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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24] 마음이 무중력한 당신 '유유자적살롱'을 아시나요?

"회사 이름이 노는 살롱이라고?" 희한한 업체정관 속 희망메시지

조국희 기자 기자  2013.04.19 17: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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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히키코모리.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로 1970년대부터 일본 곳곳에 나타나기 시작해 1990년대 중반부터는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한국형 히키코모리 '은둔형 외톨이'가 처음 보고된 것은 지난 2000년. 현재 무중력 상태에 빠진 은둔 외톨이가 10만여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이들을 집 밖으로 불러낼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하자센터. 2009년 하자센터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사업을 진행했고 많은 사회적기업들이 배출된 이곳에 은둔형 외톨이들을 위해 뭉친 청년들이 있다.
   유유자적살롱은 △아키 △고 △전조 △하즈 △후멍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물론 회사 운영까지 맡고 있으며 현재 앨범 작업에 한창이다. ⓒ 유유자적살롱  
유유자적살롱은 △아키 △고 △전조 △하즈 △후멍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물론 회사 운영까지 맡고 있으며 현재 앨범 작업에 한창이다. ⓒ 유유자적살롱

인디뮤지션들의 건강한 일자리 만들기 위해 모였던 이들은 사업을 계획하던 중, 학교를 그만두고 집안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청소년들을 만나게 됐고, 곧 아이들과 음악으로 노는 것을 누구보다 즐거워하고 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아하는 음악과 밴드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의 삶이 바뀌는 것을 경험한 이들은 '매니아기빙서클(가수 서태지 팬 기부모임)'의 후원을 받아 무중력 청소년들을 위한 음악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전일주 유유자적살롱 공동대표에게 진정한 '유유자적'의 의미를 들어봤다. 

◆우린 '그런 살롱' 아닌 '이런 살롱'

유유자적살롱(이하 유자살롱)은 2010년 7월 주식회사로 등록, 니트(NEET, 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 청소년들을 음악으로 치유해주는 사업을 인정받아 그해 겨울 사회적기업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유자살롱이 생각한 '유유자적'은 단순히 사람들을 떠나 혼자 있는 것, 휴양지에서 돈쓰며 노는 것은 더더욱 아닌 '내가 나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그래서 유자살롱은 음악에서 '유유자적'을 찾았다.

이런 유자살롱의 철학은 '회사정관'에 잘 드러난다. 

'이 회사는 예술과 학습과 노동이 결합된 창조적인 사업들을 통해 구성원들이 유유자적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큰 목적으로 한다. 더불어 외로운 경쟁으로 가득 찬 세상에 유유자적의 가치를 실천하고 전파하는 것을 통해 세계평화에 기여한다.

이 회사는 저소득, 탈학교, 다문화 가정 자녀 등 위기청소년들이 음악과 공동체를 통해 사회에 적응하고 자기 진로를 찾아 성장하는 것을 돕는 청소년의 친구이다, 이 회사는 구성원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바탕으로 사업을 만들며 일과 삶이 하나가 되는 지점을 추구하는 창작공동체이다.' - 유자살롱 정관 中

유자살롱은 보통의 기업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정관 때문에 '주식회사 정관이 뭐 이래요?'란 뉘앙스를 풍긴 상업등기소의 전화도 받았다고 한다.

   현재 유유자적살롱은 △집밖에서 유유자적 프로젝트 △유자사운드(밴드 활동) △직딩예대 △일본 히키코모리 지원 단체 교류 사업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유유자적살롱  
현재 유유자적살롱은 △집밖에서 유유자적 프로젝트 △유자사운드(밴드 활동) △직딩예대 △일본 히키코모리 지원 단체 교류 사업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유유자적살롱

전 공동대표는 "회사엔 그 회사의 목적과 운영방식을 기재한 '정관'이 있는데 보통 '이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 무슨 무슨 사업을 한다'라는 내용이 적혀있다"며 "유자는 하고 싶은 얘기를 솔직하게 적었더니 전화가 왔고, 결국 사회적기업 인증서와 기타 서류를 챙겨 등기소에 다시 방문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회사 이전에 사람들이 행복한 커뮤니티이고 싶어 무슨 '컴퍼니' '전자'처럼 딱딱한 이름 대신 '살롱'을 선택했다"며 "사무실에서도 직원 수가 회의할 때 얼굴이 한눈에 안 들어오는 수를 넘지 말라고 약속했고 그 기준은 10명"이라고 말을 보탰다.

현재 유자살롱을 움직이는 기둥은 △아키 △고 △전조 △하즈 △후멍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각자의 이름 대신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르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물론 연주, 회사 운영까지 맡고 있다.

◆무중력청소년, 집 밖에서 '유유자적'

유자살롱은 학교를 나와 사회는 물론 친구들과 떨어져 혼자 '붕' 떠있는 무중력 상태에 빠진 청소년들을 '무중력청소년'이라고 부른다. 자퇴생 등 부정적 느낌을 지우기 위한 유자살롱의 지혜를 발휘한 것이다.

전 공동대표에 따르면 학교를 그만둔 아이들 중 고등학생만 한해 3만6000여명이며 그 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에 유자살롱은 이러한 아이들을 유자살롱에 모아 악기를 배우고 공연경험을 선물해 삶에 필요한 감각들을 되찾아주는 '집밖에서 유유자적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전 공동대표는 "왕따를 경험한 친구들이나 주입식교육에 신물 난 아이들이 각자의 상처를 안고 방안에만 머물러 있다"며 "무중력인 아이들 특성을 고려해 한 수업에 10명이상 되지 않도록 움직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 공동대표는  
전 공동대표는 "각자의 상처를 안고 방안에만 머물러 있는 친구들이 많다"며 "이에 대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조국희 기자
그는 또 "이웃나라 일본은 무중력청소년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나 지원이 잘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이런 부분에 대해 아직 인식이 부족하지만 최근에는 많이 나아졌다"고 덧붙였다.

이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서울시내 청소년상담소, 사설상담소 등 여러 기관들을 찾아다녔지만 홈페이지, 페이스북 등 미디어의 힘을 빌린 결과 홈페이지를 통한 공고만으로 모집인원을 채울 수 있게 됐다.

한편, 유자살롱은 '집밖에서 유유자적 프로젝트' 이외에도 △유자사운드(밴드 활동) △직딩예대 △일본 히키코모리 지원 단체 교류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의 변화…'살롱' 이끄는 원동력

"유자살롱은 음악하는 밴드이자 무중력 청소년들의 친구입니다."

아이들이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때 가장 큰 보람이 밀려온다는 전 공동대표는 올 상반기 주력사업으로 '앨범 제작'을 선택했다.

전 공동대표는 "올해 책과 앨범 작업 중에 있다"며 "그전까지는 우리끼리만 잘 하고 있었다면 올해에는 '이렇게 사는 애들도 있다' '이런 회사도 있다'고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끝으로 그는 "한해 몇만명의 청소년들이 학교를 그만두는데 유자살롱에서 이 아이들을 다 감당할 수 없다. 63빌딩을 지어야 되는데 벽돌 쌓는 느낌"이라며 "아이들에게 이 사회에 미래가 달려있고 이에 대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관심을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