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제주의 화산암반수와 백호보리로 빚은 청정맥주 '제주맥주'가 오는 6월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제스피(Jespi)'라는 이름으로 선보이는데, 제주 특산품으로 제주도 내에서만 판매될 예정입니다.
이 제주맥주가 출시를 앞두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는데요. 새로운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이후 불투명한 사업성에 빈약한 자본 등으로 인해 민간사업자 공모가 번번이 무산되며 당초 사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했죠. 그 과정을 좀 살펴볼까요.
제주맥주 사업은 먹는샘물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이하 제주개발공사)가 추진한 것인데요. 앞서 2008년 지식경제부 물산업육성 핵심과제 중 '제주맥주개발 R&D 연구과제'로 선정돼 국비 21억원을 지원받아 진행됐습니다.
제주도의 화산암반수와 백호보리를 이용해 만든 맥주 '제스피'. ⓒ 제주개발공사 |
연구개발 1년여만인 2011년 9월에 첫 시제품을 내놨습니다. 이때만 해도 임기 중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를 시음했는데요. 이 전 대통령은 맛을 본 뒤 "성공예감이 든다. 시판되면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 같다"고 호평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 전 대통령이 접한 제주맥주 시제품은 개발단계에 있어 제대로 된 맥주 맛이 아니었다는데요.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후한 평가는 함께 시음한 사람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는 뒷얘기가 전해집니다.
어찌됐든 제주개발공사는 이후 꾸준히 제주맥주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는데요. 특히, 국내 한 대학교와 협력을 통해 국내·외 유명 맥주들과 특성을 비교분석해가며 제품을 보완하는 등 세계적인 브랜드, 프리미엄 맥주를 만들어내고자 했습니다.
제품개발이 별다른 차질 없이 진행되며 제주맥주 사업은 순항하는 듯 했는데요. 하지만 실제 생산하고 판매하기 위한 사업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제주개발공사가 자체 연구개발한 제주맥주를 대규모로 생산·판매하기 위해 민간사업자 공모를 추진했지만, 3차례나 열린 공모가 번번이 무산된 것이죠. 맥주제조기술에 대한 오랜 노하우 없이 생산되는 등 사업성이 불투명한데다, 민간사업자가 제주도 내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토록 해 원하는 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 민간사업자 공모에 실패한 주된 이유입니다.
이에 제주개발공사는 자체적으로 도내 한남리 감귤공장에 연간 100kℓ규모의 공장을 설립하고 직접 생산·판매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제주맥주의 성공여부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요. 생산규모가 미미한데다 현재 국내 맥주시장은 2강 구도(오비맥주·하이트진로)로 굳어져 신규진입과 점유율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우려 때문인지 제주개발공사는 기존 맥주업체들과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는 방식으로 사업방향을 제시했는데요. 제주맥주를 제주도 내에 국한해 특산품처럼 판매해 브랜드를 구축한 뒤 향후 다른 사업방향을 모색키로 한 것이죠.
실제 이에 대해 제주개발공사 관계자는 "맥주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아 처음부터 대형 맥주업체와 경쟁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며 "하지만 제주도 내에서만 특산품으로 선보이는 등 차별화된 전략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러 어려움 끝에 6월 선보이게 될 '제스피'. 이 전 대통령이 성공을 예감한 만큼 어떤 맛일지 더욱 궁금해지는데요. 또 앞으로 어떤 행보를 펼쳐갈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