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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추억의 놀이기구 "그때그때 달라요"

이보배 기자 기자  2013.04.19 15: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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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방 맞습니다, 맞고요" 대형 음식점에 마련된 어린이 놀이방. 달랑 미끄럼틀 하나가 빈 방을 채우고 있다. = 이보배 기자

[프라임경제] 며칠 전 어머니 생신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맛있다고 소문난 훈제오리전문점을 찾았습니다. 소문대로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쳤는데요.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다소 충격적인 비주얼의 어린이 놀이방을 마주했습니다.

위 사진이 바로 문제의 놀이방입니다. 규모가 큰 음식점 대부분은 어린이 손님을 위해 놀이방을 갖춰놓는 경우가 많아졌죠. 그런데 사진 속 놀이방은 지금까지 봐온 음식점 내 놀이방과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손님으로 붐비는 음식점에서 어린이들을 위해 방 한 칸 내어준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덜렁 미끄럼틀 하나라니요. 성의가 부족해도 한참 부족해 보입니다. 썰렁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놀이방에 꼬마손님이 한 명도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사진 속 실내 미끄럼틀은 동네 어린이들의 로망이었는데 지금은 저렇게 찬밥 신세가 돼버렸네요. 텅빈 방안에 홀로 서 있는 미끄럼틀을 보고 있자니 추억의 장난감들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유년시절을 보낸 1980년대에는 집집마다 장난감 말을 한 마리씩 가지고 있었습니다. 말을 축소해 놓은 형태에 손잡이와 바퀴가 달린 승용완구인데요. 발로 밀어가며 동네를 누비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또 당시에는 리어카에 스프링이 장착된 말을 싣고 오던 아저씨도 있었습니다. 100원에 10분. 위아래로 튕겨주는 게 전부인 단순한 놀이기구지만 줄을 서지 않으면 타지 못하는 최고 인기 놀이기구였습니다. 

1990년대 초반에는 일명 '씽씽이'이와 '스카이콩콩'이 대유행이었습니다. 씽씽이는 지금도 볼 수 있는데요. 지금이야 각종 캐릭터 상품이 넘쳐나지만 당시에는 빨강, 파랑색 고철 일색이었죠. 그나마 멋을 부린 '씽씽이' 손잡이에는 술이 달려있는 정도였습니다.

'스카이 콩콩'을 가진 친구들은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었는데요. 한번 타게 해달라고 친구에게 과자를 사다 나르기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

1990년대 중후반에는 실내에서 활용 가능한 놀이기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방문을 열고 그 틈에 설치한 실내 그네가 대표적인데요. 당시 초등학교 고학년이었던 저는 아쉽게도 직접 타보지는 못했습니다. 사진 속 실내 미끄럼틀이 유행했던 것도 그때쯤이었을 겁니다.

2000년대에는 볼풀이 어린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죠. 속이 빈공을 풀 안에 가득 채워 넣고 그 안에 들어가 노는 것인데요. 최근까지 인기가 식지 않고 이어져 어린이를 키우는 가정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만 풀 밖으로 넘치는 공이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사라지는 통에 집안은 난장판이 되기 일쑤지요.

과거 야외에서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 많았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실내에서 활용 가능한 장난감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요즘은 어떤가요. 최근에는 집 안에 아이들만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인디언텐트나 돌 하우스가 인기입니다. 10만원을 훌쩍 넘는 것은 기본이고, 여아들이 좋아하는 돌 하우스의 경우 이름난 브랜드 제품은 30만원을 호가한답니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리고 놀이터에서 흙장난을 즐기던 어린 시절이 새삼 그립습니다. 대형마트 내 놀이방이나 키즈카페가 최고인 줄 아는 요즘 아이들이 흙냄새의 고소함과 바람냄새의 상쾌함을 과연 알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