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3.04.22 07:24:26
[프라임경제] 주요 20개국(일명 G20)의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일단'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회담 종료 후 공동성명에서 이들은 현재 일본이 펼치고 있는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이 경기 부양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얻어낸 당근이 앞으로 무제한 이 같은 정책을 여하한 수단을 동원해 펼칠 수 있는 '특허장'인지, 혹은 현재 일본이 가진 내재적 한계가 명확하므로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현재 정책(플러스 알파) 범위 내에서 유지 행보를 할 것을 담보로 하는 것('한계론')에 불과한지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다만, 이번 성명에 대해 일단 엔화는 바로 하락 압력을 받는 등 국제경제는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등 주변국은 당분간 이 같은 근린궁핍화 정책에 대해 대응책을 준비해야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엔·달러 환율이 100엔대에 가까워지면서 엔화 약세 장기화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고 이번 G20 종료 상황에 나온 성명은 이런 우려를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엔 환율은 이미 전년비 17% 넘게 하락한 상태다.
특히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은 19일(이하, 날짜는 모두 현지시간) "우리 금융시장은 엔화 약세, 주요기업의 실적부진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엔화 폭탄 같은 양적완화 추진, 사실상 불가능
일단 우리 정부가 이 같은 상황에 일본 당국과 같은 양적완화 맞불로 '엔화 약세→일본 기업 수출경쟁력 상승→국내 수출기업 경쟁력 저하'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엔저를 우리 의도대로 혹은 바람에 걸맞는 수준 정도로 움직이려면 적어도 한국은행이 직접 나서는 무제한 양적완화를 단행한다는 것이 되므로, 이는 우리 경제 역량상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기준금리 조절 등 카드도 거의 대부분 위의 카드와 마찬가지다. 엔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의 행보를 참고해 보자.
근래 그와 관련, 한국투자증권에서는 22일자 보고서를 통해 "(바이트만 총재는) 본인이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는 최근의 (일부) 언론보도가 거슬렸는지 G20 장관 회의에서 '통화정책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우리는 현재 기준금리를 어떻게 움직일 수 있을까.
이 문제와 관련, 우선 현재까지의 정책 결정(동결 추세 유지)은 경기가 회복되는 추세인데다 물가도 오를 것이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없었다는 점을 모두 고려한 것임을 상기하고 여러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발표치가 다가오는 상황에 이 지표가 한국은행의 전망치에 비해 낮게 나올 가능성이 있어 금리 조정(아래 방향으로) 가능성을 내다본다.
하지만 하반기 물가 문제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조절하는 안을 (적어도 현재까지는) 꺼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 하반기 중국 소비자물가 상승이 국내 물가를 압박할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분석보고서가 나왔으며, 14일 한국은행은 올 하반기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8%로 예상했는데, 이 중 0.3%포인트가량은 중국발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게 이 보고서의 골자로 알려졌다.
양쪽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경제 정책 판단의 난국이 오고 있는 셈이다.
엔저 상황이 뉴노멀로 자리잡을 가능성으로 인해, 우리 경제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을 신성장의 동력으로 발전시켜야 할 필요가 더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스마트폰 관련 산업 발전 반영 사진으로 본문 특정 내용과 직접적 연관은 없음. ⓒ SK텔레콤 |
◆R&D 등 투자 방안 돌파구가 답
결국 이런 상황은 우리 경제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 나가야 할 시간이 길어지는(일본이 엔저를 위한 윤전기 무제한 가동 정책을 연착륙시킬 때까지) 이른바 '뉴 노멀 시대'를 대비해야 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선 추가경정예산 17조3000억원을 마련했지만, 경기부양 효과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세수 부족을 메울 용도로 많이 쓰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대로라도 정치권이 빠른 시일 안에 추경의 쓰임새와 규모를 확정짓는 게 경기부양과 추경의 관련성을 높이고 뉴노멀 상황에 효과적 대응을 하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또 맥킨지보고서가 지난 14일 '제2차 한국보고서-신(新)성장 공식'에서 "지금 (한국의 경제는) 뜨거워지는 물속에 개구리 같다.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다면 추락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 점을 감안, 서비스 산업 규제 완화와 일자리 나누기 등의 해법 제안을 한 대목을 주시할 필요가 대두된다.
이런 신성장 동력 마련 논의에는 R&D 등이 함께 포함된다.
한계에 다다른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이라고 할지라도 경쟁력을 상실해 가는 굴뚝산업형 업체에 대한 균등 기회 제공을 해 나가기에는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의 간부가 최근 한국에 조언한 내용이 유의미하다.
폴 그레이 디스플레이서치 유럽TV리서치 총괄은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열린 한 국제 전시회에서 한국 기자들에게 한국기업간에 소모적인 특허 분쟁을 하기 보다는 서로 돕는 '공유제'를 할 것을 제안했다.
그레이 총괄은 "이미 중국업체들도 OLED 관련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며 "삼성과 LG의 분쟁이 지속될 경우 무섭게 추격하는 중국에 시장 지위를 내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과거 25년 전 일본 기업들이 전자레인지와 관련된 특허공유를 통해 시장을 장악했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이 펼칠 엔저는 그 유통기한과 방법론이 무제한일 수는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예상된 겨울을 견디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과제라는 점에서, 근린궁핍화 정책을 버틸 만한 신산업 역량 해법은 그만큼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때마침 새로 들어선 정부도 '창조경제'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창조경제 논의가 공염불에 그칠 경우, 한국의 경제는 앞을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론이 교두보를 마련할 것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