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아파트 공사현장 먼지·소음, 법적문제 없다지만…

김태형 기자 기자  2013.04.19 11:44:41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로 법에 어긋나지 않게 살아야 한다. 하지만 법에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지켜야 할 것이 많다. 도덕과 사회적 규율 및 규범, 상대에 대한 배려 등이다.

그러나 서울 도심 한 가운데에서 진행 중인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는 '배려'라곤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건설사는 법 준수에는 문제가 없을 지 몰라도 정작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은평뉴타운 단지 내 '아이파크 포레스트 게이트'를 짓고 있다. 지난 2011년 8월말 공사를 시작, 오는 11월말 완공 예정으로 현재 약 52%대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2007년부터 입주를 시작한 은평뉴타운에서 뒤늦게 공사를 시작하는 바람에 주민들의 불편과 불만이 많다. 건설현장의 먼지와 소음, 안전장치 부재 등의 이유에서다.

입주민들 얘기를 직접 들어보니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 것 같았다. 이곳 40대 주민은 "2년간 이뤄진 이 아파트 공사는 인근 주민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겨줬다"며 공사로 인한 피해와 불만·불편을 속속 털어놨다.

여기 5년간 거주했다는 또 다른 주민은 "공사가 시작되고 큰 소음 때문에 살 수가 없었다"며 "아이들은 놀라서 울기를 반복하고 화가 나 항의를 해봐도 그때 잠시 뿐, 또 다시 들려오는 굉음은 정말이지 참기 힘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의 읍소는 계속됐다. 인상을 쓰던 다른 주민은 아파트 창을 가리키며 "저거 지금도 손으로 만지면 새까맣다"라며 "여기 살면 한여름에도 창문을 못 열고, 먼지가 말도 못한다"고 분을 삭혔다. 이 주민은 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일 때는 인도고 뭐고 다 차지해서 애고 어른들이고 간에 위험하게 전부 차도 한가운데로 돌아다녀야 했다"면서 분개했다.

문제는 여기 그치지 않는다. 인근 아파트들이 대부분 15층 높이지만 새로 세워지는 아파트는 27층짜리라 일조권, 조망권 침해를 받는 일부 주민들의 하소연은 극에 달해 있다. 

건설사 쪽도 할 말은 있다. 일단 위법한 사안이 없고, 착공시기가 늦어져서 비롯된 불평과 불편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2002년의 도시계획상 일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공사 초기에 설명회를 갖고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은평구청도 딱히 잘잘못을 지적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구청 맑은도시과 주무관은 "공사에 따른 주민들의 불편이 생길 수는 있지만 HDC가 현행 규정을 위반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소음에 대해선 "대기환경보전법령에 의거한 소음·진동규제법에서는 건설현장 주변에 3m짜리 소음방지벽을 세우면 된다"며 HDC의 건설현장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쳤다.

HDC와 은평구청의 얘기대로 정말 문제가 없는 것인지, 국내 10위권 건설사 두 곳에 이번 사례에 대해 문의했지만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A사 관계자는 소음과 관련 "관련법령에 따라 3m짜리 소음 방지벽을 세우면 되지만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가 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6m정도까지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민원이 심할 경우 공사를 자발적으로 중단하고 문제 해결 후 공사를 재개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B사 관계자는 "건설현장 근처 비산먼지 발생 시 보통 차광막으로 덮어 확산을 최소화하고 어쩔 수 없이 피해를 본 가구가 생길 경우 즉시 처리를 해준다"며 "법령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착공 전에 인근 주민들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명회 정도로 끝내지 않고 직접 방문해 양해를 구한다"고 부연했다.

  이미지  
 
지난 2년간 HDC에겐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웃에 대한 배려는 별 안중에 없고, 적법하다는 이유로 일을 밀어붙인 흔적이 역력한 현장이었다.

공사현장 인근 아파트의 얼룩진 창처럼 주민들의 속도 까맣게 타들어 가는 상황에서 주민 피해는 당분간 계속될 게 분명하다. 추가로 상가 5개동 건설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