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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23] 외톨이 알코올중독자에게 자립기반… 카프 청미래 재단

사회기술훈련․대인관계기술 교육… 영리기업과 비영리조직 중간형태

전훈식 기자 기자  2013.04.16 17: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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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일명 '알코올 중독자'라 불리는 알코올의존자는 병적인 음주 양상을 보이거나 이로 의한 사회적 혹은 직업적 기능 장애와 더불어 중지에 따라 금단 증상 생기는 환자를 가리킨다. 이들은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임에도 국가적 차원에서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사회 적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환자들과 함께 고충을 나누며 사회적응력을 키워가고 있는 사회적기업인 카프 청미래 사업단을 만났다

우리나라는 현재 음주연령 저령화와 여성 음주의 증가 등으로 지속적으로 알코올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손실도 계속 느는 추세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과 문제의식이 사회전반에 걸쳐 높아지면서 알코올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도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나 정책, 의료 수준 등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미흡한 수준. 알코올로 인한 사고 및 질병을 예방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문기관의 설립이 절실해진 것이다.

  청미래재단은 알코올의존자에게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직업교육 및 사회기술훈련 등을 통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사회적 자립 기반을 마련해 주고 있다. = 노병우 기자  
청미래재단은 알코올의존자에게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직업교육 및 사회기술훈련 등을 통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사회적 자립 기반을 마련해 주고 있다. = 노병우 기자

재단법인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KARF; 이하 카프)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000년 4월 설립된 전문 연구센터다.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추진 주체로서 이 땅을 알코올로 인한 폐해가 없는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카프는 재활 사업의 일환으로, 환자들에게 필요한 사회 적응력을 키워주기 위해 카프 청미래사업단(이하 청미래)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 카페와 매점 사업, 꾸준한 매출 유지

《엄마가 그때 왜 울고 있었냐고 물으셨을 때 "엄마가 술 먹어서"라고 대답했던 게 생각이 나요. 그게 첫 기억이라고 할 만큼 엄마의 병은 오래되어서 카프에 들어올 때쯤에는 이미 엄마도 저도 참 많이 지쳐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벌써 엄마가 단주를 하신지 3년이 다 되어가고, 오늘은 청미래를 졸업하는 날이네요.

우선 너무너무 축하해요. 또 고마워요. 오늘 이 자리가 노력하신 엄마를 위한 큰 선물이 될 것 같아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됐어요. 엄마가 살아가면서 또 다시 힘들고 외로운 순간이 오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 오늘 이 순간을 기억해 냈으면 좋겠습니다.》 -청미래사업단 수기 中

지난 2006년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된 청미래는 현재 카프 병원 내에서 커피류 및 아이스크림, 죽류를 다루고 있는 커피전문점과 생필품을 판매하고 있는 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알코올의존자에게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직업교육 및 진로지도, 사회기술훈련 등을 실시해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사회적 자립 기반을 마련해 주고 있는 것이다.

  청미래재단은 현재 카프 병원 내에서 커피류 및 아이스크림, 죽류를 다루고 있는 커피전문점과 생필품을 판매하고 있는 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 노병우 기자  
청미래재단은 현재 카프 병원 내에서 커피류 및 아이스크림, 죽류를 다루고 있는 커피전문점과 생필품을 판매하고 있는 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 노병우 기자

이들의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진로교육 및 진로지도 △사회기술훈련으로 나뉜다. 진로교육을 통해 관련자격증 취득과 같은 진로에 대한 지도를 하고 있으며, 사회기술훈련으로 스트레스 및 분노 관리하는 방법을 습득하고 대인관계기술 능력 향상을 위한 의사소통에 대해서도 훈련하게 된다.

설립 초창기부터 정부 지원과 관심으로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면서 2008년 12월에는 사회적기업으로 거듭났으며 택배 및 화원 분야까지 사업을 넓히기도 했다. 물론 정부 지원이 끊인 2011년부터는 나머지 사업을 정리하고 전문화된 카페와 매점 사업에서 꾸준한 매출을 올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때문일까. 청미래는 지난해 전년대비 3000만원 가량 증가한 총 2억8000만원(카페 1억8000만원·매점 1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물론 큰 기업과 비교하면 약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회복자들의 재활에 중점을 둔 비영리조직을 추구하는 청미래에게는 긍정적인 미래를 암시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이혜정 카프청미래사업단 단장은 "다른 사회적기업과는 달리 청미래는 '비영리 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형태'로, 보다 특별한 목표를 지행하고 있다"며 "이익창출보다는 환자들의 지속적인 단주로 직업 유지 및 가족 관계 향상이라는 지속적인 회복과 성장을 꿈꾸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 안정, 프렌차이즈로 극복 계획"

청미래가 운영하고 있는 사업장의 모습이 궁금했다. 

지난 2008년 이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된 카프 커피숍은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1층에 위치해 넓고 편안한 공간에서 신선한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농민들이 잘 익은 빨간 열매만 선별해 100% 수작업으로 수확한 자연산·유기농 생두를 사용하고 있으며 로스팅 후 7일 만에 소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물론 다른 전문점처럼 젊은 근무 인력을 고수하지 않아 신속성 부분에선 비교대상이 될 순 있겠지만, 전문바리스타가 커피에 대한 장인정신으로 최고급 커피 맛을 자랑하고 있다.

 

이혜정 카프청미래사업단 단장은 이익창출이 아닌 지속적인 환자의 단주를 통한 '직업 유지 및 가족 관계 향상'을 사업의 주된 목표로 잡고 있었다. = 노병우 기자  

 
이혜정 카프청미래사업단 단장은 이익창출이 아닌 지속적인 환자의 단주를 통한 '직업 유지 및 가족 관계 향상'을 사업의 주된 목표로 잡고 있었다. = 노병우 기자
지하 1층에 자리 잡고 있는 카프매점은 생필품을 비롯해 음료, 과자, 잡화 등 다양한 물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인근지역 주민 편의를 위한 배달서비스도 진행해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사회적 봉사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현재 청미래 근무 인원은 총 9명으로, 관리 인력 2명을 제외한 7명 모두 알코올회복자다. 한정된 시장에서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일자리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미래 취직을 원하는 환자는 물론, 채용된 근로자들도 최대 2년까지만 계약이 이뤄져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 단장도 이 문제에 대해 "현재 운영하고 있는 사업 외 환자들이 직접 지점을 운영할 수 있는 프렌차이즈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재단 측에서 전세자금을 지원해 주고 매장 임대료 및 수익금은 운영자인 환자들에게 돌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해결책을 내놓았다.

그는 이어 "'재활산업센터'라는 한계를 넘어 사업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고 시장경쟁력을 강화해 소외계층에게 더 많은 일자리 창출과 지속적인 고용 안정을 통해 진정한 사회적기업으로 도약할 채비를 하고 있다"고 청미래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