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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카드'가상계좌', 고객배려하다 보니 되려 불편?

고객의 선택권 무시? '민원 피하기' 안전드라이브 논란도

임혜현 기자 기자  2013.04.17 17: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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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KB국민카드의 가상계좌 서비스가 최근 수정됐지만, 이것이 오히려 사용하기 번거로워지는 '긁어 부스럼' 상황으로 간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서비스 관련 논란은 특히 최근 여신업(카드업) 상품 설계와 서비스 개발 추세가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편의성에 집중되는 이때, 진정한 고객 편의와 배려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 중 하나로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가상계좌란 무엇? KB에선 어떻게 고쳤을까?

먼저 가상계좌로 카드대금을 내는 문제에 대해 간단한 설명이 필요하다. 카드를 사용한 대금을 지정된 결제일에 입금하는 것을 포함, 어떤 거래든 간에 실제의 은행 계좌를 사용해 거래를 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대량 거래의 필요성이 높은 사업자는(입금 거래가 많고 상시로 일어나는 경우 불편이나 혼선이 빚어지게 되므로) CMS이체를 사용하거나, 가상계좌를 활용하는 경향이 근래 발전해 왔다.

특히 카드대금 납입의 경우, 고객의 부주의로 연체가 되거나 혹은 미리 납입(선결제)을 시도해야 하는데 고객이 원활히 업무를 보는 데 지장이 있다면, 주로 가상계좌를 부여받는다. 이런 고객들이 콜센터에 전화를 하면 콜센터 직원이 즉시 확인을 통해 사용할 가상계좌와 입금할 액수를 알려주는 게 실무관행이다(과거 불러주기도 했으나, 일부 숫자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아 현재는 통화를 마친 후 문자메시지로 통지).

가상계좌는 말그대로 실계좌 아닌 가(假)계좌로서 쉽게 만들 수도 폐기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은행계 카드(은행에서 카드사업부를 두고 업무를 보는 경우. 외환은행이 대표적 사례이며 우리은행은 우리카드 분사로 최근 이 대열에서 빠짐)는 물론 전업계 카드사(예를 들어 롯데카드나 신한카드 같은 독립된 여신업 전문 회사)라 하더라도 은행과의 긴밀한 협조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런 연계만 확보된다면 카드사 스스로도 상당한 편리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가상계좌를 사용하는 데 일시적으로 시간 제한을 두는 게 관행으로 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은행에서 자금을 회전시켜 여전사(카드사)로 보내고 집계, 일일회계에 반영하는 상황에서 부득이 시간 제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예를 들어 우리카드 같은 경우 가상계좌와 액수를 통보받은 고객에게 상담원이 "금일 밤 9시50분까지 입금하기를 바란다"는 부가 설명을 하고 있다(이 시간을 넘기면 익일 새벽 5시까지는 입금 불가능).

KB국민카드의 경우, 오래 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시간을 늘려 고객 편의를 증진하려고 노력해 왔다. 일례로, 오후 5시까지 입금을 했어야 하는 상황에서 한 걸음씩 발전해 지금은 저녁 심지어 야간 일부 시간에까지 입금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리고 KB국민카드의 경우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최근(지난해 말이라고 함) 고객 편의를 위해 이를 (또) 바꿨으며" 그 바뀐 틀은 늦은 오후 시간에 전화를 하는 경우 야간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데 주안점이 있다.

즉 KB국민카드는 오후 5시를 기점으로 이전에 전화를 걸어 가상계좌를 요청한 고객에게는 번호를 부여하고 오후 6시30분까지 입금해 달라고 안내하고, 오후 5시를 넘겨 전화를 한 경우 오후7시30분 이후부터 입금이 가능한 가상계좌를 부여하고 있다.

