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신용카드사들이 복잡한 카드 결제방식을 단순화하는 계획을 발표하며 업무가 축소되는 밴(VAN)업계와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카드사가 신용카드 결제 승인을 대행하는 밴사의 역할을 축소하고 가맹점과 직접 거래하는 방식을 도입하며 생존이 위태로워진 밴 업계가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는 16일 오후 KB국민카드 본사 앞에서 '신용판매내역 매입청구대행 서비스 이용계약 일방적 해지에 따른 항의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KB국민카드가 매입업무를 해지할 경우 모집인코드를 반납하고 결제계좌를 거부하는 등 기존 가맹점 해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고통 분담해야" vs "밴사 죽이기"
KB국민카드는 오는 22일부터 밴사의 카드결제 매입대행을 전격 중단하고 해당 업무를 직접 처리한다는 내용의 '신용판매내역 전자매입방식 변경 안내' 공문을 지난 2월 밴사와 밴 대리점에 통보했다.
이는 밴사의 '결제승인'과 '전표 매입대행' 두가지 업무 중 전표 매입 부분을 KB국민카드가 직접 맡겠다는 것으로 밴사에 납부하는 수수료의 약 30%가량을 차지한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카드사, 밴사, 가맹점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결제구조 또한 카드수수료를 인상시키는 요인 중 하나였다"면서 "밴사의 역할을 줄이면 결과적으로 가맹점 수수료를 더 낮출 수 있어 선제적으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밴사들은 "카드사들이 전표 매입대행 업무를 가져가면 대부분의 영세 밴 대리점은 도산할 것"이라며 "밴 대리점을 도산시키고 가맹점들이 불편해지게 만드는 관리수수료를 꼭 줄여야하는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지난 15일 집회를 앞두고 신용카드 전표매입 업무 대행의 계약 해지 여부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으나 협의에 실패했다.
엄기형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장은 "논의 당시에는 금융당국의 입장 등을 참고해 합의점을 찾기로 했으나 공문에는 2주 협의기간 종료 후 별도 시행일자를 통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면서 "결국 협의는 밴사와 협의과정이 있었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우선 2주간 밴사와 협상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2주 후 당장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우선 시행을 연기하고 논의를 해보겠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업계 "수수료 체계 개편 공감…상황 지켜보는 중"
한편 아직 밴사와 협상에 나서지 않은 타 카드사들 또한 밴 수수료 체계 개편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구체적인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부 카드사의 경우 밴사 수수료 개편과 관련 자체적으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수수료체계 개편 이후 신용판매부분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면서 "결국 원가를 낮춰야 하는데 KB국민카드나 신한, 하나SK 같은 경우 체크카드 비중이 더 커 밴사 비용이 더욱 높다보니 결국 총대를 메고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카드 소액결제가 늘어나고 있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카드사가 역마진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카드사와 가맹점들도 경제민주화 참여로 고통분담을 한만큼 소비자들을 위해 밴사 또한 합리적 수수료체계 마련에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밴 수수료 합리화와 관련해 외부에 용역을 의뢰한 상황이며 결과는 오는 7월께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