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업계 관계자 및 감독기관, 학계 등을 비롯해 200여명이 참석한 이번 컨퍼런스는 오전 10시에 개막 오후 5시까지 7시간에 걸쳐 진행, 심도 깊은 토론의 장이 됐다. 특히 한국 자본시장 발전의 주요 정책과제인 헤지펀드 활성화의 전제조건으로서의 대차시장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이뤄져 더욱 의의가 컸다.
1·2부로 나눠 진행된 이번 컨퍼런스는 1부 증권대차와 2부 Repo, 증권담보관리 및 정책제안에 대해 전문가 5명이 발표자로 강단에 섰으며, 세션 주제 발표 이외에도 패널토의를 마련해 증권파이낸싱 관련 최근 투자전략과 글로벌 트랜드를 공유했다.
◆성장통 멈춘 韓 헤지펀드, 외국과 격차 인정해야
기조연설을 맡은 세계은행 소속 노리타카 아카마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차·Repo·증권담보관리의 글로벌시장 현황 및 발전 가능성을 설명하고 '그림자 금융' 이른바 '섀도우 뱅킹'과 관련한 규제 움직임에 대해 설명했다.
아카마츠 이코노미스트가 언급한 섀도우 뱅킹은 은행과 같이 자금중개기능을 수행하지만 엄격한 규제체계와 명확한 공적 보호장치가 적용되지 않는 유사뱅킹으로 금융안정위원회(FSB)는 지난해 11월 대차 및 Repo에 관한 13개 권고사항을 발표했으며 업계 의견을 수렴해 오는 9월 수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의 섀도우 뱅킹에 대해서는 김지한 우리투자증권 프라임브로커사업(PBS) 본부장이 발표자로 나서 한국 헤지펀드의 성장과 대차시장 진단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 프라임브로커(PB)와의 비교를 통해 헤지펀드와 PB산업 성장을 위해 필요한 노력들을 제시했다.
첫 번째 줄 좌측부터 올리비에 그리몬퐁 유로클리어 아태지역 헤드, 김화진 서울대 교수, 서정희 매일경제신문 증권부장, 김경동 예탁원 사장, 신인석 중앙대 교수, 댄 매시 HSBC 지역 헤드, 김지한 우리투자증권 PBS본부장. ⓒ 한국예탁결제원 |
또한 그는 한국 헤지펀드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글로벌과 한국의 PB 차이를 인식하고 '롱숏전략' 외에도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헤지펀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며 좋은 상품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내비치기도 했다.
◆韓 증권파이낸싱 '첨단화 모델·담보관리 체계' 개선 필요
칼 데이비 씨티그룹 글로벌시장 담당자는 PB산업과 헤지펀드의 역할과 전망을 짚었다. 무엇보다 아시아 지역에서 헤지펀드는 미스매치(만기 불일치)가 발생함에 따라 계속 투자 가능한지 여부를 증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PB는 진화되고 첨단화된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뒤를 이어 로이 지머한슬 HSBC 런던 글로벌 헤드는 Repo와 대차시장을 진단하고 향후 방향을, 유로클리어 소속 올리비에 그리몬퐁 아태지역 헤드는 한국의 담보관리 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으로 개방형·글로벌 담보관리 인프라체계의 구축 필요성을 언급했다.
컨퍼런스가 개최된 서울 콘래드호텔 회의장. ⓒ 한국예탁결제원 |
그리몬퐁 헤드도 지머한슬 헤드의 견해에 동의하며 필요 충족조건을 내놨다. 그가 필요성을 느낀 사항은 △커스터디언(투자자대리 증권보관)과 예탁결제기구(CSD), 국제예탁결제기구(ICSD) 접근성 향상 △담보 수용자에 대한 증권 계좌대체의 편의성 △외화증권 담보관리시스템 구축 △대차·파생상품 거래 때 외화증권 수용 △적격가능 담보증권 확보 등이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정성구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Repo의 증거금 소유권 이전과 재Repo에 대한 세금 이슈에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특히 Repo 매수자의 이중과제 발생 문제를 거론하며 "재Repo에 따른 세재문제는 법적 문제뿐만 아니라 Repo거래 활성화의 저해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김경동 사장 "전통 업무처리 벗어나야 수익성 개선"
김경동 예탁결제원 사장. 김 사장은 축적된 업무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보다 많은 금융기관들이 대차·Repo 등 증권파이낸싱 업무에서 높은 성과와 수익을 창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한국예탁결제원 |
이날 개회사에서 김경동 예탁결제원 사장은 대내외적 경제 불안을 직시하며 금융시장 여건에 대한 우려감을 보였다. 이와 함께 전통적인 방식의 업무처리로는 수익성 개선이나 성장동력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거론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사장은 "변하지 않는 것은 없고, 위기에 휩싸인 지금이야말로 금융시장에서 기회를 찾아 신시장과 상품을 찾아야 한다"며 "대형 투자은행 및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으로 자본시장은 전환점을 맞았고 이번 컨퍼런스가 도전과 기회를 포착하는 소중한 시간이자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재훈 증권선물위원회 선임위원은 "아시아 자본시장은 잘 발전하고 있으나 특별한 분야, 특히 증권파이낸싱에서는 뒤쳐져 있다"며 한국은 대차·Repo시장 활성화를 위해 애써야 하며, 국제적 흐름에 맞춰 금융산업이 지속 발전할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제언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홍콩에서 제1회 컨퍼런스(Hong Kong Securities Lending & Borrowing Conference)를 실시한 예탁원은 올해는 범위를 넓혀 증권대차, Repo 및 증권담보관리 주요 이슈들을 논의했다. 향후 컨퍼런스는 홍콩과 서울서 교대로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