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명차’의 대명사격인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유한 품격을 그대로 누리면서 스포츠 세단의 자유로움까지 곁들이고 싶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차가 C-E-S클래스로 이어지는 메르세데스-벤츠 라인업 중 중핵모델인 ‘E클래스’다.
1946년 첫 출시 이후 60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1000만 대 이상 팔려나간 이 차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지난해 선보인 것이 바로 ‘뉴 제너레이션 E클래스’.
전세계 자동차 전문가들로부터 더욱 다이내믹하고 강력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차의 진면목을 확인해보기 위해 6개 모델 중 ‘E280 SP(스포츠 패키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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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을 살펴 보니 이전 모델에 비해 좀 더 도전적이다.
라인 수가 다섯 개에서 네 개로 줄어들면서 더욱 남성다워진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은 좌우 라인이 추가되면서 V자 모양을 그리고 있는 범퍼와 그 아래 그물형 공기 흡입구 등과 어우러져 더욱 당당한 인상을 이룬다.
E클래스의 상징과도 같은 타원형 트윈 헤드라이트의 윗부분엔 투명한 루버(Louver)를 더해 조명을 켰을 때 빛을 더욱 강하게 내는 동시에 보기에도 세련된 느낌을 자아낸다.
실내에 앉아 보니 세대는 변해도 특유의 안락함은 그대로였다. 시트와 도어 트림에 사용된 베이지 컬러의 천연가죽은 천장의 블랙 컬러와 천연 무늬목의 짙은 컬러와 대비를 이루며 탑승자를 포근히 감싸줬다.
가죽과 우드, 고급 플라스틱 등이 조화를 이루는 대시보드와 스티어링 휠은 화려함을 넘어 예술적이기까지 했다.
계기판엔 3개의 원이 있다. 가운데 원은 260km까지 표시하는 속도계. 우측의 원은 rpm표시계다. 수온계와 연료계는 좌우 양쪽 끝에 막대그래프로 표시된다
그럼 좌측의 원은 무엇일까. 바로 아날로그 시계다. 시계를 그곳에 배치하는 것은 이전 모델과 마찬가지다. E클래스 모델 외에도 다른 급 모델에서 이런 배치를 볼 수 있다. 이걸 보니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을 ‘독일 시계’라고 불렀다는 부모님 세대의 유행어가 문득 떠오른다. ‘비즈니스 세단’답게 ‘시간 역시 속도만큼 중요하다’는 뜻인 양 싶다.
하지만 약속 시간을 지키기 위해선 미리 출발해야지 이 차의 저돌적인 주행 성능만 믿고 꾸물대다 떠나면 안 된다. 늦었다고 가속페달을 밟고 달리기엔 힘이 너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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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의 트렁크 좌측 상단엔 ‘E280’이란 차명이 적혀있다. 다른 차 운전자들이 이를 보고‘280=2800cc급’이란 과거 공식에 따라 도로 위에서 들이대다간 본전도 못 찾는다. 이 차엔 사실 ‘3000cc급’인 강력한 2997cc V6 DOHC 엔진이 달렸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뉴 S500’과 ‘ML500’은 5461cc, ‘뉴 S600’은 5513cc, ‘C230V’는 2496cc 등 요즘 출시되는 메르세데스-벤츠 차량 중엔 차명의 숫자와 실제 배기량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배기량(5513cc) 보다 차명의 숫자가 더 높은 최상급 모델인 ‘뉴 S600’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숫자를 낮추는 경향을 보인다.
3000cc급임에도 ‘E300’이 아니라 ‘E280’을 달고 나온 이유는 뭘까. 메르세데스-벤츠 측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기자 생각엔 비즈니스를 위해 골프 실력도 감추고 접대 상대의 몸놀림에도 연상 ‘굿 샷!’을 외쳐야만 하는 비즈니스 맨의 숙명을 배려한 것이 아닐가 싶다. 3000cc급 차를 타는 클라이언트를 위해 몸을 살짝 낮추는 ‘예의’를 위해서 말이다.
‘걸출한 신분’을 감춰야 하는 설움을 날려버리려는 듯 E280 SP는 서울에서 천안으로 향하는 경부고속도로에서 최고출력 231마력, 최대토크 30.1kgm의 빼어난 주행 성능을 바탕으로 힘차게 내달렸다.
제로백 7.3초에 달하는 탁월한 가속력과 스티어링 휠에 장착된 패들 시프트 덕에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지 않고도 ‘탁 치며 확 빠지는’ 절묘한 앞지르기도 가능했으며, M(수동)-S(스포츠)-C(컴포터) 등 3가지 모드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어 3대의 차를 바꿔 모는듯한 기분을 내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 이 차에 장착된 7단 자동변속기는 ‘주행 성능’과 ‘경제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데 큰 역할을 했다.
장거리 운행을 하게 되면 모든 탑승자는 지치기 마련이다. 럭셔리 세단의 허공에 떠있는듯한 지나친 안락함도 부담스럽지만 거친 노면 상황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스포츠카의 딱딱함도 피곤을 더한다. 이 차의 승차감은 안락함과 역동성이 적절한 조화를 통해 2시간 가까운 운행 시간 내내 탑승자를 편안하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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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280 SP는 명차의 순혈(純血)이 흐르는 차답게 안전 장비도 최첨단으로 두루 갖췄다.
그 중 눈길을 끄는 것이 그간 상급 모델인
S클래스에 적용됐던 ‘프리 세이프(PRE-SAFE)’다. ESP(전자식 차량 자세 제어 시스템)나 BAS(브레이크 보조 시스템) 등이 스핀이나
스티어링 급조작, 급제동 등을 감지, 이를 종합 평가해 ‘사고 위험’이 판단될 경우 즉시 안전벨트의 프리텐션이나 시트 위치를 조절하고 선루프나
창을 닫는 등 탑승자 보호 조치를 자동적으로 취하는 기능이다..
‘어댑티브 브레이크 시스템(Adaptive Brake System)’도 있다. 주행 중 차량이 위급 상황을 감지하면 알아서 제동거리를 줄여준다. 젖은 도로 주행 시엔 브레이크를 건조시켜준다.
이밖에 8개의 에어백과 함께 후방 추돌 사고 시 미리 감겨져 있던 스프링이 순식간에 앞 좌석 헤드레스트를 앞과 위로 이동시켜 앞 좌석 승객의 목뼈 골절상을 막는 ‘넥-프로(NECK-PRO) 액티브 헤드레스트’, 속도에 따라 헤드라이트의 조사(照射) 지역을 자동 조절하는 ‘인텔리전트 라이트’, 주행 중 각 휠의 속도차를 자동 계산해 타이어 공기압 이상 유무를 알리는 ‘타이어 압력 표시 장치’ 등도 돋보인다.
편의 장치 중엔 지능형 에어컨디셔너가 단연 발군이다. 4개의 햇빛 센서가 각 좌석에 비춰지는 햇빛의 각도까지 고려해 일조량, 공기 유입량, 실내 온도 등을 조절하고, 습도와 실내 공기 오염도까지 감안해 자동 작동해준다. 이와 함께 고품격 오디오 시스템과 TV 및 DVD 플레이어, 한국형 내비게이션, 히팅과 쿨링 기능을 갖춘 앞 좌석 등도 편안한 드라이빙을 돕는다.
기자와 E280 SP와의 만남은 오랜 기다림과 달리 그다지 길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후대까지 명성을 이어가는 방법은 ‘과거의 명성에만 기대지 않고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그러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란 메시지를 이심전심으로 전해 듣기엔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8990만원.