다만, 이는 여러 문제점이 있다. 첫째, 고객으로서는 일단 중간에 있는 1시간의 공백에 입금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물론 아주 늦은 시간에라도 입금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거나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고객도 있으므로 이런 수요를 위한 배려를 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옳다고 본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이 시간대는 은행의 집금 시간대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해명한다. 이때 가상계좌에 돈을 넣고 또 이를 즉시 카드사에서 인출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은행쪽에서는 이미 고객이 미리 지정해 놓은 원래의 카드대금을 결제하는 용도의 계좌에 대해 처리를 하므로 '이중출금' 우려가 극히 높아진다고 하며 이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시간대 입금을 막는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KB국민카드의 가상계좌 정책이 다른 카드사들에 비해 불편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특정 기사 내용과는 직접적 연관 없음. ⓒ KB국민카드  
KB국민카드의 가상계좌 정책이 다른 카드사들에 비해 불편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특정 기사 내용과는 직접적 연관 없음. ⓒ KB국민카드

어떤 형식으로든 카드사쪽에서 이중출금을 하게 되면 돈을 반환하기는 하지만, 2~3일의 시일이 소요되는데 이는 고객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것이라는 해명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보통 퇴근 이후 밤 뉴스가 끝날 무렵까지의 시간대에 퇴근길에 ATM 코너를 들르거나 해서 이체하는 수요가 더 많을 여지가 있으므로 이 한 시간대의 공백을 저녁시간에 두는 건 별로 현명한 선택이 못 된다고 여기는 고객들이 있다.

더 중요한 반론은 고객 선택권을 임의로 해석, 불필요한 배려를 하는 게 아니냐는 대목이다.

이미 가상계좌를 부여받을 때, 이중출금의 우려를 경고받아 '인지'하게 되고 원래의 결제계좌를 완전히 비우지 않거나 하면서도 가상계좌에 입금을 하는 건 '감수'하기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이렇게 이론을 구성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차액은 선결제로 활용 他카드사와 달라…다음날 꼭 다시 전화 걸어야 하는 이유는?

이렇게 처리한다고 해서 오후 5시 이후에 야간용(?) 가상계좌를 부여받은 이들이 심야에 편리한 처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도 아니다.

즉 이 계좌들은 오후 7시30분부터 사용이 가능하다고 KB카드쪽에서는 안내를 하는데, 무한정 늦은 시간까지 입금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오후 10시30분까지 처리를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퇴근 후 일을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황금 같은 저녁 시간에 처리 공백만 생길 뿐 타카드사와 대비해 큰 이점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볼멘 소리가 나올 법 하다.

문제는 또 있다.

타카드사와 달리 KB국민카드의 가상계좌를 쓸 때에는 다음날 반드시 안내를 다시 요청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는 일정한 초과분을 입급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례들을 살펴 보자.

우리카드 관계자는 이미 이전에 부여받은 가상계좌의 사용에 관련 이 같이 답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선결제의 경우는 전날 받은 가상계좌를 사용할 수 없다"면서도 "당일(결제용)이나 연체(고객의 처리)를 위한 가상계좌는 다음날 써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에서 운영하는 외환카드의 경우는 더 편리하게 처리해 주고 있다. 즉 아예 카드 고지서가 올 때 고지서 말미에 하나의 가상계좌를 인쇄해 보내주고 있다. 지정된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갈 이체 처리를 하는 외에도, 또 하나의 경우를 이미 설정, 안내를 친절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 번 부여받은 번호를 가지고 다른 날 사용을 해도 가능하다. 물론, 연체이자가 더 붙는 점을 감안, 약간의 여유분을 두고 입금하면 되므로 굳이 다시 통화를 요하지 않는다.

