수장이 은행계 독차지로 나오는 문제의 개선 필요성 당부 등 여러 의견을(보기에 따라서는 행정지도라고도 보일 정도로 빈번히 그리고 디테일하게) 내놓고 있다. 다만 이런 여러 성가신 상황에서 불구하고 전체적인 그림에서 보면 "정책의 방향이 은행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는 아이러니가 눈에 띈다.

즉 하나대투증권 보고서(15일)가 이런 해석을 하는 대표 주자격이었는데, 이 보고서는 "정권말과 위기 극복과정에서 은행은 공공재 역할과 규제 강도 강화시기에 저금리 저성장과 맞물려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면서도 "하지만 이제 신정부가 들어서 대규모의 내수부양 정책을 펴고 있고 시설 투자 확대를 요구하고 정부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고 주목했다. 여러 가계부채 대책 등에 은행권 문제점 제거의 기대를 걸어보는 시각인 셈이다.

더욱이 당국의 종횡무진으로 인해 당분간 재벌가에서 눈에 띄는 오너 리스크가 금융그룹주에서 부각되기 어려운 사정도 긍정적이다.

'시장을 어려워 할 줄 아는' 모습, 2000년 현대 사태 마무리 국면 데자뷰

신한지주의 경우 한동우 회장이 신한금융그룹 전반을 아우르면서 취임 2년 정국을 콘트롤하는 데 있어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이고 각종 사회공헌 행보 등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하나금융그룹의 기틀을 닦았지만 MB맨이라는 평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김승유 전 회장이 스스로 자리를 떠나 김정태 회장 체제를 열어 놓은 상황이다. KB와 우리 역시 앞으로 수뇌부 교체 리스크에서 곧 자유로워질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겠는데 그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앞의 두 지주와 비교해서는 상승폭이 소폭이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한국의 은행계 상황이 앞으로 쉬울 것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그럼에도 여러 측면에서 위기 요소가 제거되고 투자할 만한 사정이 조성되는 국면이라는 점이 두드러지는 국면인데, 여기에는 최근 벌어진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 교체 검토 관련 미국 보고서 파장(투자를 하지 말라는 의견)이 드라마틱한 인상을 외국인들의 뇌리에 심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 문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어윤대 KB금융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사가 큰 내상을 입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한국 금융권이 연출한 일련의 드라마(멀게는 신한의 순뇌부 교체 문제부터 이번 KB 관련 보고서 국면까지)는 2000년경 현대 일가의 진흙탕 싸움 수습 과정 못지 않게 시선을 끌어당기는 면이 있다. 특히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몽니로 대표되는 정씨 일가의 아전인수, 이전투구와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여러 현대 계열사들이 보여준 '집단지성(암묵적 의사 추측과 결정 참고를 통해 오너 일가 눈치보다 주주 눈치를 더 보는 선택들을 모두 내림)'을 기억하는 이들이 아직 많다.

이런 상황은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현대건설 지원을 위해 계열사지분 매각을 추진하려던 계획이 시장논리 를 앞세운 계열사들에 의해 무산됐다. 증시는 이를 작금의 재벌관행에 비춰볼 때 일대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2000년 초여름 당국이 내놓은, 지원 가능성 발언 일명 '인센티브' 발언이 MK를 겨냥했다는 해석도 있었으며, 아울러 이런 오너 집안간의 최선의 방안 도출 실패에 계열사들이 보여준 선택도 눈길을 끌었다. 2000년 겨울 지금은 고인이 된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현대건설 지원을 위해 계열사지분 매각을 추진하려 했지만, 시장논리를 앞세운 계열사들에 의해 무산됐었다.

증시는 이를 당시 재벌 관련 관행에 비춰볼 때 일대 사건으로 받아들였는데, 근래 한국 금융그룹들이 위기에 대처하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은 일부 관치에 힘입은 측면도 없지 않으나 당시의 비상적 국면에서나 가능한 용기있는 대처로 외국인들을 자극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명 '금융권 4대 천왕' 등 재벌 세계 못지 않은 스토리가 난무해 온 한국 은행권 그리고 금융그룹주는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