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새 사령탑을 맞이하게 됐다. 이번에는 내부 출신 인사가 최고위층을 차지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회현동 우리금융 본사. = 임혜현 기자 |
이에 대해서는 우리금융그룹의 민영화 이슈를 처리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힘있는 외부인사가 오는 게 낫다는 주장과, 오히려 내부 인사가 낫다는 시각이 공존하는 가운데 수많은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하마쳥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중 우리은행의 수장을 지낸 이덕훈 전 행장 즉 키스톤 프라이빗에쿼티 (PE)대표와 이종휘 전 행장 즉 신용회복위원장이 내부 출신 인사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이른바 내부 인사들이 장점도 많은 반면 단점도 있어 외부 인사쪽으로 기우는(산업은행 케이스처럼 청와대의 의중대로 낙점되는 빌미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등장하고 있다.
◆이덕훈 전 행장: '선 굵은 인물' 지금도 행원들은 호평…'강골' 문제?
이 PE 대표는 서강대 67학번이라는 점에서 박근혜정부와 학맥으로 연결된다는 말을 듣는다. 실제로 서강대 출신들의 모임인 서강포럼에 관련돼 눈길을 끈 바 있다.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 ⓒ 우리은행 |
1981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입사 후 줄곧 연구직에 있다가 지난 2000 년 6월 대한투자신탁증권 사장으로 옮겼다. 지금도 PE를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이닉스 문제 처리에 있어서도 주도적 역할을 한 점도 능력있는 금융인으로 그의 이미지를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강성이라는 점이 문제다.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가 15일 우리금융 문제의 해법을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그것을 기반으로 하겠다는 이른바 천안 발언을 내놓은 가운데, 모든 방법의 갈래를 검토해야 하는 와중에 그가 필요 이상 목소리를 낼 가능성을 예측하는 이가 적지 않다.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간 회계처리를 둘러싼 내분이 2003년 가을 불거진 바 있다. 이는 윤병철 당시 우리지주 회장의 리더십 문제로까지 번진 케이스였다.
필요 이상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문제로 행장 퇴직 후 징계를 받은 점도 민영화 추진 국면에서 불필요한 강성 이미지를 더한다. 예금보험공사는 이 PE 회장에 대해, 우리은행은 경영 성과가 좋을 경우 전 직원에게 일률적으로 초과 성과급을 지급하도록 노사 협의를 체결했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예보는 초과 성과급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잘했을 때는 성과급을 지불하더라도 잘못 했을 때 허리띠를 졸라맬 수 있는 제도 마련을 게을리했다고 지적했다. 마련을 요구했으나 이행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휘 전 행장: 임기 중 물의 많이 빚은 풍운아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의 휘호 장면. ⓒ 우리은행 |
인사 청탁 문제에서 엄정을 기하고자 노력했으나 이번에 물러나는 이 회장이 2009년 인사 청탁 관련 불호령을 직원들에게 내릴 정도로 이 문제 자체를 뿌리뽑는 데까지 역량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더욱이 재직 중 우리금융지주에 치욕적인 첫 기관주의 조치를 안기게 되는 사태를 빚고 은행을 떠난 인물로 역사에 남아 있다. 퇴임 후인 2011년 4월 개인적으로도 징계를 받았을(주의상당 등급) 뿐만 아니라 예보가 우리은행에도 기관주의를 받게 한 경영의 목표 미달 상황 책임이 있다. 이 문제는 아울러 우리금융지주에 대해서도 예보가 경영목표 미달을 이유로 처음으로 기관주의 조치를 결정하는 배경이 됐다.
더 큰 문제는 나중에 터진 우리금융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비리 문제. 그가 행장으로 있던 시대에 미리 스크린해 잡아내지 못해 결국 나중에 일이 터지게 됐다는 점에서 이 문제의 책임에서 그가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아쉬움을 언급하는 이들이 있다. PF 상황 기본 골격을 보면 리조트 시행사가 지난 2006년부터 2008년 사이에 공동대출(신디케이트) 방식으로 우리은행, 우리투자증권과 금호생명 등으로 부터 대출받은 규모는 약 1350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따지면 유력한 내부 출신 인사들은 모두 흠을 제각기 안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번에 이 회장을 무리하게 밀어낸 것 같은 모양새가 된 상황에서 어디까지나 전문성과 경영감각 운운하며 외부인을 영입하는 데 한계가 있기에 이들이 일정 부분 아직 몫을 갖고 경쟁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번에 물러나는 이 회장은 금융인인 동시에 서울시향 대표 등 외부 경력도 화려한 편이어서, 이 회장 이상의 외부인을 구하는 게 제법 녹록찮은 문제이고 또 일명 해양부 장관 논란 등으로 박근혜정부의 인사 스타일에 대한 의구심도 높아지고 있어 행운의 여신이 이들 두 명쪽으로 고개를 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금융그룹 문제에 있어 이렇게 차선책으로의 선택이라는 논리로 내부 출신 인사가 지휘봉을 잡는 경우는 특정 기업 발전 가능성에서는 물론 한국 금융사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