그러나 KB국민카드의 경우 이에 다른 처리 패턴을 고집한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한 번 더 센터에 전화를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액수가 달라지는 등 문제가 있다는 게 관계자 설명인데(즉, 연체의 경우 하루에 조금씩 이자가 붙으므로 이 말은 기본적으로는 맞음), 이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이미 위에서 언급한 대로 다른 카드사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전날 통보받은 액수보다 더 넉넉히 넣어 놓으면 되는 것이다. 즉 예를 들어, 16일에 1만5000원을 연체한 A양이 17일 이 가상계좌 번호로 연체이자의 추가 등을 감안해 2만원을 입금하는 경우를 가정해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실제로, 기업은행의 경우(기업은행도 카드사를 분사하지 않고 은행 산하에 카드업무부서를 두는 은행계 카드)에는 일부 액수가 틀린(넘친) 경우 이를 이월해 처리하겠다고 통보해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체의 처리 사례도 이 예에 유사하다.

하지만 이런 추가 질문에 KB국민카드의 설명은 불가능이라는 것. 즉 KB국민카드는 "우리는 고객의 돈을 필요 이상 받아서 갖고 있지 않는다"는 기본적 철학에 충실하다.

이에 대해서는 일견 KB국민카드가 고객의 금전을 불필요하게 다만 얼마든 간에 며칠간이라도 더 갖고 유용하지 않겠다는 냉정하지만 타당한 철학적 배경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처리 패턴이 KB국민카드가 '고객이 당일 통지받은 입금 예정 액수+100원 정책'을 고수하는 것에 기인한다는 점을 보면, 또 그 논리상 모순점을 보면 위와 같은 호의적인 평가를 유지하기 어렵다.

100원 이상 여유 안 둔다는 정책, 왜 문제일까?

KB국민카드는 당일 자신들이 확인, 부여한 액수(당일입금이든 연체자 입금의 경우이든) 이 액수를 초과해 입금하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거부감 혹은 부담감을 갖고 있다.

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고객의 돈을 불필요하게 금융회사가 갖고 있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KB국민카드는 자신들이 부여한 액수+100원까지만 입금이 되게끔 하며, 이를 초과하는 액수는 받지 못하게 구성하고 있다(모자라는 액수는 그냥 차액을 '연체'로 처리할 것이니 애초 문제가 안 됨).

하지만 이는 논리적이며 냉철하고 세련된, 더욱이 고객의 이익을 배려하려는 태도까지 겹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왜 그러냐면, 예를 들어 17일 '부여받은 액수+일정액'와 그 다음날인 18일 '더 내야 하는 액수(이자가 붙은 것)'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 즉 다시 말해 밴드(폭 혹은 범위)를 적당히 더 넓게 잡아두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00만원이 연체되든 20만원이든 1만원이 문제이건 간에, 무조건 여기서 +100원까지만 초과된 입금을 허용한다고 하는 작은 폭을 고집하기 때문에, 다음 날에는 '반드시' 연체이자로 인해 변하는 액수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연체된 액수가 클 수록에 연체의 이자도 나날이 불어나는 것이라는 점을 당연시하는 것이 카드업계의 생리인데, 이에 대해 굳이, 우리는 +100원 이상을 안 받는 시스템이니 익일에는 무조건 다시 입금 확인을 의논하라는 것은 또다른 문제일 수 있다.

오히려, 고객의 돈을 잠시도 초과해 갖고 있는 자체를 부담스러워 할 정도의 가치관으로 일관하는 금융기관이라고 한다면, 연체이자 자체를 일 단위로 크게 변동하게끔 '높게' 물리는 자체를 손질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다른 카드사들과도 이를 논의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물론 '공의로운' 금융'기관'으로서 고객에 대한 배려를 하려 KB국민카드에서는 많이 노력해 왔지만, 최종적으로는 '어쩔 수 없는' 금융'회사'의 모습을 일부 보이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이 한계를 KB국민카드가 어떻게 더 보완해 나갈지, 또 지금까지 추진해 온 많은 좋은 제도들을 어떻게 더 좋게 발전시켜 나갈지가 숙제다.

KB국민카드의 현재 가상계좌 정책은 처음 출발이 좋고 사회적 역할을 하려는 기본 정신은 느껴지나 마지막에 매조짐이 일부 모호한 프로토타입이라고 할 수 있다. 추후 보완 국면이 그런 점에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