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보유 주식을 모두 매각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년간 회사와 소액주주들을 괴롭혀 온 공매도와 악성 루머, 정부의 관리 소홀 탓에 더 이상의 경영은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다.
서정진 회장은 16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5~6월로 예정된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유럽승인 이후 본인이 가진 셀트리온 및 계열사 주식을 다국적 제약사에 매각하고 모든 경영권을 포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서 회장은 회사 주식을 매각하고 경영권을 포기하는 이유로 지난 2년간 회사와 소액주주들을 괴롭혀온 공매도 세력을 지목했다.
◆"탐욕스런 투기세력 막기엔 역부족"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 매도 계약을 체결한 후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되사 빌렸던 주식을 갚는 거래를 말한다. 다시 말해, 주식을 미리 비싸게 팔았다가 싸게 사들여 갚는 과정에서 생기는 차액을 노린 투기인 셈이다.
회사 측 자료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공매도는 2011년부터 급증했다. 공매도 수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하루 총 거래량의 10%를 넘는 날이 2010년에는 하루에 불과했지만 2011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24일, 26일로 급증했다. 공매도 비중이 20%를 넘는 날도 2011년 5건, 2012년 10건이나 됐다.
서 회장은 "지난 2년간 공매도 금지기간을 제외한 432거래일 중 412일 동안 공매도가 지속됐다"며 "일중 공매도 비율이 높을 때에는 35.3%에 달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공매도 공격이 계속됐는데도 관계 당국이 손을 놓고 있었다며 불만을 토하기도 했다.
서 회장은 "대주주로서 이상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수천억원의 주식을 매수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서도 "하지만 금융시스템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저와 회사의 노력만으로는 탐욕스런 투기세력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식이 다국적 제약사에 매각된다면 국가적으로는 손실일 것"이라면서도 "지분 매각 결정은 번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매각 결정에 대한 번복은 없으며, 매각 절차를 '램시마'의 유럽승인이 나는 대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회사로서는 최상의 결정"
한편, 시장에서는 서 회장의 발표가 갑작스럽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자금 부족과 매출부진 등 문제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서 회장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현재도 회사 여유 현금이 5000억원 정도 된다"며 "회사가 어려워서 하는 결정이 아니라 회사가 발전할 수 있는 결정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결정이 셀트리온그룹으로서는 최상의 결정이라고 판단한다"며 "한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회사를 만들겠다는 꿈은 접게 됐지만 셀트리온은 다국적 제약사에 편입돼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다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의 지주회사 격인 셀트리온홀딩스의 지분 97.28%를 갖고 있다. 또 셀트리온홀딩스 등을 통해 상장회사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 제약 지분도 각각 30.06%, 32.4%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비상장회사 셀트리온 헬스케어와 셀트리온 GSC 주식을 각각 50.31%, 68.42%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